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07. 박경원(朴敬元)

입력 2017-09-2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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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사의 꿈 이룬 영화 ‘청연’ 실존 인물

박경원(朴敬元)은 한국과 일본에서 2000년 즈음까지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로 각인됐던 인물이다. 중국군 항공대 소속이었던 권기옥보다 2년 정도 늦게 비행기를 탔지만 말이다. 언론들은 박경원의 성취와 스토리를 자주 보도했고 대중은 문명의 첨단으로 여겨지는 비행기를 탔던 조선 여성에게 열광했다. 연예인과 같은 인기를 누리던 그녀는 비행기 추락사고로 인해 33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박경원은 1901년 6월 24일 대구에서 태어났다. 언니 ‘섭섭이’에 이어 다섯 번째 딸로 태어나 어릴 적에는 ‘원통이’로 불렸다고 한다. 대구 명신보통학교를 나와 1916년 신명여고보에 입학했다가 다음 해 9월 학교를 그만두고 일본 요코하마(横浜) 기예학교에 유학했다. 1920년 10월부터는 대구 자혜병원에서 조산 및 간호 공부를 했다.

1922년 12월 안창남(安昌男)의 첫 ‘고국방문 비행’은 박경원의 삶을 바꿔놓았다. 안창남의 ‘황홀한 비행’을 보고 비행사의 꿈을 품은 수많은 조선청년들 속에 22세의 박경원도 있었다. 박경원은 결혼 압박과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1924년 일본 도쿄로 건너가 가마다(鎌田) 자동차학교 속성과와 가마다 비행학교 항공과정과를 마치고 1925년 9월에 졸업했다.

간호부나 자동차 운전수를 하면서 고학하는 박경원에게 학비 문제는 가장 큰 고민이었다. 비행학교 조교일 때는 일본 학생들이 “하도 놀리고 못살게 굴어서 할 수 없이 남복(男服)을” 한 적도 있었다. 박경원은 독지가의 후원과 조선사람들의 격려로 1926년 2월 도쿄의 다치가와(立川) 비행학교 조종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녀는 “나는 개인으로서는 박경원이지만 비행사로서는 우리 조선사람 전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1927년 1월 3등비행사, 1928년 7월에는 2등비행사 자격을 얻었다. 남자에게만 1등비행사 자격을 주는 일본 항공법 탓에 1등비행사는 될 수 없었다. 고이즈미(小泉) 체신장관 등의 지원으로 육군비행학교로부터 비행기를 불하받고 ‘청연(靑燕·푸른 제비)’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1933년 꿈에도 그리던 ‘고국방문 비행’의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의 만주 점령을 ‘기념’하기 위해 제국비행협회가 박경원이 조선을 들러 만주에서 비행을 하는 ‘일만(日滿)친선 황국위문 일만연락비행’이라는 행사를 기획한 때문이었다. 8월 7일 아침, 박경원은 일장기를 흔들고 ‘청연’에 올라탄 후 시동을 걸었다. 비행기는 짙은 안개를 뚫고 날아올랐으나 1시간도 못 되어 일본 시즈오카(静岡) 겐가쿠(玄岳)산 중턱에 추락하였다.

박경원은 “경계도 없고 신분 고하도 없는 창공을 날고 있노라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그렇게 사랑했던 하늘에서 생을 마감했다. 영화 ‘청연’(2006)의 주인공이 박경원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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