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칼럼] 주사기가 필요 없는 백신

입력 2020-03-30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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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코로나바이러스 퇴치를 위해 전 세계가 총력전을 벌이고 있으므로 조만간 예방 백신 및 치료약이 등장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백신과 치료약은 근본이 다른데, 백신은 사전에 질병을 예방하는 것이고 치료약은 질병이 일어났을 때 이를 퇴치하는 것이다.

지난 한 세기 동안 백신을 무기로 여러 가지 전염병에 의한 사망률이 줄어들도록 해 인류의 수명은 크게 늘어났다. ‘자식 반타작이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말도 있었다. 자식을 낳아 절반만이라도 장성할 때까지 살아남으면 복이라는 뜻으로 그만큼 과거에는 어린 나이에 전염병에 걸려 죽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인 것은 전염병에 대한 특효약이 개발되었기보다는 면역법, 즉 예방 백신이 인간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백신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없애거나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 질병의 병원체인 세균에 의해 화학적 유독 물질인 독소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질병의 1차적 원인이 된다. 백신이 몸속에 투입되면 우리 몸의 항체가 이에 대응하는 훈련을 하고, 그 결과 체내에 기억세포가 만들어진다. 나중에 세균이 체내에 침입했을 때 기억세포가 활성화하면서 세균을 무찌를 항체를 대량으로 만들어내고, 그 결과 추후의 감염에 저항할 수 있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백신 예방접종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각종 전염병에 걸릴 확률은 20세기 초에 비해 90% 이상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천연두는 1970년대 후반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췄고, 소아마비는 21세기 들어 일부 아프리카 지역 등을 제외하면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국내의 경우 아이가 출생했을 때부터 잊지 말고 부모가 챙겨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백신 예방접종이다. 영·유아 백신은 워낙 종류가 많고 횟수도 여러 번이라 부모는 예방접종 수첩에 숙제처럼 기록한다. 이 자료는 의료기관을 통해 보건복지부에 등록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제출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으로 예방 가능한 질환은 거의 30가지가 되는데, 이들 백신의 불편함은 주사로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백신이라면 어릴 적에 울며 맞았던 주사공포증을 기억할 것이다. 문제는 백신은 어릴 적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생 동안 수없이 많은 횟수로 접종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주사공포증 때문에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사람은 없겠지만 주사의 공포증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주사에 대한 공포증을 줄이는 대안으로 학자들은 기존 주삿바늘보다 10배 이상 짧은 극소주사기를 개발했다. 이 주사기는 길이 1.5㎜로 기존 주사기의 약 10분의 1이며, 피부 내 진피 조직으로 직접 주사한다. 그러나 극소주사기도 주사기이므로 아예 주사기를 사용하지 않는 백신은 그동안 의학자들의 꿈이었다.

피부에 붙이기만 해도 주사와 같은 효과를 주는 ‘니들패치’라는 게 있다. ‘나노 마이크로 DNA 기술’을 이용하는데, 백신은 머리카락의 7분의 1 정도인 10㎛ 굵기의 바늘 수백 개를 밴드에 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주사를 맞는 대신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10분 이내에 약물이 진피까지 흡수돼 통증 없이 주사형 백신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영유아가 거부감 없이 접종할 수 있도록 튜브에서 짜 먹이는 형태로 개발된 먹는 백신도 있다. 과일 백신도 등장하는데 전염병 백신 유전자를 넣은 배추나 토마토 등이 대상이다. 한마디로 이런 배추로 담근 김치나 토마토만 먹어도 병원균에 대한 면역이 생긴다.

혀 밑에 넣는 백신인 ‘설하 백신’도 개발됐다. 말 그대로 백신을 혀 밑으로 투여하면 구강 점막을 통해 몸 안에 흡수되고, 병원체의 주 침투 경로인 호흡기·소화기 등에서 면역 반응을 일으키는 형태다. 눈에 넣는 ‘점안 백신’도 개발된다. 점안제의 특성상 안전하게 대량 수송할 수 있는 데다 접종이 용이하다. 특히 짧은 시간에 대단위 접종이 가능하여 인플루엔자 등 집단 면역이 필요한 경우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코에 뿌려서 흡입하는 방식의 스프레이형 생백신도 있다. 생백신은 살아 있지만 독성은 없는 병원체다. 콧속에 생백신을 스프레이로 뿌리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신호물질인 사이토카인이 48시간 안에 분비되면서 선천적인 면역체계를 활성화해 다양한 바이러스를 공통으로 방어한다. 독성이 없어 백신을 맞은 뒤 고열이나 기침 같은 아픈 증상이 없으며 감염 2~3일 전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알려지는데, 사람에 따라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비롯하여 인간을 괴롭히는 전염병은 결국 예방 백신과 치료약으로 퇴치될 것으로 보이지만, 더불어 주사기의 공포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는 데 위안을 받는다.

참고문헌 :

『알고 싶은 과학의 세계』, 리처드 플레이스트, 문예출판사, 2000.

「예방주사 대체하는 백신 바나나」, 이충환, 과학동아, 2002년 8월.

「굿바이! 주사기-이젠 바르고 뿌리는 백신」, 손택균, 동아사이언스, 2005.05.23.

「유니버설 백신 디자인을 향해」, 성백린, 과학동아, 2007년 10월

「‘주사 대신 눈에 넣는 백신’ 개발 길 열려」, 최은미, 머니투데이, 2010.11.24.

「백신의 모든 것」, 심재우, 중앙일보, 2011.03.08.

「[임한웅의 의공학 이야기] 주삿바늘 공포 없는 백신」, 임한웅, 서울신문, 2018.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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