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유현 DQ월드 대표 “디지털 역기능 노출된 아이들…DQ가 면역력 키우는 백신 역할”

입력 2017-09-29 10:14 수정 2018-06-1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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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국 학생 조사 전·후 비교해 내년 다보스포럼 발표 예정…이투데이 비롯 통신사와 협약 데이터 수집

▲박유현 DQ World 대표가 25일 이투데이 사옥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를 갖고 DQ World의 미래와 디지털 시민 능력 향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온라인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백신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박유현 DQ World 대표가 25일 이투데이 사옥에서 이투데이와의 인터뷰를 갖고 DQ World의 미래와 디지털 시민 능력 향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온라인 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에서 백신 같은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DQ’라는 단어는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설다. 하지만 설명을 듣고 나면 누구나 그 중요성에 대해 직감하게 된다.

8~12세 아동을 대상으로 디지털 시민의식을 향상하기 위해 DQ(Digital Quotient)를 만들고 ‘DQ 월드’라는 온라인 교육기관을 탄생시킨 박유현(42) 대표를 25일 이투데이 사옥에서 만났다. 이투데이와 DQ 월드는 협약을 맺고 앞으로 한국의 초등학생들에게 DQ지수를 교육해 디지털 시민의식을 향상시키는 데 뜻을 같이하기로 했다.

세상이 급속히 디지털화되면서 요즘 10대들에게 가장 중요한 환경 변화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이다. 문제는 이런 디지털 환경으로 인해 자극적인 영상이 범람하면서 한창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속수무책으로 노출돼 나쁜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10대들이 벌인 잔혹 범죄가 대표적인 악영향의 사례이다.

세간의 화제가 된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모(16) 양과 공범 박모(18) 양은 인터넷 사이트 ‘마피아 커뮤니티’를 통해 만났다. 적대 세력끼리 서로 살해하면서 각 지역을 점령하는 프로그램인 이 커뮤니티상에서 만난 둘은 역할놀이에 빠져들어 끔찍한 범죄까지 저질렀다.

이뿐만 아니라 부산, 강릉 등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여중생들의 폭행 사건, 학교 현장에서도 버젓이 자행되는 사이버 왕따, 악성 댓글 등 10대들의 사이버 폭력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아이들이 인터넷 환경에 노출되면서 발생하는 디지털 역기능에 주목해 2010년 ‘인폴루션(Infollution, Information과 Pollution의 합성어) 제로 운동’을 펼쳤던 박유현 대표는 이 같은 관심을 DQ지수 개발로 연결했다. 박 대표가 정의하는 DQ는 ‘디지털 세상에 꼭 필요한 능력들과 핵심 가치’이다. 그는 오프라인 공간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 공간에서도 아이들에게 디지털 윤리의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가르치기 위해 DQ 월드를 만들었다.

“우리가 지금 하는 일은 일종의 백신 역할입니다. DQ 월드는 디지털 세상으로 들어가는 첫 단계이지요. 나쁜 균에 감염되기 전에 아이들에게 면역력을 길러 주고 싶습니다.”

박 대표는 “스마트폰 등장을 기점으로 아이들의 행복지수가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를 본 적 있다”며 “디지털 세계에 너무 많이 노출돼 사회성, 비판적인 사고력 등이 떨어지는 걸 목격하고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 환경이 아이들을 정신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피폐하게 만드는 것을 보며 지금 10대들이 30대가 됐을 때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DQ 월드의 디지털 지능은 온라인 인격 형성 능력, 사이버폭력 대처 능력, 디지털 이용시간 조절 능력, 디지털 공감 능력 등을 측정하고 길러 주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박 대표는 “학교 폭력 등의 문제들이 인터넷 오락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있지만 정작 아이들은 범죄에 대한 감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사이버 왕따 같은 범죄의 경우 나날이 진화 중인 만큼 아이들의 공감 능력을 키워 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 마라’고 제지하는 것이 아닌 ‘왜 나쁜 행동인지’ 알려 주는 것이 DQ 월드가 제시한 교육법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내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을 전 세계에 알린다. 그동안 수집했던 나라별 통계를 검사 전후로 나눈 ‘DQ임팩트’를 보고할 예정이다. 현재 DQ월드의 프로그램은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호주 등에서 정부의 지원으로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는 “지금까지 해외 다수의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플랫폼을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중 10개국 정도를 내년 다보스포럼 보고 대상으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그 10개국에는 이번에 캠페인을 시작하는 한국도 포함돼 있다. 박 대표는 다보스포럼에서 발표하는 ‘DQ임팩트’의 사례 대상 국가로 싱가포르와 호주, 한국을 꼽고 있다.

