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꾀다, 꼬드기다 그리고 꼬시다

입력 2020-04-06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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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4·15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길거리를 다니며 시민들에게 명함을 나누어 주고, 유세차에 탄 채 확성기를 이용해 자신의 공약을 힘껏 외치고 있다. 교차로 등에는 현수막과 같은 각종 홍보물이 붙어 있다. 그런데 입후보자들의 공약을 찬찬히 살펴보니 ‘당선되더라도 과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그럴듯한 말이나 행동으로 남을 속이거나 부추겨서 자기 생각대로 끄는 것을 ‘꾀다’ 또는 ‘꼬이다’라고 한다. “그가 내뱉은 약속은 결국 꾀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처럼 쓸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원래는 다른 의미였으나, 의미 변화를 거쳐 ‘꾀다’의 뜻을 갖게 된 단어가 있다. ‘꼬드기다’가 그것이다. ‘꼬드기다’는 “정월 초하루에 아이들이 연을 꼬드기며 놀았다”와 같이 본디 ‘연 놀이를 할 때, 연이 높이 올라가도록 연줄을 잡아 젖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바람의 방향을 읽어 연줄을 당겼다가 놓았다가를 반복하여 연이 높이 날게 하는 꼬드기기 기술이 다른 이의 마음을 부추겨 어떤 일을 하도록 꾀는 것과 같아 ‘꾀다’의 뜻을 갖게 되었다. “다이어트 중이야. 꼬드기지 마”와 같은 예가 이에 해당한다.

또 속된 표현으로 ‘꼬시다’도 있다. ‘고소하다’의 전라·강원·경상도 방언인 ‘꼬시다’는 원래 ‘꾀다’의 잘못된 표현이었다. 그런데 ‘꼬시다’가 표준어인 ‘꾀다’보다 실제 언어생활에서 더 많이 쓰여 국립국어원은 2014년 ‘꼬시다’도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지금 나를 꼬시는 거야?”와 같이 쓸 수 있다. 다만 ‘꼬시다’는 속어에 가까운 표현으로 ‘꾀다’와 어감상 차이가 있다고 판단, 별도표준어로 인정하였다. 한편, ‘고소하다’의 방언으로 쓰이는 ‘꼬시다’는 표준어로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비표준어이다.

이렇듯 ‘꾀다’ ‘꼬드기다’ ‘꼬시다’는 일부 어감상 차이가 있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꾀어 자기가 원하는 데로 끄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이 각자 내건 공약들이 당선만을 위한 꾐인지, 진정 지역구를 위한 약속인지 잘 살펴 투표를 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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