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의 인문경영] 직언과 유사직언을 구별하라

입력 2017-09-2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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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치가 그렇다. 사이비가 진품보다 더 그럴듯하다. 직언도 그렇다. “아니 되옵니다”가 다 충정어린 직언은 아니다. ‘대놓고 직언’은 ‘격 낮은 아부’ 못지않게 리더를 우습게 만든다. 리더는 휘둘러서도 안 되지만, 휘둘려서도 안 된다.

좋은 직언은 리더에게 명약이고 에너자이저다. 유사 직언은 독약이고 에너지 뱀파이어다. 사이비 직언은 리더의 에너지와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오도한다. “아니 되옵니다”가 건설적 직언인지, “이 정도면 막 해보자”고 대드는 저항인지 헷갈리는 경우도 많다.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사람 아는 것의 극치다. 배에 품은 것이 꿀인지, 독인지, 칼인지는 알기 어렵다. 직언을 해야 할 때에 안 하는 사람도 문제지만, 하지 말아야 할 때에 나서는 사람 역시 경계 대상이다.

한비자(韓非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작위(爵位)나 봉록(俸祿)을 하찮게 여기며 쉽게 나라를 버리고 망명해서 군주를 가려 섬기는 신하가 있습니다. 신은 그를 청렴하다고 하지 않습니다. 거짓주장으로 유세하고 법도를 어겨가며 군주에게 대들면서까지 억지로 간언하는 사람이 있는데 신은 그를 충성스럽다고 하지 않습니다. 이익을 베풀고 아랫사람들로부터 명성을 얻는 짓을 신은 어질다고 하지 않습니다. 세속을 떠나 살면서 거짓을 꾸며 군주를 비방하는 것을 신은 의롭다고 하지 않습니다. 험악한 태도로 군주를 겁주며 말하기를 ‘외교에서 내가 아니면 친교를 맺을 수 없고 적국의 원한도 내가 아니면 풀 수 없다’고 하여 군주가 그 말을 믿고 국정을 맡깁니다. 그렇게 되면 군주의 명성을 떨어뜨려 그 자신의 이름을 빛내며 나라의 부유함을 훼손해 자신의 가문을 이롭게 하는 것이니 신은 이를 지혜롭다고 하지 않습니다.”

뒷담화보다 무서운 게 뒤통수를 치는 말이다. 유사직언(類似直言)이 그렇다. 먼저 조언(助言)으로 포장한 직언이다. 리더의 힘에 따라 밀고 당기기를 하며 권위를 넘보는 것이다. 조언으로 포장했지만 껍질을 벗겨 보면 위협이다. 신임 리더는 훈계성 직언으로 길들이고, 말년 리더는 적폐 의혹으로 물 먹이려 한다. 신임 리더에겐 “당신은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조직에서는 그동안…” 하며 훈계한다. 말년 리더에겐 “지난번에 말씀하신 대로 해보니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식으로 적폐 지적이 급증한다.

의혹은 궁금할 때가 아니라 상대의 힘이 빠질 때 제기되는 법이다. 누가 회사 내 실세(實勢)에서 실세(失勢)로 바람 빠지는지 읽는 데 동물적 감각이 있다. 바람보다 먼저 눕고, 먼저 일어난다. 지는[落] 해는 늘 지는[敗] 해일 수밖에 없는 게 조직의 생리다. 리더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흐른다.

둘째, 여론을 과장한 직언이다. “직원들이 말하길” “뒤에서 사람들이” “다른 부서에서 들리는 바는”과 같이 주체-정체불명의 ‘카더라’ 식 뒷담화 직언은 리더를 외롭게 한다. 알고 보면 거기엔 이권-인기몰이 성 의도가 깔려 있는 경우도 많다. 다수가 아니라 소수다. 리더의 등골은 서늘해진다.

끝으로 정의를 가장한 직언이다. 조직의 어려운 사정을 뻔히 알면서 ‘이상적 이론’에 근거, 공공의 적으로 닦아 세운다. 문제 사항을 생선 가시 발라내듯 일일이 적시, 반박하기조차 힘들다. ‘누구는 그런 말할 줄 모르나, 나도 정의의 사도 역할 하고 싶은데’라는 말이 명치 끝까지 올라온다. 텍스트 이론을 이야기하는 직원들의 ‘상소’에 리더는 콘텍스트 논리를 읽어 달라고 읍소하고 싶다.

직언이 없는 것도, 넘치는 것도 문제다. 마키아벨리나 한비자 모두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사람, 적절한 때에만 군주의 주도하에 받으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인력(引力)과 척력(斥力)의 적절한 균형이 있을 때만 가짜 직언이 아닌 진짜 직언이 작동한다. 무서운 리더는 진짜 직언을 막아서, 우스운 리더는 가짜 직언을 못 막아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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