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한 토막] 신정과 설날

입력 2020-01-06 05:00 수정 2020-01-06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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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라 편집부 교열팀 차장

경자년 새해가 밝았다. 2020년 달력을 펼쳐서 올 한 해 챙겨야 할 기념일을 표시했다. 2020년은 경사스러운 일이 슬픈 일보다 훨씬 많이 달력에 표시되기를 희망하며 꼼꼼하게 적었다. 그런데 올해 1월 달력을 살펴보니 양력설인 1일은 ‘신정’, 음력설인 25일은 ‘설날’로 표시되어 있다. 같은 의미의 설을 두고 다르게 표현하는 이유는 뭘까.

오늘날 우리가 보통 설 또는 설날이라고 부르는 날은 음력 1월 1일로, 음력설이다. 한때 ‘구정’이라고도 불렸다. 설은 ‘삼국유사’에도 기록이 남아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고유의 풍습이다. 반면 양력설로 일컫는 신정은 새해 첫날인 양력 1월 1일로, 일제강점기 때 생긴 용어이다.

양력 1월 1일을 설로 처음 사용한 시기는 서양으로부터 태양력을 도입한 대한제국 고종 때이지만, 당시 백성들의 대부분은 전통적으로 쇠온 음력설을 지냈다. 이후 일제가 우리나라를 강점했을 때 우리의 전통 명절인 설(음력 1월 1일)은 버려야 할 구습이라는 의미로 구정(舊正)이라 부르며 명절로 쇠지 못하게 억압했다. 반면 일본인들이 쇠는 양력 1월 1일을 새롭다는 뜻으로 신정(新正)이라 하고, 이를 명절로 쇠도록 강요했다. 광복 후에도 양력설과 음력설을 이중으로 쇠는 이중과세(二重過歲)가 한동안 지속되었고, 음력설은 공휴일에서도 제외됐었다. 1989년 음력설이 공식적으로 ‘설날’이라는 이름을 되찾게 되면서 공휴일도 3일(설 전날, 설, 설 다음 날)로 확대됐다.

앞서 구정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선조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고유 명절인 설날을 일제의 잔재인 ‘구정’으로 표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설 또는 설날이라고 해야 적합하다.

오늘날 양력설로 일컫는 ‘신정’은 새해를 시작한다는 의미가 더 강하며, 음력설인 ‘설날’은 우리의 전통 명절로 지켜지고 있다. 신정이든 설날이든 새해 첫 시작을 의미한다. 2020년 새해가 밝았지만 미처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면,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실현 가능한 계획을 세워 달력에 표시해 보는 건 어떨까. 올 한 해 알차게 세운 계획들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할 당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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