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교황·이순신 신드롬과 세월호 특별법

입력 2014-08-27 10:29 수정 2014-08-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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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세종취재본부장

세월호 참사 유족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가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 45일째를 맞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생입법과 세월호 특별법을 분리해 처리하고, 야당이 주장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세월호 유족이 참여한 제3자협의체 구성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유족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를 깨고 제3자협의체 구성을 여당이 받을 때까지 장외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나서 민생입법 처리를 촉구하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해 정치권에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며 압박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4개월이 넘어섰지만 이처럼 세월호 참사 대책과 책임자 처벌이 여전히 한발자국도 옮기지 못한 채 실타래만 더 꼬이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만 있지 실천이 없는 그동안의 우리 사회 현주소를 지금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부끄러운 민낯이다.

청와대나 정치권, 사회지도층은 자신의 책임을 자성하기보다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만 보였다. 세월호 참사 초기 실종자 가족들이 거세게 항의할 때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제가 죄인입니다”라며 모든 책임을 떠안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모습을 청와대나 정치권, 사회지도층이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제1의 공적으로 몰렸던 이 장관은 그동안 진도군청 4층 한구석에 마련된 접이식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며 김밥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먹으면서 세월호 사고 수습에 전념을 기울였다. 참사 초기 때만 해도 이 장관에 대한 세월호 유족들의 비난은 거셌다. 하지만 자신이 죄인이라며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가족의 고통을 나누며 실종자를 모두 찾을 때까지 진도에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모습은 결국 유가족의 마음을 움직였다.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 방문에서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며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겠습니다”라고 말해 대한민국 국민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특히 세월호 추모 리본을 단 모습에서 일부에서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문제 제기에 “인간의 고통 앞에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고 고뇌하는 모습은 영화 ‘명량’ 이순신 신드롬과 함께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영화 명량에서 이순신 장군이 “무릇 장수된 자의 도리는 충(忠)을 좇는 것이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고 던진 말은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의 현실 작태와 대비되면서 국민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야당이 장외투쟁을 선언하면서 이주영 장관이 직접 나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세월호 유가족의 입장과 고통을 대변하고 설득하라고 하는 모습은 무언가 씁쓸하다.

현재 야당에서는 이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책임을 지겠다고 진정성 있게 나선 의원이 몇 명 있는가. 물론 여당도 포함된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히 오랫동안 쌓여온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불신, 물질만능주의, 우리 사회의 탐욕이 만들어낸 인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분하고 억울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는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의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각성 없이 세월호 참사 대책이나 책임자 처벌은 오히려 제2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여지만 남긴다.

이주영 장관이 최근 세월호 참사 이후 그동안 길러왔던 수염을 깎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동의를 얻어 첫 해외 순방길에 올랐다. 지난 25일 한·중·일 교통물류장관회의 참석 후 26일 제주도 현장방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언제가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세월호 사고가 수습되면 사고에 대한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다시 강조한 모습은 여야 정치인들이 한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

왜 우리 사회에 교황과 이순신 신드롬이 부는지 정치권과 사회지도층이 진정으로 한번 자신을 곰곰이 되돌아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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