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154. 은천옹주(銀川翁主)

입력 2017-07-1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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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팔던 천민 출신… 상업 경제 큰 관심

은천옹주(銀川翁主· 생몰년 미상)는 고려 충혜왕의 제4비이다. 본래 상인(商人) 임신(林信)의 딸로, 단양대군(丹陽大君)의 여종이었다. 사기 그릇 파는 것을 생업으로 하였는데, 충혜왕이 보고 총애하였다. 1342년 은천옹주로 책봉되니 사람들이 ‘사기옹주’라고 별명을 지어 불렀다.

천민 출신이 어떻게 왕의 후궁이 될 수 있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경제에 대한 충혜왕의 남다른 관심 덕분이었다. 원 간섭기에는 나라에 돈이 많이 필요했다. 원에 바쳐야 하는 막대한 공물, 수시로 오가는 원의 사신 접대와 고려 관리의 원나라 사행(使行) 비용, 빈번한 왕과 공주의 입원(入元) 및 기본적인 국가 운영비 등으로 늘 재정이 부족하였다. 충혜왕은 재정 확충과 왕권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상업과 무역 활동을 하였다.

우선 능력이 있는 상인들을 관리로 임명하여 이들을 대원(對元) 무역에 종사시켰다. 예컨대 1342년 남궁신(南宮信)을 시켜 포목 2만 필과 금·은·초화(鈔貨)를 가지고 중국에 가서 무역하게 하였다. 또 1343년 부인(富人) 대호군(大護軍) 임회(林檜)와 전 호군 윤장(尹莊) 등 10여 명을 불러 내고(內庫)의 재화를 주어 원에 가서 판매하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충혜왕은 포(布) 4만8000필을 내어 시장에 점포를 열고 직접 국내 상업 활동에 나서기도 하였다.

은천옹주를 후궁으로 들인 것은 이러한 왕의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충혜왕이 개경의 삼현(三峴)에 새로 궁궐을 지었는데, 일반적인 왕궁과 달리 창고가 일백 간이나 되며 곡식과 비단으로 창고를 채웠고 행랑에는 비단을 짜는 여공을 두었다. 또한 방아와 맷돌을 많이 설치하였는데, 모두 옹주의 뜻에 의하여 설비되었다 한다. 즉 은천옹주는 상인의 딸이자 그 자신이 상업 활동에 종사했던 여성으로서 왕의 경제정책에 호응, 그 실현을 위해 힘썼음을 알 수 있다. 은천옹주의 아비 임신도 대호군으로 임명되어 왕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였다.

그러나 1343년 충혜왕의 정책에 불만을 가진 기철(奇轍) 등이 원나라의 중서성에 투서하여 왕이 탐욕스럽고 음탕하여 임금의 도리를 차리지 못한다며 고려에 성(省)을 설치하여 백성들을 안착시킬 것을 요청하였다. 성을 설치해 달라는 것은 원나라의 다른 지방처럼 적극적으로 원의 관리하에 들어가겠다는 것으로, 고려의 독립국으로서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성이 설치되지는 않았지만, 충혜왕은 원으로 끌려가 계양현으로 귀양 가던 중 1344년 악양현에서 죽었다. 옹주도 궁궐에서 추방되었다.

은천옹주는 충혜왕의 유일한 아들인 왕석기(王釋器)를 낳았다. 왕석기는 용모가 기이하고 언어가 비범하여 보는 사람들이 모두 “이 사람은 진짜 왕자(王子)로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반란 혐의로 1375년 처형되었다. 은천옹주의 사례는 고려시대 여성의 경제활동뿐 아니라 국력을 키워 원과 저항하려 했던 고려 왕실의 대응과 거기에 일조했던 여성의 활동을 볼 수 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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