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금감원과 감사원

입력 2019-11-20 17:21 수정 2019-11-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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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영 변호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면서 낯선 것들 중 하나가 감사원 감사였다. 검찰 재직 시절에는 감사 나온 감사원 직원을 본 적도 없고 감사원 감사를 신경 써 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금감원에 있어 보니 감사원은 막강한 권한을 가진 ‘갑 중의 갑’이라는 것을 느끼게 됐다.

금감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지도 않고 국가 예산을 지원받지도 않는데 왜 감사원 감사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점이 들기는 하지만, 금감원의 권한을 생각해보면 감사원의 금감원 감사가 이해는 된다. 그런데 막상 감사원의 감사를 받아 보면서 부당하다는 느낌이 든 사례가 더러 있었다.

첫째, 감사원이 증권 파트에 근무하는 금감원 직원의 업무처리가 위법하다며 징계요구를 한 적이 있다. 그 당시 징계요구가 합리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감사원 공무원과 금감원 직원의 사소한 견해 차이에 불과하다고 여겨졌는데 나중에 보니 큰 사건이 돼 버렸다. 그 이유를 추측해 보면, 같은 회계사 자격이 있고 나이도 비슷한 금감원 직원이 잘못했다고 인정했으면 끝날 일을 논리적으로 따지고드니 소위 ‘괘씸죄’에 걸린 것으로 보였다. 나중에 이의신청을 하는 등 불복절차를 거쳐 어느 정도 원하는 결과를 얻었지만 그 과정은 매우 소모적이고 피곤한 노릇이었다.

둘째, 필자가 금융감독원의 부원장보로 재직할 때 금감원 국장은 검사 출신 후배였다.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어떤 법률 이슈에 대한 금감원 업무처리가 틀렸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감사원 직원은 법조 경력 10년 정도의 변호사였다. 아무리 살펴봐도 법률적으로 무리한 지적이었고, 이에 대응하는 금감원 팀장은 그를 설득할 수 없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 법조 경력 25년, 국장 법조 경력 20년 합계 45년이니 법조 경력 10년 변호사가 양보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득해 효과를 보았다. 나와 조사국장이 법조인이라는 사실을 감사원 직원이 뒤늦게 알고 양보한 것 같았다.

첫 번째 사례는 회계사 자격을 가진 감사원과 금감원 직원 2명이 경력이 비슷하면서 게다가 동년배이다 보니 감정 싸움으로 시작된 해프닝으로 보이고, 두 번째 사례는 법조인끼리 붙었는데 경력에서 밀리니 양보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솔직히 말해 감사원 감사가 단순히 경력이나 나이로 좌우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는 것은, 감사원이 자신의 권한을 적정하게 사용하기보다는 관료 갑질이 더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행시 출신 선후배나 친구들이 “국회 국정감사는 견딜 수 있지만 감사원 감사는 말이 안 통해서 힘들다”고 호소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특히, 감사원의 직무감사는 신중해야 한다. 최소 몇 년간 그 해당 업무를 처리해온 직원과 그렇지 않는 감사원 직원과는 업무이해도나 경험에 있어서 큰 격차가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감사원 입장에서는 ‘논리적으로 잘 설득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즉, 감사원 직원의 질문에 토를 달면 범행을 부인하는 피의자 취급을 받으니 논리적 설득이 가능할 리 없다. 게다가 경력이 일천한 감사관에게 훈계라도 듣게 되면 자괴감마저 든다. 그런 면에서 감사원의 감사방법이나 절차 등은 개선돼야 한다. 솔직히 이 글로 인해 금감원이 감사원으로부터 곤란한 지경에 처할까 걱정도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감사원 갑질을 금감원 직원들이 보고 배워 금융기업 검사과정에서 실행에 옮긴다는 점이다. 물론 극히 일부겠지만, 금융기업 임직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금감원 검사도 감사원 갑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다 보니 매년 금감원장이 바뀔 때마다 금융기업에 대한 검사 프로세스 개선에 대한 고민이 반복되는 것이 아닌지.

감사원의 관료갑질 근절을 위한 획기적 개혁도 필요하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금감원도 감사원식 갑질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반면교사로 삼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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