[자본시장 속으로]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자

입력 2020-04-08 18:10 수정 2020-04-09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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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서울 여의도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지만 인파가 몰려들고, 길은 막히고, 벚꽃 아래에서 사진 찍는 여의도의 일상은 돌아오지 않았다. 맛난 음식이 옆에 있지만 배탈이 나 먹을 수 없는 상황과 큰 차이가 없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미국 증시부터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혹시나 모를 감염과 그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점점 더 견디기 힘들다. 봄이 왔지만, 봄을 즐길 수 없다.

3월, 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없다는 공포가 우리를 짓눌렀다. 미국 연준의 빠른 행보와 시장의 기대를 넘어서는 유동성 공급으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여전히 금융시장은 롤러코스트처럼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코로나19를 자연재해로 인지하고 기업과 금융기관의 유동성 위험이 일시적이라고 인식한다면 이런 출렁임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의심하고 있다. 당장 부도위험은 감소했지만, 곧 쓰나미 같은 실물과 경기의 복합위기가 더 큰 파장으로 다가올 거라는 두려움이다.

글로벌 경제가 2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다. 생산이 줄고,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 결과 소비도 급감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주간 약 10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아마도 미국의 실업률은 두 자릿수로 치솟을 것이다. 미국의 일자리가 사라지면, 글로벌 소비는 급감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교역은 위축되고, 뒤따라서 한국 수출도 위기 상황에 들어선다.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기업이 늘어나겠지만, 2분기까지는 버틸 수 있다.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만큼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게 정부와 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해 주기 때문이다.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마치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에게 골든타임이 있듯이 유동성 보급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다. 거리에 사람이 늘어나고, 다시 여행을 가고, 물건을 사고,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야 경제 생태계가 회복한다. 뜨거운 여름이 와도, 해외로 휴가를 떠나지 못하고, 영화관도 가지 못하고, 모두들 경계심에 거리두기가 일상화된다면 주가는 경기침체 이상의 부정적 시나리오를 반영해 갈 것이다.

2분기냐, 3분기냐는 코로나 감염 속도가 언제쯤 진정되는가에 달려 있다. 필자 역시 그 시점을 알 수 없기에 답답하다. 여름 정도에는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고, 우리가 일상으로 돌아간다면, 3월의 KOSPI는 역사적 저점으로 이후 술자리 이야깃거리로 회자될 것이다. 앞서 우려한 대로 3분기까지도 경제생태계의 복원이 지연된다면, 6월에 들어서야 이를 파악할 수 있다. 당장은 멀리 바라보는 것보다 가까이에서 셈법을 정확히 하는 이들의 시간이다.

컵에 물이 반밖에 없다고 하든, 반이나 남아 있다고 하든 컵에 담긴 물은 절반이다. 단지 컵의 반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다를 뿐이다. 지금도 다르지 않다. 경제는 아직 버틸 만하다. 현금을 급하게 회수하기 위한 무차별적 자산 매각도 마무리되었다. 안전자산인 금가격이 상승한다. Liquidity-Off 장세는 진정되었고, 이제 Risk-On까지는 아니어도 Risk-Off장세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이 공포에 질려 투매로 다시 이어지는 유동성의 악순환을 기다리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다 팔았다.

‘고아원 가기 전 마지막 짜장면 만찬’, ‘데드캣바운스’ 이런 말들이 미디어와 여의도에 자주 언급된다. 3월의 저점보다 KOSPI가 더 추락할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시장의 현자들과 미디어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주가는 무너지지 않았다. 물론 코로나가 잡히지 않고, 여름까지 모두 집 안에서 나오지 않는다면, 종말이 올 수 있다. 코로나 이슈로 각국이 각자도생의 길에 들어서고, G2(트럼프와 시진핑)의 지도력이 흔들리는 시나리오이다. 하지만 숲을 보지 말고, 나무를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좋은 기업들이 좋은 주가에 와 있다. 더 쉽게, 좋은 주식이 넘쳐난다.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면서, 재무안정성은 뛰어난데, 저평가 매력마저 높아진 기업들이 좋은 주식이다. 내 지갑에 돈이 없다고, 남의 지갑에도 돈이 없을 거라 추측하지 말자. 내부자들의 지분 매입 신고와 주식을 통한 증여가 늘고 있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를 걱정한다. ‘동학개미운동’이라는 용어로, 이길수 없는 전투를 하는 행위로 묘사한다. 개인투자자의 증시 유입을 평가절하하지 말자. 주가가 올라온 뒤 들어온 자금이 아닌 주가하락기에 들어온 스마트 자금이다. 자산규모로만 놓고 본다면, 지금 주식을 사는 개인들의 형편이 미디어와 유튜브의 흔하디 흔한 전문가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인다.

변동성이 심할수록, 좋은 기업(성장)에 투자해야 한다. 저평가되어 있다면 더더욱 좋다. 뉴스와 이벤트로 주가가 요동을 쳐도 결국 성장 가치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자. 여의도의 벚꽃은 매우 아름답고, 올해도 봄은 어김없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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