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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 조건 추가된 농어촌 민박업…“청년 창업 막는 규제”

입력 2020-02-16 18:00

11일 개정안 공포…"건물주여야 안전 관리 잘한다는 논리, 귀촌 줄어들 것"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한 건물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 경찰 과학수사요원과 소방 화재조사 요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동해시 어달동의 한 건물에서 가스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로 9명의 사상자가 발생, 경찰 과학수사요원과 소방 화재조사 요원들이 사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5월 11일부터 주택을 자가 소유한 사람만이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 농어촌 민박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농어촌 지역의 청년 창업을 가로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정부의 규제 완화 기조와 배치되는 법 개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일 농어촌 정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공포됐다. 법률안에는 농어촌 민박 사업을 하기 위한 요건 4개가 신설됐다. 구체적으로 △농어촌지역 또는 준농어촌지역의 주민일 것 △농어촌지역 또는 준농어촌지역의 관할 시ㆍ군ㆍ구에 6개월 이상 계속하여 거주하고 있을 것(적법하게 신고된 농어촌민박을 상속받은 자는 제외) △신고자가 거주하는 건축법 제2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단독주택 △신고자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단독주택이다. 이 법은 공포 6개월 뒤인 8월부터 시행되며, 제86조 2항 제 4호인 △신고자가 직접 소유하고 있는 단독주택(임차한 주택은 제외)은 3개월 뒤인 5월부터 시행된다.

문제는 농어촌 민박업 요건에 ‘직접 소유한 단독주택’ 조건 탓에 청년들의 창업에 새 규제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농어촌 민박업 요건에는 이미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 단독주택을 이용해야 한다는 실거주 규정이 있어 규제 논란이 있었다. 기존 규정에 ‘소유’ 요건이 추가된 것은 규제 샌드박스 등으로 규제 개혁에 힘을 주는 정부 기조와 배치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자본이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은 농어촌 민박업에 진입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귀농 귀촌 지원 확대 방침과도 대조된다.

강원도 강릉에서 게스트하우스 운영하는 강 모 씨는 단순히 관리 감독의 편의를 위해 자가 주택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농어촌민박업 진입을 막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씨는 “무허가와 실거주에 대한 단속과 점검이 중요한 문제이지 자가와 임차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단순히 주택 소유 여부에 따라 허가를 내주는 것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올해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한 지 3년 차인 강 씨는 자신의 경우 당장 처벌 대상은 아니라고 밝혔다. 신설된 조항에 예외조항을 이용해서다. ‘자가 단독주택’의 예외 조항은 △관할 시ㆍ군ㆍ구에 3년 이상 거주하면서, 임차로 농어촌민박을 2년 이상 계속해서 운영했고, 제89조에 따른 사업장폐쇄 또는 1개월 이상의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적이 없는 자 △관할 시ㆍ군ㆍ구에 3년 이상 계속하여 거했으며 임차해 2년 이상 계속 농어촌민박을 운영하고자 하는 자다. 그러나 이 조항에서도 2년 이상 계속 운영하지 않을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처벌 내용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농림부)는 법 개정의 취지가 민박업의 신고 요건을 강화해 안전을 보강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12월 ‘강릉 펜션 참사’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고등학생 3명이 사망하고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당시 참사 이후 농어촌 민박업의 안전 관리를 강화할 필요성이 크게 대두됐다. 해당 참사는 업주의 보일러 관리 미비로 인한 일산화탄소 누출이었다. 강릉 펜션 사고 업체는 민박업으로 등록돼 있었으나 최근에는 펜션, 게스트하우스 등이 불법 숙박영업을 하면서 지자체의 모니터링을 피하는 문제도 꾸준히 제기됐다.

농림부 관계자는 “규제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다”라며 민박업 신고 요건을 강화할 필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법 개정이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대부분 임차한 주택의 사업장에서 사고나 발생했다”며 “건물 관리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할 필요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설명에도 ‘자가 소유’가 민박업의 필요조건이 돼야 하는지는 논란거리다. 게스트하우스 사장인 강 씨는 “안전에 소홀한 업체의 관리 감독을 강화하면 될 일인데 공무원들이 입장에서 힘들어지니까 관리를 편하게 하려고 만든 규제로 보인다”고 밝혔다. 강 씨는 법 개정 영향을 받아 청년들의 귀농, 귀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청년들이 귀농해서 할 수 있는 일이 한정적”이라며 “강원도 양양군에서 최근 농어촌 민박업을 하기 위해 귀촌하는 젊은 인구가 늘고 있는데 ‘소유’ 규정은 이 같은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효성도 문제다. 빈집을 리모델링해 공유 숙박을 중개하는 스타트업 ‘다자요’의 남성준 대표는 “소유주가 민박을 운영해야 안전할 것이라는 논리는 막연한 상상”이라고 꼬집었다. 다자요는 농어촌 정비법의 실거주 요건 탓에 사업 모델을 포기해야 했다. 현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상태다.

남 대표는 이 같은 법 개정이 안전 관리에 관한 고민이 부족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논리라면 식당, 독서실 등 모든 자영업자가 업장을 소유해야 하냐”고 반문하며 “농어촌 민박업이 죽는 결과만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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