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반란 (22)] 김재윤 위버플 대표 “아시아 최초 빅데이터 기반 AI 투자자문”

입력 2018-06-18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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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개발자로 시작해 회계사→CEO 꿈 찾아 도전

막상 사업 시작하고 보니 최대 애로사항은 인재 발굴…자율근무·이익공유로 해결

▲김재윤 위버플 대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일도 막상 하면 해볼 만하다는 것. 그리고 요즘은 ‘한번 도전해볼 만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김재윤 위버플 대표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려운 일도 막상 하면 해볼 만하다는 것. 그리고 요즘은 ‘한번 도전해볼 만한 시대’라고 강조했다. 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아내가 셋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였어요. 무엇인가 모험적인 것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리스크가 커질 것 같았죠.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회사를 차려야겠다고 마음을 굳혔습니다.”

김재윤 위버플 대표는 창업을 결심했던 5년 전을 회상했다. 돈 때문은 아니었다. 당시 김 대표의 직장은 소위 ‘잘나가는’ 직장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벤처캐피털(VC)이었다. 공인회계사 자격증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늘 내 사업을 하고 싶다는 미련이 있었다. 이전까지의 경험을 살린다면 사업이 잘될 것 같다는 막연한 호기도 발동했다.

위버플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업체다. 김 대표는 위버플의 서비스에 대해 “아시아 최초의 ‘로보 애널리스트’”라고 소개했다. 예를 들어 어떤 투자자가 특정한 여러 조건을 갖춘 기업을 찾는 경우, 현재로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추천받는 방법이 유일하다. 하지만 위버플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투자대상 목록을 제공한다. 김 대표는 “현재 주된 고객은 은행, 보험사, 증권사 등 금융기관이지만, 나중에는 일반 개인투자자 모두가 편하게 전문적인 투자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향후 계획은 해외 시장 공략이다. 현재는 홍콩 진출을 모색 중이다. 시장 전망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김 대표가 위버플의 시스템을 ‘아시아 최초 로보 애널리스트’라고 언급한 것은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시스템이 개발 중이기 때문인데, 최근 이 시스템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약 6000억 원에 팔렸다.

김 대표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개발자에서 회계사로, 다시 최고경영자(CEO)로 여러 차례 변신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졸업 후 회사에 취직해 게임 개발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던 어느 날 사표를 내고 회계사 시험을 준비했다. 회계사에 합격한 뒤에는 회계법인에서 3년, 벤처캐피털에서 심사역으로 3년간 일했다. 이후 2013년에 위버플을 창업했다.

“회사에 다니던 시절 공을 들였던 게임이 실패하는 과정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만 열심히 하면 성공과 보상이 따라올 것으로 생각했죠. 그런데 실제 프로젝트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지점에서 망가졌어요. 내가 일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좁다는 것을 느꼈어요. 이전까지 모르던 분야를 알고 싶다는 마음에 회계사가 되기로 결심했죠.”

생각이 굳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은행으로 달려가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사표를 제출했다. 막상 직장을 그만두자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수험생활을 유지할 수 있던 것은 ‘절박함’이었다. 김 대표는 “첫 번째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았을 때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스스로 부끄러워지면 앞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에 이를 악 물고 끝까지 붙잡았다”고 말했다.

회계사 자격증을 들고 회계법인과 벤처캐피털에서 일했다. 그런데 역시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벤처캐피털에서 일해 보니 투자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이 세련되지 않았고, 기술이 들어가면 괜찮은 사업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전까지 내가 해 왔던 일이 여기에 맞는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업을 꿈꾸지만, 대부분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 김 대표 역시 많은 두려움이 앞섰다고 했다. 하지만 과거 ‘모험’을 해 본 경험이 결심을 굳히는 걸 도왔다. ‘해야겠다’고 결심한 일은 ‘해야만’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사업이 벌써 5년을 넘겼다.

물론, 창업 이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김 대표가 어려움을 느낀 부분은 사람을 구하는 일이었다. 능력을 갖춘 인재를 구하는 일도 어려웠고, 동기 부여를 유지하면서 붙잡아 두는 것도 쉽지 않았다.

위버플은 근무 형태와 보상 시스템에서 나름의 답을 찾았다. 그 결과 위버플은 독특한 근무형태를 갖게 됐다. 이 회사에는 정해진 근무지도 없고 일정한 근무시간도 없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업무를 스스로 정한다. 자율근무를 표방하는 회사는 많지만 실제로 이렇게 운영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대표와 직원 모두가 회사의 당기순이익을 ‘n분의 1’로 나누거나 스톡옵션을 균등하게 나눈다. 스타트업 중에서도 흔히 보기 어려운 파격적인 제도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현재 위버플은 국내 모험자본 시장에서 주목받는, 몇 안 되는 벤처기업으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창업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에게 “실제 산은 마음속의 산보다 높지 않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엄청 높아 보여서 감히 오르지 못할 것 같은 산도 막상 밟아 보면 가볼 만하다”면서 “주변의 반대도 일단 시작만 하면 ‘예스’로 바뀐다. 더군다나 예전과 달리 요즘은 한번 도전해 봐도 괜찮은 시대가 온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의 웃음에서 희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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