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204. 박자혜(朴慈惠)

입력 2017-09-2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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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재 신채호와 결혼한 조선 마지막 궁녀

1895년 12월 11일 경기도 양주의 중인 신분 가정에서 태어난 박자혜(朴慈惠)는 조선의 마지막 궁녀였다. 1911년 1월 왕실 고용인들이 해직될 때 궁녀 신분을 벗어나 같은 해 4월 숙명여고보 기예과에 입학했다. 1914년 4월 조선총독부의원 간호부과에 입학하여 1916년 10월에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조선총독부의원의 간호부로 근무했다. 일본인 의료진과 환자가 태반인 곳에서 박자혜는 민족 문제를 고민했을 것이다.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동료 간호부들과 함께 ‘간우회(看友會)’를 조직하고 만세운동을 주도하였다. 경찰은 박자혜를 ‘과격한 말을 하고 다니는 자’로 주목하다가 이 사건을 빌미로 유치장에 가두었다.

이후 박자혜는 중국 베이징(北京)으로 가서 옌징대(燕京大, 현 베이징대) 의예과에 입학했다. 3·1운동 이후 많은 항일 운동가들이 베이징으로 모여들었다. 1920년 봄, 26세의 박자혜는 41세의 단재(丹齋) 신채호(申采浩)와 결혼했다. 신채호는 자신이 가정에 등한한 남편이라며 섭섭해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1922년 임신한 몸으로 맏아들 수범과 함께 조선으로 돌아왔다. 둘째 수정은 1923년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박자혜는 서울 인사동에 ‘산파 박자혜’라는 간판을 내걸고 생계를 도모했다. 중국에서 의열단 활동에 가담한 신채호와도 계속 연락하고 조선으로 잠입한 항일 운동가들의 비밀 연락을 지원했다. 1926년에는 나석주(羅錫疇)가 일제 식민지 수탈의 상징인 조선식산은행과 동양척식주식회사에 폭탄을 던질 때 길 안내를 맡기도 했다.

산파 영업은 잘 되지 않았다. 영업 경쟁이 심한 데다 경찰이 엄중하게 감시하는 박자혜를 찾는 사람이 드물었다. 아들이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자마자 가방을 뒤질 정도로 경찰은 드러내놓고 감시와 폭력을 행사했다.

박자혜가 마지막으로 신채호를 만난 것은 1927년 베이징에서였다. 한 달 후 박자혜는 임신한 몸으로 돌아왔으며 1928년 신채호는 타이완에서 외국 위체(爲替·환어음) 사건에 연루됐다는 혐의로 체포되었다. 중국 뤼순(旅順) 감옥에 갇힌 신채호와도 연락이 끊긴 박자혜는 두 아이의 교육과 생계를 오롯이 감당하며 경찰의 감시를 견뎠다. 1936년 2월 신채호의 사망 소식을 듣고 유해를 모셔왔다. 이후 첫째 수범은 외국으로 떠났으며, 둘째아들 두범은 1942년에 영양실조로 사망했다. 박자혜는 홀로 셋방에서 살다가 1943년에 병사했다.

마지막 궁녀로서 조선의 몰락을 목격한 박자혜는 조선총독부의원의 간호부로서 민족차별을 겪었고, 3·1 만세운동을 주도하면서 ‘민족’의 저항과 단결된 힘을 알았다. 가정을 돌볼 수 없었던 신채호와의 결혼과, 그에 대한 묵묵한 지원은 항일활동을 사명으로 여겼던 박자혜의 필연적 실천 방식이었을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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