다른 국가들도 민간 업체와의 접촉을 통해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DQ 월드가 이처럼 단기간에 다보스포럼에서 소개될 수 있게 된 것은 여러 기관과의 협조 덕분이다. 박 대표는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이 우리의 공식 파트너이며, 한국의 경우 유니세프(UNICEF)가 후원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UN) 역시 박 대표를 돕고 있다. 유네스코의 경우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틀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고 있고, 유엔의 경우 안티테러리즘(Anti-Terrorism) 메시지 차원에서 함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모든 과정은 싱가포르에서의 성공 사례에서 시작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교육의 나라 싱가포르에선 정부가 먼저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처음엔 만화 형식의 일부 콘텐츠에 관심이 없던 싱가포르 부모들도 4년간의 노력 끝에 이제는 DQ 월드를 알아보고 좋아한다고 한다.

박 대표의 다음 목표는 당연히 한국이다. 현재 준비 단계인 한국 사업은 싱가포르와 달리 자발적인 참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자발적인 참여의 원동력은 바로 초등교사 커뮤니티인 ‘인디스쿨’이다. 아직까지 정부 차원에서 도입되지 않은 국내에서 교육에 적극적인 인디스쿨 회원 교사들이 DQ 월드의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인디스쿨과의 협업은 ‘굉장한 행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디스쿨의 회원 수는 1만2000명 정도로,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사 상당수가 가입했다고 보면 된다”며 “관련 정보나 인사이트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는 게 멕시코나 싱가포르와의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처럼 정부가 앞장서는 톱다운(top-down) 방식도 효과가 크지만, 한국처럼 인디월드 같은 보텀업(bottom-up) 방식은 저변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 DQ 월드의 국내 워크숍 때는 전국에서 찾아온 교사들로 붐비기도 했다.

실제로 박 대표는 한 섬에서 자신을 찾아온 교사에게 감명받았던 사례를 소개했다. “섬 학교에서 3학년부터 6학년까지를 모두 책임지고 있던 교사는 저소득층 아이들의 환경을 고민하고 있었다. 아무런 통제 없이 디지털 환경에 노출되는 상황이 불안했던 그 교사가 선택한 것은 DQ지수 활성화였다”는 박 대표는 “직접 자기 수업에 써 보겠다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가장 감사하다”고 전했다.

DQ 월드는 다보스포럼 발표를 앞두고 현재 한국에서 수집할 데이터로 1000명을 구상 중이다. 이번 이투데이와의 협약 이전에도 통신사와 협약을 진행하는 등 한국 사업에 관심이 높은 박 대표는 유니세프와도 내년도 캠페인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참여 국가가 제한적이지만, DQ 월드의 타깃은 전 세계 6억 명이다. 현재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DQ인덱스를 국가경쟁력 평가 인덱스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WEF와 손잡은 이유로 “WEF는 미디어 플랫폼 역할을 한다. WEF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프로모션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경쟁력 평가에 포함하기 위해선 2~3년 이내에 100개국에서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아프리카와 동남아 시장이 중요하다. 박 대표는 “해당 국가들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인터넷 보급률이 10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인터넷이 보급되는 초기 단계에 교육도 같이 들어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WEF와 협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DQ 월드가 준비한 버전은 8~12세 초등학생을 위한 버전이다. 하지만 디지털 백신은 초등학생 때 한 번만 맞아서 될 것이 아닌 만큼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중학생, 고등학생을 위한 버전도 필요할 듯했다. 추가 버전에 대한 질문에 박 대표는 항상 준비 중이라면서 “싱가포르 정부의 요청으로 부모 버전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DQ지수 교육을 통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행동까지 측정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박 대표의 시선은 벌써 그 다음 단계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박유현 대표는

디지털 어린이 보호 정책 및 디지털 시민 교육 분야의 전문가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계산 통계학을 전공한 박유현 대표는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2010년 귀국 후에는 ‘인폴루션 제로’ 대표로 인터넷 정화 운동을 주도했다. 2013년부터 유네스코와 함께 아태지역의 어린이 온라인 보호에 대한 정책 수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유네스코, NGO 및 국제기구와 함께 디지털 인성 교육 프로그램 확산에 힘쓰고 있다. DQ 월드를 설립해 대표로 활동하면서 아동의 디지털 시민능력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DQ는

DQ(Digital Quotient)지수란 IQ, EQ처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감성적, 인지적 능력을 지수화한 것으로, 아이들에게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사이버 위험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분별력을 길러주기 위해 박유현 박사가 미국 스탠퍼드대,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등과 공동으로 개발한 것이다. △온라인 인격 형성 능력 △디지털 이용시간 조절 능력 △사이버 폭력 대처 능력 △사이버 보안 능력 △디지털 공감 능력 △온라인 정보 선별 능력 △디지털 발자국 관리 능력 △온라인 사생활 관리능력 등 8개의 핵심 능력으로 구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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