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 경매시장서도 공장 '찬밥 신세'

입력 2020-01-3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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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0-01-3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3곳 중 2곳은 유찰…'부울경' 공장 경매 물건, 2년새 34% 증가

30일 오후 1시 인천지방법원 219호 법정. 법원 경매 개찰이 시작됐지만 법정 안팎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플라스틱 업체 T사(社)의 인천 서구 주안공단 공장도 이날 경매에 올랐다. 밀폐용기, 가전제품 등을 만들던 T사는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기업은행 등에서 수십억 원대 빚을 졌다. 이 빚을 해결하지 못해 공장이 경매에 넘어갔다.

이날 경매는 T사 공장의 두 번째 경매다. 11월 열렸던 첫 번째 경매는 응찰자가 아무도 없어 유찰됐다. 법원은 최저입찰가격을 54억 원에서 38억 원으로 낮춰 다시 경매에 부쳤다. 두 번째 경매에선 한 공사업체가 43억 원에 T사 공장을 가져갔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경매시장으로 내몰리는 공장이 늘고 있다.

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 경매 물건으로 나온 공장은 4796곳이다. 공장 경매는 2016년 5128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2년 동안 감소했으나 다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전년(4515곳)과 비교하면 경매 물건이 200곳 넘게 늘었다.

경매업계에선 제조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빚이 늘어난 공장이 경매로 내몰린다고 우려한다. 2018년 사업 부진을 이유로 폐업한 제조업 기업은 2만6431곳으로 5년 전(2만1233곳)보다 24.4% 늘었다.

공장 경매는 제조업 중심지인 부울경(부산ㆍ울산ㆍ경남)에서 특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7년 부울경 지역의 공장 경매 건수는 935건이었다. 지난해엔 34%가 늘어난 공장 1253곳이 경매에 나왔다. 조선업과 기계산업 등 지역 주력산업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탓이다.

주안공단 인근 N공인 관계자는 "주안공단도 경기가 최악이다"며 "쇼핑몰 물류창고로 공장을 넘기거나 경매에 넘어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장은 경매시장에서도 인기 없는 물건이다. 경기가 급격히 개선되지 않는 이상 운영비 부담만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또 최저 가격이 높아 접근성도 떨어진다.

지난해 법원 경매에 부쳐진 공장 가운데 새 주인을 찾은 물건은 1600곳(33.4%)뿐이다. 경매에 오른 공장 세 곳 중 두 곳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한다는 의미다. 낙찰률(경매 진행 건수 대비 낙찰 건수 비율)이 80~90%를 넘나드는 아파트 경매와는 딴판이다.

낙찰을 받더라도 제값을 못 받을 가능성도 크다. 지난해 열린 공장 경매의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67.4%에 그쳤다. 지난해 경매에 나온 공장들은 실제 가치의 3분의 2밖에 못 받았다는 뜻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제조업 경기에 대한 비관론이 팽배한 상황에서 경매에 나온 공장이 제값을 받기 힘들다고 본다.

T사 공장만 해도 처음 법원이 정한 최저입찰가격의 80%밖에 못 받았다. T사가 중소기업은행에 진 빚도 채 못갚는 돈이다.

그나마 공장 경매에 입찰서를 내는 곳은 사업 확장을 원하는 유사업종 기업들이다. 경매를 통해 공장을 낙찰받으면 새로 공장을 지을 때보다 싼 값에 생산시설을 확충할 수 있어서다. 돈을 떼일 것을 걱정하는 채권자가 '한 푼이라도 챙기자'는 심정으로 공장을 낙찰받은 일도 적잖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경매시장을 전전하는 공장이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명원 지지옥션 연구원은 "공장 경매는 아파트 경매와 달리 경기를 느리게 반영한다"며 "현재 같은 경제 상황에서 잠깐 경기가 좋아졌다고 공장을 낙찰받으려는 사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산업단지 모습. (뉴시스)
▲대구의 한 산업단지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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