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24. 김락(金洛)

입력 2017-10-31 10:16 수정 2017-10-31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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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고문으로 실명하고도 항일투쟁

김락(金洛)은 1862년 경상북도 안동시 임하면 천전리(내앞 마을)에서 김진란과 박주 사이에 4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세칭 ‘사람 천 석, 글 천 석, 살림 천 석’, ‘삼천 석 댁’으로 불릴 만큼 충분히 여유로운 양반 가문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였다. 18세에 또 다른 양반 진성 이씨 가문의 이중업(李中業·1863~1921)과 결혼했다.

1896년 시아버지 향산(響山) 이만도(李晩燾)가 예안면(禮安面) 의병장을 맡으면서 삶이 크게 변했다. 1910년 8월 망국 때 시부는 단식으로 순절하였고, 이후 남편과 아들들은 모두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다. 이듬해 친정 오빠 김대락과 형부 이상룡도 독립군 기지 건설을 위해 만주로 망명하였다. 맏아들 이동흠은 1917년 무렵 광복회에 들어가 독립운동 자금을 모으는 데 힘썼다. 광복회는 1915년 박상진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비밀 결사단체였다. 1918년 이 단체의 활동이 드러남으로써 동흠이 체포되어 5개월간 옥고를 치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1919년 파리에서 강화회의가 열리자 남편은 유림들과 힘을 모아 독립청원서, ‘파리장서(長書)를 보냈으나 세계적 주목을 받는 데 실패하였다. 다시 1921년 중국에 2차 독립청원운동을 위한 작업을 주도하던 남편이 운명하였다. 김락도 57세에 예안의 3·1만세시위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두 눈을 잃는 극심한 고문을 받았다.

예안 3·1만세시위는 고종의 인산(因山)에 참가했던 이동봉(李東鳳), 이용호(李用鎬), 김동택(李東澤) 등이 서울의 시위 소식을 전하면서 추진되었다. 3월 17일 30여 명이 면사무소 뒤편 선성산(宣城山)에 올라가 일제가 세운 ‘어대전기념비(御大典紀念碑)’를 쓰러뜨리고, 바로 시장 주변에 모여 있던 3개의 시위대 100여 명이 주재소를 향해 진격해 갔다.

그러나 일제 경찰에 의해 수십 명이 체포되고 시위군중은 해산 당하였다. 3월 22일 2차 시위에서는 2000여 명이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이때 13명이 부상하고 3명이 체포되었다. 김락도 그중 한 명이었다.

둘째아들 종흠도 1926년 독립운동 자금을 모금하다 체포돼 1년의 옥고를 치렀다. 김락은 이 같은 가족의 고통과 비극을 견디지 못해 두 번이나 자결까지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후 11년간 계속해서 두 아들의 독립운동에 동참하다 1929년 운명하였다.

김락의 친인척 중 정부가 추서한 독립운동가는 무려 25명이나 된다. 사진 한 장 변변히 남기지 못한 그는 아내로 며느리로 어머니로 누이로, 그가 처한 자리에서 가족과 함께 항일투쟁에 열과 성을 다한 여성독립운동가다. 2001년에 추서된 건국훈장 애족장이 작으나마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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