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보혁갈등-5] ‘일베’와 ‘오유’, 그리고 현실 정치

입력 2013-04-2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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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치권에서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와 ‘오늘의 유머’(오유)를 순례지로 삼고 있다. 인터넷순위 정보를 제공하는 랭키닷컴이 유머사이트로 분류하지만 그 위상과 파급력을 표현하기엔 부적절해 보인다.

규제가 없는 자유 게시판 형태의 ‘일베’와 ‘오유’에서 자신의 정치적인 견해를 가감없이 자유로이 게재할 수 있는 점이 두 사이트의 존재 이유이자 성장동력이다. 이를 바탕으로 많은 네티즌들이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고 이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여론을 만들어가는 광장으로 성장해갔다. 일베와 오유를 찾는 이용자들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졌다.

최근 불거진 대기업 임원 기내폭행 사건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도 일베를 기반으로 우리나라 인터넷 공간 전역으로 삽시간에 확산된 사건일지 패러디 네티즌댓글 때문이다. 일베 일부 이용자들의 댓글과 이들이 만드는 콘텐츠들이 여론의 향방을 좌우하거나 여론을 조성하는데 영향을 적지않은 영향을 준 셈이다.

항상 여론과 민심의 흐름을 파악해야 하는 정치권이 이들 사이트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진보성향의 ‘오유’의 운영방식을 꼼꼼히 챙기며 직접 댓글까지 단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 오유 게시판을 이용한 통합진보당의 여론조작 스캔들까지 터져나왔다. ‘일베’와 ‘오유’는 여론의 밑바닥을 이루는 정치적 아우성을 거침없이 담아내고 퍼뜨린다. 강소사이트로 부상한 오유와 일베가 이제 정치적-사회적 영향력까지 지니게 된 이유다.

그러나 장점은 곧 단점이 되기 십상이다. 특별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오류를 알아채기 어려운 사건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공론화하고, 특정인이나 심지어 고인에게도 무자비하고 근거 없는 비난과 욕설을 퍼붓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물론 내부의 비판과 자성으로 사실확인을 거쳐 진정되기도 한다.

일베ㆍ오유, 오유ㆍ일배 이렇게 두 사이트가 각각 별도의 진보와 보수의 캠프로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구도를 그려가는 모습이다. 원색적인 언어와 때론 그들만의 언어가 난무하면서 새로운 참여자들의 진입을 막고 있기도 하다. 인터넷 초기 미국의 한 문명사학자는 인터넷의 발전이 인류를 야만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말과 글의 안정성을 깨는 구어체언어의 범람을 우려했던 것이다. 이러한 우려는 오유 일베 두 사이트를 보는 기성세대의 앵글과 거의 같을 것이다. 다만 그 숱한 좌충우돌 속에서도 냉철한 비판과 자성을 촉구하는 소중한 고순도 초강력 댓글이 여전히 일베와 오유를 이끄는 힘이자 자정능력의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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