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국남의 직격탄] 25세 연상 부인을 둔 대선 후보라면

입력 2017-02-09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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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평론가

상상해본다. 대통령 선거에 25세 연상의 부인을 둔 남성 후보가 나선다면 우리 미디어와 국민 반응은 어떨까.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진행으로 대선 시계가 빨라져 벚꽃 대선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일부 후보들이 속속 출마 선언을 하며 민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4월 1차 투표가 진행되는 프랑스 대선이 눈길을 끈다. 중도성향 정치 운동 앙 마르슈(En Marcheㆍ전진)를 이끄는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Jean-Michel Frederic Macronㆍ39) 후보 때문이다. 마크롱은 중학교 재학 중 만난 교사 트로뉴(64)를 마음에 두었다. 곡절 끝에 2007년 결혼한 부인 트로뉴는 마크롱보다 25세 연상이다.

사생활이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프랑스 미디어와 국민의 대응 양태다. “트로뉴는 갱년기의 바비(인형)” “마크롱은 교사의 애완견”이라는 가십성 비난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 프랑스 미디어와 국민은 25세 연상의 부인이라는 사생활에 관심을 두거나 부정적 시선을 드러내지 않고 마크롱의 정치 철학과 정책 제시, 공적 업무수행능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사생활에 관대한 프랑스 문화의 영향도 있지만, 프랑스 미디어의 시각과 태도 때문이다.

미국 커먼웰스 대학교 데이비드 크로토 교수가 ‘미디어 소사이어티’에서 강조하듯 미디어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학습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간 상호작용에도 영향을 미친다. 뉴스에서부터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디어 텍스트는 우리가 사는 세계를 정의하고 그에 적절한 인간의 태도와 행동 모델을 제공한다. 미디어가 재현한 이미지와 텍스트가 현실의 척도가 되며 세상과 사람을 바라보는 인식의 바탕을 이룬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실제로 미디어가 재현한 시선에 불과한 경우가 적지 않다.

신문과 방송 뉴스, TV 시사프로그램에서부터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텍스트가 인종, 계급, 세대, 남녀,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등에 대해 재현 방식에 따라 이들에 대한 불평등과 차별, 편견, 왜곡된 시선을 불식할 수도 있고 강화할 수도 있다. 우리 사회와 인식에 깊게 자리 잡은 장애인, 여성, 성적 소수자, 농촌 주민, 가난한 사람, 노인과 어린이 등에 덧씌워진 편견은 미디어가 조장한 부분이 크다.

신문과 방송 등 미디어는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더 강력한 영향력을 위해 프레임 제시, 의제 설정 등 현실 세계의 다원적 요소들을 제외하거나 혹은 포함하는 인위적 작업을 통해 세상과 현실에 대한 인식을 오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우리 신문과 방송은 프랑스 미디어와 달리 마크롱 후보의 정책과 비전, 정치 철학보다는 25세 연상의 부인 등 사생활에 대한 가십성 보도를 많이 하고 있다. 이러한 미디어 텍스트는 나이와 부부관계에 대한 편견과 왜곡된 인식을 심화할 뿐만 아니라 대선 후보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을 방해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끌어낸 것은 미디어다. 하지만 수많은 국민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은 최순실 국정농단을 막지 못한 것도 미디어다. 무엇보다 초유의 국정 마비를 초래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철저하고 제대로 된 검증과 비판을 하지 못해 오늘의 사태를 불러온 것도 미디어다.

대한민국의 운명을 가를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미디어는 지난 대선과 같은 잘못을 범해선 안 된다. 국민 역시 대선 후보에 대한 미디어 텍스트를 있는 그대로 수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 해독이 필요하다. 미디어에 오도돼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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