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만 몰라! 甲성비] "단돈 0원으로 가능해" 지자체서 '라돈아이' 빌려 측정해 보니

입력 2018-11-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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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신청 후 한달 만에 받은 라돈아이. 품절사태에 대여도 쉽지 않다. (유정선 기자 dwt84@)
▲대여 신청 후 한달 만에 받은 라돈아이. 품절사태에 대여도 쉽지 않다. (유정선 기자 dwt84@)

"라돈 측정기 구해요."

"'라돈아이' 대여해 주실 분 있나요."

최근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물건이 있다. 바로 가정용 라돈 측정기다. 국내 한 침대 브랜드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된 후, 각종 생필품에서도 라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 집 어딘가에서 방사선 물질이 방출되고 있다'는 불안감에 직접 라돈 수치를 확인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라돈 측정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이를 둔 엄마들은 SNS나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라돈 측정기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될 정도다.

라돈 측정기의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한 쇼핑사이트 검색 결과 전문적인 라돈 측정기의 가격은 10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해외 제품인 경우 수십만 원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비싼 가격을 형성했다. 반면, 국내 제품인 '라돈아이'와 '라돈아이플러스'는 해외 저가 제품보다도 3분의 1가량 저렴한 20만~3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시중에 구할 수 있는 라돈 측정기 중 최저가인 셈이다.

하지만, 몇 번의 측정을 위해 수십만 원짜리 제품을 선뜻 구매하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 이에 각 지자체에서는 가정용 라돈 측정기인 '라돈아이'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있다. 물론 대여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제법 긴 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 단, 임산부는 우선적으로 대여해 주니 참고하도록 하자.

지자체에 '라돈아이'를 신청한 뒤 무작정 기다려봤다. 구청 공무원은 "보통 1~2달가량 기다리셔야 해요"라고 경고(?)부터 건넸다. 대여 사실을 잊고 지낼 때쯤 구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역시 귀하신 몸이다'.

많은 사람의 손을 거치고 온 '라돈아이'를 받았다. 게다가 재수도 좋게 주말 대여에 성공했다. 금요일 오후에 빌리면 다음 주 월요일에 반납할 수 있어 주말 내내 측정이 가능하다.

'라돈아이'는 상단의 디스플레이에서 라돈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크기는 맥주 500cc 잔 정도의 크기로, 생각보다는 작았다. 이 조그만 기계가 집 안 곳곳의 라돈 수치를 측정한다니 신기했다.

'라돈아이'를 받고 가장 궁금했던 것은 '아이 방'이었다. 5살 아들만 거의 드나드는 장난감 방이다. 건물 바닥으로부터 50cm 이상, 문·창문·환기구로부터 150cm 이상의 지점에 놓고 측정하면 된다.

설치 10여 분 뒤 아이 방에 다시 돌아왔다. 전원을 켜니 측정 대기 완료 전까지 로딩 시간이 조금 소요됐다. 10분에서 15분 정도였지만, 체감 시간은 그보다 길었다. 한 달을 기다렸는데 이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다.

▲장난감 방 라돈 측정 결과. 20분 간격으로 놀이 책상과 바닥에 두고 쟀을 때 수치가 똑같았다.  (유정선 기자 dwt84@)
▲장난감 방 라돈 측정 결과. 20분 간격으로 놀이 책상과 바닥에 두고 쟀을 때 수치가 똑같았다. (유정선 기자 dwt84@)

첫 측정치는 39베크렐(Bq/m³)이 나왔다. 환경부가 정한 라돈 방사선의 경우 실내 농도 기준치(권고)는 148베크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은 100베크렐로 더 엄격하다. 방사선량의 다른 단위인 1피코큐리(pCi/L)는 37베크렐과 같다.

라돈은 공기보다 약 8배 무거워 바닥에 깔리는 성질을 지니고 있다. 20분 간격으로 높이를 달리해 측정해보니, 결과는 같았다. 아이들이 만지고 입에 넣기도 하는 장난감에서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는데, 정상 수치에 한참 미치지 못하니 그래도 안심이 됐다.

다음은 주방식탁 위에 라돈아이를 올려뒀다. 전원선이 닿지 않아 플러그를 뽑고 다시 가까운 콘센트에 꼽으니, 다시 '로딩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긴 멀티탭을 준비할 걸 그랬다.

▲주방 식탁 위 라돈 수치. (유정선 기자 dwt84@)
▲주방 식탁 위 라돈 수치. (유정선 기자 dwt84@)

일부 식탁에서 기준치가 넘는 라돈이 검출되기도 한다는데, 우리 집 식탁이 '천연 목재'인지 '합성 목재'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식탁의 경우 코팅 처리까지 되어 있다. 다행히 라돈 측정 결과 39베크렐이 나왔다. 아이 방과 같은 수치다.

다음엔 침실로 향했다. 최근의 라돈 사태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매트리스가 있는 곳이다. 라돈이 검출된 대진침대는 아니었지만, 라돈 사태의 시발점이었던 매트리스를 측정하려니 왠지 모를 불안감이 들었다. 라돈아이를 올려두고 20분 뒤 와서 보니, 높은 수치가 나왔다. '71베크렐'.

라돈아이는 십 분 단위로 수치가 재측정된다. 좀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30분 뒤 다시 측정 결과를 확인했다. 수치는 67베크렐. 조금의 변화가 있었지만, ±5베크렐 수준으로 큰 변동은 없었다. 그래도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가구 순위에 매트리스를 조용히 적었다.

이방, 저방 측정하던 사이 점심 먹을 시간이 다가왔다. 아들의 최애 반찬인 생선을 구웠다. 환풍기를 틀었지만, 집 안엔 연기가 찼다. 미세먼지가 오전 한때 나쁨이어서, 환기는 시키지 않았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정체된 공기가 코끝을 자극했다.

▲환기 전과 1시간 환기 후 거실의 라돈 수치. (유정선 기자 dwt84@)
▲환기 전과 1시간 환기 후 거실의 라돈 수치. (유정선 기자 dwt84@)

라돈아이로 주방이 연결된 거실의 라돈 수치를 측정해보니 가장 높은 측정치인 '96베크렐'이 나왔다. 곧바로 창문을 열고, 1시간가량 환기를 했다. 환기 후 수치는 28베크렐로 떨어졌고, 3시간 정도 지난 뒤 재측정해보니 39베크렐로 안정된 수치를 보였다.

역시 환기가 답이었다.

▲환기 후 3시간 뒤 거실 라돈 수치. 환기 전 '96 Bq/m³'이었다. (유정선 기자 dwt84@)
▲환기 후 3시간 뒤 거실 라돈 수치. 환기 전 '96 Bq/m³'이었다. (유정선 기자 dwt84@)

라돈아이로 가정 내 라돈 수치를 측정해보니 무엇보다 휴대가 편하다는 게 장점이었다. 작고 가볍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무는 자동차 안이나 도서관 등에서 라돈을 손쉽게 측정해 볼 수 있었다.

또한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우리 집의 공기 질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라돈아이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고 무선랜만 연결하면, 같은 환경, 같은 위치에서의 라돈 수치 변화 그래프를 10분 단위로 볼 수 있다.

시중에서는 라돈아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라돈아이플러스'도 판매하고 있다. '라돈아이플러스'는 라돈 감지 감도가 '라돈아이'보다 더 민감하다. 그래서인지 가격 역시 10만 원가량 더 비싸다.

(라돈아이와 업그레이드 버전인 라온아이플러스 차이점.)
(라돈아이와 업그레이드 버전인 라온아이플러스 차이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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