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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법률-가족] 치매와 후견제도

입력 2019-01-07 14:17

인구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치매 노인을 둘러싼 여러 형태의 법적 분쟁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유형이 자녀 중 1인이 치매에 걸린 부모와 다른 가족과의 만남을 차단한 상태에서 부모의 치매 상태를 이용해 재산을 독차지하는 경우이다. 이 경우 다른 가족들은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가족들은 치매 노인의 신상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를 할 수 있다. 성년후견개시결정이 확정돼 성년후견인이 최종적으로 선임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따라서 통상 성년후견인 선임 전까지 임시로 신상보호, 재산관리를 맡을 임시후견인선임사전처분신청을 함께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가 있게 되면 가정법원은 피후견인이 될 사람(치매 노인)의 의사능력이나 사무처리능력에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치매 치료를 받은 병원 기록이 있는 경우 병원 기록을 참조하고, 재판장이 직접 법정에서 치매노인에게 날짜, 장소, 간단한 계산 등 몇 가지 질문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정신적 제약이 있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지속적으로 결여됐는지’를 판단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기준이 되는 것은 의사의 정신감정결과이다. 정신감정결과 사무처리능력이 결여됐다고 판단되는 경우 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치매 노인을 보호하기 위해 성년후견개시결정을 하게 된다. 때때로 자신은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며 감정을 거부하는 경우를 보게 되는데, 병원기록, 당사자심문 등을 통해 치매가 의심되는 상황이라면 감정거부가 성년후견개시결정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치매 노인이 정신적 제약으로 인해 사무처리능력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가정법원은 후견인을 누구로 선임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가족 간 갈등의 골이 깊은 경우에는 통상 변호사, 법무사 등 제3자인 전문가후견인을 후견인으로 지정한다. 최근에는 피후견인의 신상에 대해서는 가족 중 1인을, 재산관리에 대해서는 전문가후견인을 나눠 지정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후견인이 선임되면 그때부터 피후견인은 신상이나 재산에 대해 후견인의 보호를 받게 되므로, 가족이 임의로 재산을 가로채는 등의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리고 후견인이 선임되기 전 이미 가족이 치매 노인의 정신상태를 이용하여 재산을 증여받아 가로채 갔다면, 후견인은 피후견인인 치매 노인을 대리해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 증여가 무효 또는 취소임을 주장하며 치매 노인의 재산을 회복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가정법원의 성년후견개시심판절차와는 별개로 임의후견제도가 있다. 임의후견은 치매 등으로 인해 사무처리능력에 문제가 생길 상황에 대비해 후견개시사유가 발생할 때 누구를 대리인으로 정할지, 누구에게 어떠한 대리권을 수여할지를 미리 후견계약을 통해 정해놓는 것이다. 장래 자신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때 가족 간 분쟁이 발생하기를 원하지 않거나, 회사 경영 등을 이유로 특정한 누군가가 대리권을 행사하기를 원하는 경우 후견계약을 고려하게 된다. 후견계약은 공정증서로 체결돼야 하고 등기해야 하며 본인의 사무처리능력이 부족해져 가정법원이 임의후견감독인을 선임할 때부터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미 법원에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가 제기된 이후, 당사자가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후견인으로 지정하는 후견계약을 체결하고 등기해 임의후견을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까? 대법원은 우리 민법이 사적자치의 원칙에 따라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 후견계약을 우선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사건본인에 대해 후견개시심판청구가 제기된 후 심판이 확정되기 전 후견계약이 등기된 경우에도 임의후견이 우선한다고 본다. 다만 대법원은 후견계약에 따른 후견이 본인의 보호에 충분하지 않아 법정후견에 의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가정법원이 후견계약에도 불구하고 후견개시심판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실제 사건에서 후견계약의 체결 경위나 후견인과의 관계, 후견계약의 내용 등 제반 사정을 살펴 후견계약이 피후견인에게 불리하다거나 보호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여전히 후견개시심판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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