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준섭의 중국 경제인열전] “그의 모방은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창조와 혁신이었다”

입력 2019-11-2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세계 최대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 텐센트의 창립자 마화텅

알리바바 제친 中 최대 인터넷 기업

2014년 중국의 인터넷 기업 텅쉰(騰訊·텐센트·Tencent)의 창업자인 마화텅(馬化騰)은 1007억 위안(元)의 재산으로 중국 1위의 부호로 뽑혔다. 그리고 2017년 8월, 텅쉰의 총재산 가치는 3884억 달러로 3878억 달러의 알리바바를 제쳤다.

중국 최대 종합인터넷 회사로서 메신저 프로그램인 QQ로 잘 알려져 있으며, 현재 독보적인 세계 1위의 게임회사인 텅쉰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바로 QQ 메신저다. 웬만한 중국인들은 QQ 메신저 아이디를 모두 가지고 있고, 텅쉰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온라인게임은 별도의 계정이 필요 없이 QQ 메신저 아이디로 로그인할 수 있다. 이렇듯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텅쉰은 온라인 게임을 비롯하여 검색 엔진, 소프트웨어 개발, 모바일 게임, 전자 상거래 그리고 메신저까지 모든 것을 제공한다.

세계 최대의 소통 도구, QQ

마화텅은 1971년 중국 남부의 하이난(海南) 섬에서 태어났다. 그의 부친은 항만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그의 나이 열세 살 때 그의 가족들은 하이난 섬을 떠나 선전(深圳)으로 이사를 했는데, 그곳에서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마화텅은 우수한 성적으로 선전대학 전자공학학부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무선호출기 통신회사에 취직한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을 담당했다. 그곳에서 그는 소프트웨어 개발의 의미가 단순한 오락이 아닌 실용에 있음을 인식했다. 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은 선전 시내에서 이미 명성이 높았다.

1998년 마화텅은 대학 친구인 장즈둥(張志東)과 텅쉰(騰訊)이라는 컴퓨터시스템 회사를 차렸다. 텅쉰이란 명칭은 마화텅(馬化騰)의 ‘텅(騰)’과 메신저의 의미를 지닌 중국어 ‘쉰(訊)’의 두 글자를 합해 만든 것으로서 “강력한 메신저”라는 뜻이었다. 텐센트(Tencent)는 텅쉰을 영어로 표기한 것이다. 그의 첫 사업은 무선호출기와 인터넷을 연결하는 서비스였다. 그러나 휴대전화 시대로 들어서면서 무선호출기는 몰락하여 그의 사업은 곧 난관에 부딪혔다.

그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ICQ(I Seek You!)를 모방한 QQ라는 인터넷 메신저를 개발했다. 초기에는 OICQ(Open I Seek You!)라는 이름으로 서비스하다가 ICQ 측이 소송을 제기하면서 QQ로 바꾸었다. 이 QQ 메신저는 중국에서 ‘국민 메신저’ 역할을 했다. 이제 모든 중국인이 하나씩 QQ 아이디를 가지게 되었다. 텅쉰은 QQ 아이디와 연동된 온라인 게임을 개발하여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그리하여 텅쉰은 검색엔진으로 성공한 리옌훙의 바이두, 전자상거래로 성공한 마윈의 알리바바 그룹과 함께 중국 IT업계 삼대 거두로 자리 잡았다.

▲마화텅 텐센트 회장 겸 CEO가 2017년 12월 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포춘 500 글로벌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엔지니어이며 인터넷·기술기업가인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 최대 투자회사 및 인터넷회사 중 하나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텐센트의 설립자이다.   광저우/EPA연합뉴스
▲마화텅 텐센트 회장 겸 CEO가 2017년 12월 6일 중국 광둥성 광저우에서 열린 ‘포춘 500 글로벌 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엔지니어이며 인터넷·기술기업가인 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 최대 투자회사 및 인터넷회사 중 하나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텐센트의 설립자이다. 광저우/EPA연합뉴스

모방에서 시작, 진정한 혁신을 결합

사업 초기부터 QQ의 동시 접속자 수는 급증하였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기술력도 커다란 과제로 부각되었고, 2000년 인터넷 거품이 중국 온라인시장을 휩쓸었다. 텅쉰도 가장 큰 난관에 부딪혔고 특히 자금난으로 위기에 빠졌다. 마화텅은 여섯 개 버전으로 된 20여 페이지의 사업계획서를 손에 쥐고 외국의 벤처투자자들을 분주히 만났다. 결국 투자 유치에 성공하였고, 이후 텅쉰은 점차 정상적인 발전 궤도에 오를 수 있었다. 그리고 2004년 6월에는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하였다.

2013년 1월, QQ는 3년 만에 사용자 수가 3억 명을 돌파하였다. 그러나 분명한 수익모델이 부재했다. 고심하던 마화텅은 예를 들어, 한국의 싸이월드의 ‘아바타’를 주목했다. 그리고 그것에만 머물지 않고 유명 브랜드의 상품을 QQ 사용자의 아바타에 입힐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시도는 큰 성공을 거뒀다. 이렇듯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어냄으로써 2009년 그의 QQ 제국은 마침내 중국에서 국민 인터넷 메신저로 성장하였다.

