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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시장에도 ‘칼’ 빼든 정부…'전월세 신고제' 추진에 다주택자 ‘긴장’

입력 2019-08-26 16:52 수정 2019-08-26 18:30

정부가 주택 임대차(전·월세) 시장에도 ‘칼’을 뽑아 들었다. 대의적인 명분은 임차인 보호이지만, 그 속내는 다주택자를 다시 한번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주택 전·월세 거래 신고를 의무화하면 어느 지역에, 어떤 아파트가 얼마에 전·월세 계약을 체결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집을 구하는 세입자로서는 시세보다 비싼 값에 계약하는 실수를 줄일 수 있는 반면, 집을 세 놓는 집주인 입장에서는 임대로 발생한 소득 정보를 완전히 공개해야 한다. 그동안 갭투자(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투자 방식)로 남모르게 주머니를 채웠던 다주택자들의 뒷주머니가 세상에 알려지는 셈이다.

연내에 관련 법률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공포가 이뤄진다면 오는 2021년 초부터 전·월세 거래 신고제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집값 안정화 연장선 조치…갭투자 차단 취지 커”

시장에서는 이번 주택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화 도입을 현 정부의 주택 시장 안정화 정책의 연장선으로 보고 있다. 최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을 조였다면 이번엔 다주택자들의 갭투자 의지를 꺾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주택 매매계약은 지난 2006년 부동산 거래신고 제도 도입으로 실거래 정보를 신고하고, 공개하도록 법적 장치가 돼 있다. 그러나 주택 임대차 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어 개선 사안으로 늘 지적됐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 전세 계약만 6만6000건(이달 26일 기준)에 달한다. 월세 거래(약 2만6000건)까지 더하면 10만 건에 거의 근접하다. 그러나 임대차 거래가 투명하지 않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체결한다거나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임차인들의 피해가 종종 발생했다.

특히 최근 집값 변동성이 커지면서 이 같은 피해가 눈에 띄게 늘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전세반환보증을 통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대위변제 금액이 지난달에 1000억 원이 넘은 것을 보면 주택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법률적으로 옭매려고 하는 게 의미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해도 신고를 안하는 집주인들은 있을 것”이라며 “특히 갭투자자들이 그동안 세금 부담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 제도를 통해 직접 거주, 임대사업자 등록 아니면 집을 사지 말라는 메시지를 다시 한번 더 시장에 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화가 정착되면 거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집주인의 무리한 집값 인상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중위 전세가격은 4억1300만 원을 웃돈다. 강남4구(강남·강동·서초·송파구)가 속한 서울 동남권은 5억5800만 원으로, 이 가운데 서초구는 6억7000만 원에 달한다. 웬만한 집 한 채 값보다 비싼 수준이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겸임교수는 “신고 의무화를 하면 거래 통계가 공개되기 때문에 집주인이 전세가격을 급격하게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주택 공급 부족과 저금리 영향으로 전세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대차 시장 위축·세입자 세금 전가 우려도

일각에서는 주택 전·월세 거래 신고 의무화의 부작용을 세입자가 떠안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거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집주인이 늘어날 경우 임대차시장이 위축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래 공개로 부담해야 하는 세금을 전세보증금이나 월세에 전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일부 시장 전문가는 내년부터 연 2000만 원 이하 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가 끝나고 분리과세가 시행되는 만큼 임대소득자들의 세금 납부 현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내년부터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건에 대한 세무조사가 본격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며 “내년부터 시행하는 주택임대소득 과세 추이를 보고, 세금 납부 대상을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것도 시장 파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주관부처인 국토부도 이 같은 우려를 인지하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임대료에 반영돼 임대료가 비싸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도 있다”면서도 “임대차 거래 정보 데이터가 쌓이면서 전·월세 시세가 보다 정확해지고,이는 적정한 수준의 임대차 계약으로 이어져 자연스럽게 전세시장 안정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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