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피플]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공매도, 개인이 쉽게 참여할 수 있어야”

입력 2019-04-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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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은 자유롭고 개인은 접근하기 어려운 불공평한 시장 구조가 문제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가 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연구원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18세기 영국에서는 곰가죽을 팔던 사냥꾼들이 갖고 있지 않아도 미리 돈을 받고 파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시세가 떨어질 것으로 믿었기 때문인데, 이는 현재의 공매도와 유사하다. 1720년 남해회사 버블사태로 영국 주식시장이 휘청거릴 때 “곰을 팔기 전에 곰의 가죽부터 팔지 말라”는 말이 돌았을 정도이니, 공매도의 역사는 꽤 긴 셈이다.

공매도를 둘러싼 논의가 연일 뜨거운 가운데, 3일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연구위원인 황세운(47) 박사를 만났다. 그는 주식을 비롯해 채권, 금융 관련 세제, 공매도 등 자본시장의 다양한 분야를 섭렵한 베테랑이다. 현재 금융감독원 금융투자업인가 외부평가위원회 위원, 금융위원회 공적심사위원회 위원, 금융투자협회 자금운용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황세운 박사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데, 공매도가 있어야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이 제공된다”며 “유동성이라는 것은 가격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기관투자자와 개인투자자의 인식은 굉장히 상이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원인으로 ‘개인을 위한 공매도 시스템 부재’를 꼽았다. 현행 공매도는 법적으로 허용돼 있는 투자전략이다. 그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서는 주식을 빌려와 매도해야 하는데 개인이 주식을 빌릴 만한 곳이 거의 없다”며 “증권사는 보유 주식이 없고 국민연금 등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기관은 신뢰가 보장되지 않는 개인에 선뜻 주식을 빌려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 박사는 “기관은 기관끼리 서로 주식을 빌려와 자유롭게 공매도에 나설 수 있지만 개인은 할 수 없는 구조인 만큼 불공평성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건 당연한 현상”이라며 “결국 개인이 공매도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권사들이 개인에게 주식을 빌려줄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 시장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주식시장 체계가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거래가 매우 활발하다. 2017년 거래대금을 기준으로 일본 증시에서 매도 금액의 9.1%가 개인에 의한 공매도였다.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코스피시장에서는 개인의 공매도 비중이 0.4%에 불과했다. 그는 “일본 역시 우리와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며 “그러나 개인들에게 주식을 풀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서 개인도 손쉽게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는 시장이 확립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자본시장에서의 주요 화두인 증권거래세 인하에 대해서는 “해외에서도 거래세는 기본적으로 없어지고 있는 추세인데 실제 선진국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거래세는 양도소득세 형태로 전환돼 있다”며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원칙을 감안하면 반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의 증권거래세는 0.3%다. 같은 아시아권인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 중국은 모두 0.1% 수준이다. 일본은 거래세가 아예 없다. 유럽에서는 예외적으로 프랑스가 금융위기 이후 투기억제를 목적으로 거래세를 도입했다. 다만 시가총액 1조 원 이상 기업들에 한해, 금융회사 등 기관들의 주식거래에 한해 부과된다. 개인에게는 부과되지 않는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거래량과 유동성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거래세는 거래비용이기 때문에 시장의 유동성을 줄이고, 이는 시장에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꺼번에 폐지하면 세수의 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에 단계적으로 인하해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게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조언했다.

또 “주식의 양도소득세에서도 손익통상, 손실 이월공제, 장기투자에 대한 지원 등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며 “손익통상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하면 반대로 손실이 있는 곳에는 소득에서 통상할 수 있도록 빼주는 게 합리적인데, 주식이라는 게 파생상품들과의 연계 거래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투자상품은 변환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서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펀드까지 포괄적인 범위에서 손익통상을 허용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며 “통상할 이익이 없으면 내년도, 후내년도까지 이월시켜서 통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분산투자나 모험자본 축적 측면에서 통상과 이월공제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는 “코스닥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건 필요하다고 보는데, 저성장 기조가 계속해서 고착화되면 결국엔 돌파구는 하이테크 벤처기업이다”라며 “이런 기업들이 상장하는 곳이 결국 코넥스, 코스닥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여러 가지 종류의 인센티브와 혜택을 주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 관련 세법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황 박사는 “현재 세법은 너무 복잡하고 경우에 따라 상충되는 경우가 많다”며 “예를 들어 국내 주식에 대한 세금처리, 해외 주식투자에 대한 세금처리, 직접투자 방식과 간접투자 방식에 대한 세금처리가 굉장히 상이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다면 세제의 처리도 일관성 있게, 유사하게 가져가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

황 박사는 “그간 세제의 초점이 세수 확보에만 맞춰져 있었다면 이제부터는 세수 확보와 더불어 시장과 산업의 발전을 지원하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며 “두 가지의 목적을 고려해 세제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도 “세제와 관련해서는 추가적으로 연구해야 할 주제들이 상당히 많다”며 “증권거래세를 인하해서 폐지까지 가는 과정은 세율을 천천히 떨어뜨리면 되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거래세를 양도소득세로 전환하는 부분에서는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손익통상을 어떻게 가지고 갈 건가, 손실이월은 어떻게 할 건가. 장기투자에 대한 우대 세제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양도소득세를 신고제로 갈 것이냐 원천징수체제로 갈 것이냐 추가적인 고민이 많이 필요하다”며 “향후 집중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하고, 이런 부분에 대한 연구는 계속해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제도를 바꾼다거나 규제를 바꿀 때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부정적 효과를 사전적으로 검토하는 건 의미가 있기 때문에 우리 연구원의 역할이 매우 크다”며 “금융 관련 세제를 비롯해 공매도 등 자본시장에 필요한 연구를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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