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5만원권 발행 때문일까? 저성장 때문일까?

입력 2016-02-10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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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유통속도인 통화승수 19년래 최저..경기개선으로 투자·소비 늘어야 반전

돈은 돌아야 맛이다. 우리 몸속에 피가 잘 돌아야 하듯 경제가 잘 운용되려면 돈이 잘 흘러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돈의 흐름이 꽉 막혀 있다. 통화유통속도가 19년여만에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소위 ‘돈맥경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돈맥경화를 보는 시선이다. 정책당국인 한국은행은 5만원권 발행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반면 경제전문가들은 저물가, 저금리, 저성장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경제를 보는 시각이 다르니 문제를 풀기 위한 해법도 찾기 어렵게 됐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10일 한은에 따르면 통화유통속도를 나타내는 통화승수가 지난해 11월 현재 17.69배(원계열기준)에 그쳤다. 작년 9월에는 17.62배까지 떨어지며 1996년 10월(16.86배) 이후 18년11개월만에 최저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계절조정치 기준으로는 17.47배에 머물며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1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통화승수란 본원통화 한 단위가 몇배의 통화를 창출했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통화총량(광의통화, M2)을 본원통화로 나눠 산출한다. M2는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2년미만 정기예·적금 등 사실상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돈이다. 본원통화는 한국은행이 발행한 화폐발행액과 예금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지급준비예치금(지준금)의 합계다.

한은은 이같은 돈맥경화에 대해 즉답을 피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돈맥경화라는 용어를 사용치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해 평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5만원권 발행 vs 저금리·경기위축= 최근 통화승수가 줄고 있는 것은 분자인 M2 증가율보다 분모인 본원통화 증가세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 한은이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은 없다. 다만 한은은 본원통화 중 화폐발행 잔액에, 전문가들은 지급준비금에 무게중심을 두는 분위기다.

우선 작년 12월말 현재 화폐발행잔액은 86조7571억원 기록, 두달만에 86조원대를 회복했다. 지난해 9월에는 86조7608억원까지 늘며 1960년 1월 통계집계 이래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한은은 이같은 증가세 원인을 5만원권 발행에서 찾고 있다. 2014년 9월30일 한은이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화폐발행액 증가율은 5만원권 발행 이전 5.2%(2005년 1월~2009년 6월중 평균)에서 이후 16.0%(2009년 7월~2014년 6월중 평균)로 상승했다. 실제 작년 12월 현재 5만원권 화폐발행잔액은 64조3236억원을 기록 중이다. 총 화폐발행잔액 중 5만원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74.25%에 달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2013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와 경기불안 등에 따라 민간의 현금보유 성향이 증대한 때문으로 풀이했다. 즉, 시중자금이 단기성 상품에 몰리는데다 비은행권 실적배당형상품에서 은행예금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한은도 이 영향에 M2내 지준금 적립대상 이외의 상품 비중이 2009년 7월 52.1%에서 2011년 12월 49.8%로 하락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요구불예금의 경우 작년 11월 현재 173조5742억원(평잔, 원계열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년동기대비 증가율도 28.5%로 작년 7월 이후 5개월 연속 20%대 후반 증가세를 이어갔다. 요구불예금은 지준율 7%가 적용된다. 시중은행이 한은에 예치하는 지준금 급증의 원인이다. 한은 지준율은 장기주택마련저축 등 장기성예금의 경우 0%를, 정기예금 등 중장기성예금의 경우 2%를 적용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작년 2월 ‘통화승수 하락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가계의 평균소비성향이 2007년 76.6%에서 2010년 77.3%까지 증가하다 2013년 73.4%, 2014년 72.9%까지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봤다. 상장기업 현금유보율 역시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712.9%에서 2013년 1023.5%, 2014년 상반기말 1092.9%까지 빠르게 증가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민간대출이 적으니 통화창출이 안되는 것이다. 본원통화 증가분 만큼 통화승수가 감소하는 것”이라며 “경기부진을 반영한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고 투자나 가계소비가 늘어날 때 통화승수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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