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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완의 복지플랫폼] 이기적 인간이 복지국가의 정의(正義)를 구현하려면

입력 2019-10-11 05:00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복지국가가 추구하는 정의(正義)에 대해 이보다 간결하고 핵심적인 정의(定意)를 찾기 어렵다. 안타까운 것은 흠 없는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고 왜곡되는 현실이다.

노동시장 불평등 해소를 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새로운 불공정 논란을 야기했다. 젊은 취업준비생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일자리에 지원할 평등한 기회를 박탈한다고 분노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는 약속에 못 미치는 여전한 임금 격차에 실망했다. 어떤 기관은 기금을 털어 정책을 따른 대신, 향후 신규 채용과 혁신 투자를 위한 재정 여력을 남김 없이 희생시켰다. 현실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준비가 안 된, 전문성 없이 서두른 정책 때문이다.

한 지방자치단체는 초중고 학생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친환경 대신 일반 식재료가 공급되었고, 학교에 독점 대량 공급한 어떤 유통기관은 친환경도 아닌 일반 식재료를 시중보다 30% 이상 비싼 가격으로 납품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처럼 시민의 세금이 특정 집단을 위해 낭비되고, 지위를 통해 사익을 추구하는 인재(人災)가 정권을 불문하고 여기저기 넘친다. 그들의 도덕불감증에 분노하기도 지친다면, 이제 우리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불공정 행위를 예방하는 철저한 시스템 부재로 매번 유사한 사고를 겪는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고쳐야 할 때다.

복지국가의 역설은 절대적 정의, 선한 인간에의 믿음이 도리어 정의로운 정책설계를 저해하는 데 있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정의는 상이한 이해집단 간 힘의 논리에 좌우된다. 현실은 상식만으로는 답 내기 어려운 복잡한 퍼즐이다. 이런 냉정한 회의론이 제도 발전에 도움이 된다. 그래야 이해충돌 상황에 대비한 안전시스템과 이해균형을 위한 전문적 접근이 왜 중요한지 비로소 이해되기 때문이다.

복지국가는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정의롭게 배분하는 국가다. 그 출발은 다양한 이해 균열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복지국가는 여성과 남성, 청년과 노인,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 실업자, 소상공인, 자본가 등의 다양한 시민으로 이루어지고, 이들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특정집단의 이익에 치우친 배분은 정의롭지 않다.

이기적 인간이 정의에 합의하는 길은 과연 있을까? 정치철학자 존 롤스는 이를 위해 ‘무지의 베일’ 상황을 제안한다. 자신의 지위와 상황을 잊은 채 분배원칙을 논의하는 가상 공간이다. 이 안에서는 내가 청년 구직자, 미혼모 그 누구일지 모른다고 상상한다. 누구라도 힘들고 억울하지 않는 공평한 길이 무엇일지 자신을 위해 열심히 역지사지하다 보면, 결국 약자 배려와 기본적 가치에 대한 평등한 배분에 기꺼이 합의하게 된다. 비록 현실에 존재하지 않지만, 개인의 이기심을 통해서도 고귀한 결론에 합의하게 되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만큼 완벽하진 않아도 우리는 다양한 합리적 전략을 동원할 수 있다. 불리한 정보일수록 감추기보다는, 우리가 처한 위험과 제약을 가감없이 공유하는 것이 좋다. 사실을 공유하면 문제해결에 대한 책임감이 분담되고, 합의로 가기 위한 공통분모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이득과 손실이 사안마다 다양하게 갈리는 복수의 정책 어젠다들을 함께 다루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이해관계 균열 속에서도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상호 이익이 중요하더라도, 모두에게 혜택을 주겠다는 약속에는 일단 의문을 가져보자. 아무도 값을 치르지 않는 공짜 점심은 없기 때문이다. 세계 유례없는 고령화 속도에 아찔한 중에, 지금 세대에게 더 많은 노후연금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면, 비용은 누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전 세계가 대책 없이 우물쭈물하는 동안, 기후변화로 암울한 지구의 미래는 누구 몫이 될 건가.

얼마 전 뉴욕에서 열린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트럼프 대통령을 주시하는 장면이 사진에 담겼다. 그녀가 노려본 건, 미래 세대의 불평등한 부담 앞에 눈감는 현세대의 ‘이해충돌’ 상황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사회와 인간은, 번식을 위해 철저히 복무하는 도킨슨의 ‘이기적 유전자’로부터 진정한 이기심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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