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인물사전] ④백제의 도미부인

입력 2016-12-06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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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항력의 권력에 저항하다

◇미모가 출중했던 필부의 아내 = 도미부인은 기록을 찾기 힘든 백제의 여성이다. 원래 백제 여성에 대한 기록은 드문 편인데, 그나마 행적이 찾아지는 여성도 이름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도미부인 역시 마찬가지이다. 도미부인이라고 부르지만 도미는 남편의 이름으로, 편의적으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남편인 도미는 정치권에 있는 대귀족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부인에게 별도의 몸종을 둘 정도이니 굶기를 예사로 했던 최하층민으로 볼 수는 없다.

밥술이나 뜨는 축에 속하면서 정치권력과 무관하게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이들에게 큰 시련이 닥쳤다. 부인의 미모가 평범하지 않다는 것이 발단이 되었다. 소문은 당시 백제왕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삼국사기’에는 당시 왕을 백제 4대 왕인 ‘개루왕’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내용의 전개나 ‘삼국사기’에 개로왕을 ‘근개루’라고도 부른다고 나온 점에서 실제 인물은 한성시대의 마지막 왕이었던 ‘개로왕’이었을 것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시험에 들다 = 도미를 왕궁으로 부른 개로왕은 부인의 정절을 시험해 볼 것을 제안하였다. 왕은 도미를 왕궁에 붙잡아 둔 채 신하에게 왕의 옷을 입혀서 도미의 집으로 보내 수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도미부인은 시험에 넘어가지 않았다. 부인은 몸종을 대신 단장시켜 들여보내고는 도망을 쳤다. 도미부인이 속였다는 것을 전해들은 개로왕은 분노하였다. 왕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긴 것이다.

불똥은 남편인 도미에게로 떨어졌다. 개로왕은 왕궁에 잡아두었던 도미를 불러내어 두 눈을 뽑게 하였다. 그러고는 조그만 배에 실어 떠내려 보냈다. 미인을 부인으로 둔 이유로 도미는 장님이 된 것이다. 도미에게 화풀이를 한 왕은 다시 부인을 불러 수청을 요구하였다. 남편도 없고 더 이상 빠져나갈 길도 없어 보였다. 급박한 상황에서 부인은 왕의 뜻을 따르겠으나 몸이 더러우니 몸을 깨끗이 한 뒤에 다른 날 만나자고 하여 시간을 번 뒤에 또다시 도망을 쳤다.

◇혼인의 약속 = 부인은 왕궁을 도망쳐 나온 뒤 천성도라는 섬에 갔다. 그곳엔 두 눈을 잃은 도미가 풀뿌리를 먹으며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백제 땅 어디에도 두 사람이 안심할 곳은 없었다. 결국 부부는 백제 땅을 떠나 고구려의 산산(蒜山)이라는 곳으로 갔다. 부부의 행색을 본 고구려 사람들이 옷과 먹을 것을 주었다고 한다.

본국에서 맨몸으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 편하게 살 수는 없었다. 백제에서는 몸종까지 부리며 살았지만 고구려 땅에서는 거지처럼 구차한 삶을 살아야 했다. 그렇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도미부인은 끝끝내 혼인의 약속을 버리지 않았다. 행색은 남루하고 거지 같은 삶을 살았지만 한평생 남편과 해로했다고 한다. 약속은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지키려 인내할 때 더욱 값지다는 점에서 도미부인은 오늘날 의미 있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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