2010년 3월 5일 저녁 7시 52분 58초, 이 시각은 가히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바로 QQ의 동시 접속자 수가 1억 명을 돌파한 시각이다. 인류가 인터넷 시대에 진입한 이래 전 세계에서 최초로 단일 응용프로그램의 동시 접속자 수가 1억 명의 관문을 넘어선 것이었다. 다음 해인 2014년에는 QQ 동시 접속자 수가 다시 2억 명을 돌파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태평의 시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인터넷 메신저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 위기에서 마화텅은 그러한 시장의 변화를 빠르게 감지했다. 그리고 곧 사업 방향의 전환을 시도했다. 그는 한국의 카카오톡에 힌트를 얻어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WeChat)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여기에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를 결합시켜 스마트폰만으로 송금을 비롯해 오프라인 결제, 택시 호출 등이 가능한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했다.

▲마화텅(오른쪽) 텐센트 회장 겸 CEO가 2018년 12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경축식’에서 유공자로 선정돼 표창을 받은 뒤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저우·베이징/EPA연합뉴스
▲마화텅(오른쪽) 텐센트 회장 겸 CEO가 2018년 12월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경축식’에서 유공자로 선정돼 표창을 받은 뒤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광저우·베이징/EPA연합뉴스

“고객 가치가 출발점이자 종착점”

마화텅은 중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 중의 한 명이지만, 동시에 가장 내향적인 부자 중의 한 명이다. 심지어 소극적인 측면까지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을 창조하였다.

“고객의 가치야말로 모든 것의 출발점이자 종착점이다.” 텅쉰의 기업 이념이다. 이러한 이념의 토대 위에서 오늘의 텅쉰은 이루어졌다. QQ 가입자 수는 2009년 이미 10억 명을 넘어섰고, 활동적인 가입자 수만 해도 2018년 2분기 현재 QQ는 8억 명, 위챗은 10억 5000만 명을 넘었다.

해외에서 훌륭한 아이디어를 들여와 중국에 맞게 현지화하면서 기존의 기능을 넘어서는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 마화텅의 지론이었다. 그의 모방이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이며 혁신적이라 평가받는 이유다. 그는 기업 발전에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건강한 성장이 중요하고, 지나치게 높이 뛰어오를 필요 없이 천천히 간다”는 원칙을 견지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인 그는 기술을 핵심으로 하는 회사 원칙을 견지하며 기술 개발과 품질 제고에 모든 힘을 쏟는다. 10개의 약한 것은 강한 하나보다 못하다고 그는 확신한다. 좋지 못한 상품은 단지 점수만 깎일 뿐이고, 정신만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온라인의 신성(新星) 마화텅은 중국의 ‘한자녀 가정’과 방대한 이동통신의 인구를 연결시킴으로써 ‘SNS의 잡담 도구’인 QQ를 완성시켰다. 그는 텅쉰을 온라인 상업제국으로 변모시킴으로써 온라인계의 ‘공적(公敵)’, 좋게 말하면 ‘목표’ 혹은 ‘모델’이 되었다.

결국 마화텅의 성공 요인은 중국의 방대한 인구를 토대로 하는 초거대 시장, QQ의 압도적 유저 수 그리고 시장의 변화와 시대의 흐름에 대한 직관과 안목이 결합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는 모방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혁신하였고, 창의를 결합시켜 하나의 방대한 ‘QQ 제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동시에 그것은 중국인을 위한 전혀 새로운 소통방식의 창조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범죄도시4’ 이번에도 싹 쓸어버릴까?…범죄도시 역대 시리즈 정리 [인포그래픽]
  • 직장 상사·후배와의 점심, 누가 계산 해야 할까? [그래픽뉴스]
  • 동네 빵집의 기적?…"성심당은 사랑입니다" [이슈크래커]
  • 망고빙수=10만 원…호텔 망빙 가격 또 올랐다
  • ‘눈물의 여왕’ 속 등장한 세포치료제, 고형암 환자 치료에도 희망될까
  • “임영웅 콘서트 VIP 연석 잡은 썰 푼다” 효녀 박보영의 생생 후기
  • 꽁냥이 챌린지 열풍…“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다닙니다”
  • 올림픽 목표 금메달 10개→7개 →5개…뚝뚝 떨어지는 이유는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4.19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4,653,000
    • +0.86%
    • 이더리움
    • 4,533,000
    • +1.05%
    • 비트코인 캐시
    • 726,500
    • +4.23%
    • 리플
    • 763
    • +4.09%
    • 솔라나
    • 215,300
    • +0.89%
    • 에이다
    • 716
    • +4.53%
    • 이오스
    • 1,190
    • +4.48%
    • 트론
    • 162
    • +0.62%
    • 스텔라루멘
    • 168
    • +2.44%
    • 비트코인에스브이
    • 100,100
    • +3.84%
    • 체인링크
    • 21,330
    • +4.92%
    • 샌드박스
    • 683
    • +4.7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