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46. 설씨녀

입력 2017-02-0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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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로서 효도, 아내로서 신의 지킨 열녀

설씨녀(薛氏女)는 신라 26대 왕 진평왕(재위 579∼632) 대의 평민이다. 설씨녀의 집은 경주의 율리(栗里)에 있었고, 가난하고 외로웠다고 한다. 설씨녀는 설씨의 딸이라는 의미이다. 설씨녀는 용모가 단정하고, 뜻과 행실이 바른 인물이었다.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이 설씨녀의 고운 외모를 흠모하였으나 감히 가까이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설씨녀의 아버지가 국방을 지키는 의무인 수자리를 설 차례가 되었다. 아버지인 설씨는 병으로 쇠약해져서 멀리 가서 수자리를 설 수 없었고, 설씨녀는 여성의 몸이기에 아버지 대신 국방의 의무를 질 수도 없었다.

사량부의 가실(嘉實)은 설씨녀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던 차에 이와 같은 설씨녀의 근심과 고민을 알게 되었다. 가실은 집이 매우 가난하였으나 뜻이 매우 곧은 사내였다. 가실이 설씨녀에게 청하길 자신이 설씨녀의 아버지 대신 수자리를 서겠다고 하였다. 설씨녀가 아버지에게 이 말을 전하였고, 설씨는 매우 기뻐하며 그렇게만 해준다면 보답을 하겠다고 하였다. 이에 설씨는 그의 딸을 가실의 처로 주기로 약속하였다. 가실은 즉시 혼인하기를 원하였으나 설씨녀는 돌아온 후에 혼인하자고 하며 약속의 의미로 거울을 둘로 쪼개어 각각 한 쪽씩 나누어 가졌다.

가실은 설씨 대신에 국방을 지키기 위해 떠났다. 처음의 기약은 3년이었으나 나라에 변고가 생겨 6년이 지나도 가실이 돌아오지 못하였다. 이에 설씨는 가실이 처음에 3년으로 기약하였는데, 그 기한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다며 설씨녀를 다른 집으로 시집보내려 하였다. 설씨녀는 가실과의 신의를 버릴 수 없다며 거절하였다.

“아버지를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가실과 약속을 한 것이고, 가실은 군대에 나가 몇 년 동안 굶주림과 추위, 두려움에 고생이 심할 터인데 어찌 신의를 버릴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설씨는 억지로 시집보내려고 몰래 동네 사람과 혼인을 약속하였다. 결국 혼인하기로 한 날이 다가오자 설씨는 약속한 동네 사람을 끌어들였고, 설씨녀는 도망치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가실이 떠나기 전에 주고 간 말이 마구간에 있었는데, 설씨녀는 그 말을 보며 우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마침 그때 야위고 남루한 모습으로 가실이 나타났다. 너무도 초라한 행색에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였다. 이에 가실이 나아가 깨진 거울 한 쪽을 던지니 설씨녀가 주워 들고 흐느꼈다. 마침내 설씨녀와 가실은 혼인하고 해로하였다고 한다.

설씨녀는 설씨의 딸로서는 효를 다하였고, 가실의 아내로서는 신의를 다하고자 노력한 여성이었다. ‘삼국사기’ 열전에 이름조차 없는 한미한 집안의 평민인 설씨녀가 기록된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설씨녀는 아버지의 딸이자 남편의 아내로서 가장 바람직한 모습을 가진 여성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씨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다. 설씨녀는 주어진 상황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아내는 여성이었던 것이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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