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 조국에 청춘을 바친 유관순 열사

입력 2015-03-05 15:34 수정 2015-03-05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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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지인들과 새해 인사를 나눈 것 같은데 열두 달 가운데 두 달이 훌쩍 지났다. 아이들이 새 학년, 상급 학교로 올라가서일까, 진정한 의미의 시작은 3월인 듯싶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바람에 앞서 매서운 황사바람이 한반도를 뒤덮었지만 어쨌든 봄이 왔다. 봄의 시작 3월이면 유관순 열사가 생각난다. 한민족이라면 가슴속에 뜨겁게 새겨진 이름 유관순. 그는 한민족 모두의 누나다.

제96주년 3·1절을 기념해 서울시청 건물과 연결된 서울도서관 정문 꿈새김판에 유관순 열사의 마지막 유언이 새겨졌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수의 차림의 유관순 열사 사진이 함께 있다. 수의에 선명하게 찍힌 수감번호 371번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이화학당에 재학 중이던 천진난만한 18세 소녀가 만세운동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옥에 갇혔다. 그후 일제의 모진 고문에도 “대한독립만세”를 부르다 목숨을 잃었다. 그의 꽃다운 나이가, 뜨거운 나라 사랑이, 순수한 눈빛이 너무도 아까워 가슴이 저리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유관순 열사의 유언 중 ‘나라에 바칠’ 부분에서 고개를 갸우뚱한다. ‘바치다’ ‘받치다’ ‘받히다’ ‘밭치다’의 쓰임새를 정확히 알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바치다’는 신이나 웃어른에게 정중하게 드리다, 반드시 내거나 물어야 할 돈을 가져다 주다, 무언가를 위하여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놓거나 쓰다 등의 뜻이다. 즉 ‘~에게 주다, (세금) 등을 내다, 헌신하다’란 의미의 동사로 ‘관청에 세금을 바쳤다’ ‘평생을 과학 연구에 몸을 바쳤다’ 등으로 쓰인다.

‘받치다’와 ‘받히다’는 유난히 잘못 쓰는 이들이 많은데, 반드시 뜻을 구별해야 한다. ‘받치다’는 ‘받다’에 강세를 나타내는 접미사 ‘-치-’가 결합한 말로 어떤 물건의 밑이나 안에 다른 물체를 댄다는 뜻이다. ‘책받침을 받치다’ ‘내복을 받쳐 입다’ ‘우산을 받치다’ 등이 대표적 용례다. 또 ‘받치다’는 먹은 것이 잘 소화되지 않고 위로 치밀다, 화 따위의 심리적 작용이 강하게 일어나다는 의미도 있다. ‘그녀는 감정이 받쳐서 끝내 울음을 떠뜨렸다’ ‘아침에 먹은 것이 받쳐서 점심은 굶어야겠다’ 등이다. 반면 ‘받히다’는 ‘받다’에 피동접미사 ‘-히-’가 결합한 피동사로 머리나 뿔 따위로 세차게 부딪히다는 의미가 있다. ‘트럭에 받혀 중상을 입었다’ ‘소뿔에 받혀 다쳤다’ 등이 대표적 용례다. 마지막으로 구멍이 뚫린 물건 위에 국수나 채소 따위를 올려 물기를 뺀다는 의미의 우리말은 ‘밭치다’이다.

1918년 이화학당 고등과 교비생으로 입학한 유관순 열사는 1919년 3ㆍ1운동 직후 일제 총독에 의해 학교가 휴교하자 즉각 고향으로 내려가 만세운동을 이끌었다. 집결지는 아우내 장터로, 현재 천안 독립기념관 옆의 병천(竝川)이다. 아오네, 아우네 등으로 잘못 표기하는 이가 많은데 충남 병천의 바른 옛 우리말 지명은 아우내다. ‘아우-’는 여럿을 모아 한 덩어리나 한 판이 되게 하다라는 의미의 동사 ‘아우르다’와 어원이 같다. ‘합치다’란 뜻의 옛말 ‘아올다’가 변한 말이다.

3월 봄향기 풍기는 하늘에는 96년 전 만세 함성도 서려 있다. 제아무리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두꺼운 옷을 벗고 가벼운 마음으로 시청앞 거리를 걸어 보는 것도 좋겠다. 유관순 열사의 그날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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