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34. 의순공주

입력 2017-01-17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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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의 마지막 공녀…병자호란 패전이 낳은 깊은 상흔

오늘날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에는 ‘족두리 묘’로 불리는 의순공주(義順公主, 1635~1662)의 묘가 있다. 1650년(효종 1) 청으로 끌려간 의순공주는, 조선 왕실의 마지막 공녀(貢女)라 할 수 있다. 의순공주는 왕실 후손이긴 하나 진짜 공주는 아니었다.

의순공주는 본관이 전주, 이름은 애숙이다. 성종의 4대손인 아버지 이개윤은 서자 출신이다. 이개윤은 세 번 장가들었는데, 의순공주의 어머니는 첫 부인을 잃은 후 두 번째로 맞이한 문화 유씨(柳氏)다. 그러니 의순공주는 정실부인 소생이다.

1650년 청나라의 최고 실권자 도르곤(多爾袞)이 조선에 국혼을 요구했다. 병자호란 패전으로 청에 끌려가 볼모 생활을 한 적이 있는 효종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공주 대신 청으로 보낼 여성들을 1차적으로 선발했고, 이들 중 청 사신들이 이개윤의 딸을 최종 선택했다. 효종은 이개윤의 딸을 양녀로 삼아 ‘공주’로 봉작하고 ‘의순공주’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당시 나이 16세였다.

1650년 4월에 조선 땅을 떠나 청에 도착한 의순공주는 그해 5월 도르곤과 혼인했다. 공녀로 끌려간 일도 불행이었으나 다시 불행이 닥쳤다. 같은 해 12월에 도르곤이 갑자기 사망했는데, 이것이 또 다른 비극의 시작이었다. 도르곤이 죽은 이듬해에 청 조정에서는 그가 황제 자리를 엿보았다는 죄목으로 묘를 파내 부관참시한 후 재산과 식구들을 몰수했다. 이 과정에서 의순공주도 도르곤 조카인 정친왕 박락(博洛)에게 보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652년에 박락마저 사망했다. 그러자 아버지가 베이징으로 가서 청 임금에게 딸의 귀환을 간청했다. 1656년에 간신히 고국으로 돌아온 의순공주는 6년도 채 못 되어 병으로 세상을 떴다. 나이 28세였다.

의순공주의 기구한 운명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후에 그녀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아버지가 청국에서 보내온 많은 비단에 눈이 멀어 자청해 딸을 보내 부자가 되었다거나, 의순공주가 도르곤에게 소박맞았다가 그 부하에게 시집갔다는 등 악의적인 기록이 등장했다.

민간에서도 청국으로 가던 의순공주가 평안도 정주에서 짐승보다 못한 오랑캐에게 몸을 더럽힐 수 없다며 강에 몸을 던져 자살했는데, 시체가 떠오르지 않자 그녀가 쓰던 족두리로 무덤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생겨났다. 앞서 언급한 ‘족두리 묘’가 이것이다. 이 이야기는 의순공주가 오랑캐와 혼인하느니 차라리 죽음으로써 정절을 지키기를 바란 민간의 바람이 투영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의순공주 사후에 나온 기록과 이야기들을 보면 의순공주의 고단한 삶은 빠져 있다. 꽃다운 나이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청에 끌려갔다가 귀환 후 병사하고 만 의순공주의 존재는 병자호란 패전이 낳은 조선 왕조의 깊은 상흔이었다. 진짜 공주 대신 가짜 공주가 된 의순공주를 올바로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동기획: 이투데이, (사)역사 여성 미래, 여성사박물관건립추진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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