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

입력 2015-03-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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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연세대 특임교수, 전 국회의원

“이산가족 찾기란 남북 간에 하는 걸로만 알았어. 남한 내에서 이산가족 찾기를 했을 줄이야….”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나오며 아들 녀석이 한 말이다. 3000년 전도 아니고 불과 30년 전의 일인데도 우리 젊은 세대는 우리의 역사, 우리 민족이 살아온 이야기에 대해 상상도 못했다는 반응이다. 빗살무늬토기가 구석기 시대 유물인지 신석기 시대 유물인지는 잠이 든 아이를 깨워서 물어도 답이 나올 만큼 열심히 가르치면서, 우리가 어떤 치욕의 역사를 거쳤는지, 이 나라의 독립이 어떤 피흘림과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졌는지, 민족 분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충분하게 가르치지 않았다.

“내 손톱이 다 빠져나가고, 내 코와 귀가 잘리고, 내 손과 발이 부러져도 그 고통은 잊을 수 있으나 나라를 잃어버린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수 있는 목숨이 하나밖에 없는 것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17세 어린 소녀 유관순 열사가 아우내 장터에 3000여명의 군중을 운집시켜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유민임을 만방에 선포하며 ‘대한독립만세’를 외친 죄로 일제의 혹독한 고문 끝에 옥사하면서 남긴 유언이다. 유관순 열사의 행적은 일제강점기 공주지방법원과 경성복심법원의 재판 기록, 서대문 형무소의 수형자 기록표 및 수감자 사진 등에서 상세히 입증된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애국 열사의 피로 세운 대한민국의 역사를 가르쳐야만, 충절과 애국으로 무장된 미래 세대를 길러내야만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강한 나라 이스라엘은 독일군에게 희생당한 유대인의 사진, 증언, 기록 문서 등을 전시한 야드바셈 박물관을 어린 학생은 물론 모든 국민이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민족의 수난사를 상기해 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본은 교과서 7종 중 4종에 유관순 열사의 행적을 다뤘다. 반면 우리는 역사교과서 8종 중 본문에서 유관순 열사의 행적을 제대로 수록한 곳이 단 1종에 불과했고 4종에서는 아예 이름조차 언급되지 않았다. 물론 유관순기념사업회의 끈질긴 문제 제기로 올해 신학기부터는 8종 모두에 최소한 이름 석 자는 언급되도록 수정됐다.

하지만 수능시험 문제 맞히기 식의 이름 석 자 외우는 교육으로는 미래 세대의 가슴에 애국과 충절의 혼을 심어주기에 역부족이다. 탑골공원의 3·1운동과 3·5학생만세운동에 가담했다 경찰에 연행된 후 휴교령이 내려지자 고향 천안에 내려와 청원, 진천, 연기까지 수백㎞를 도보로 걸어 서울의 3·1운동 사실을 알리고 후속 만세운동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군중을 동원해 아우내 장터 만세운동을 주도한 사실, 조선 천지 감옥 아닌 곳이 있냐며 상고를 거부한 사실, 옥중에서 고문을 받으면서도 3000여명의 죄수를 감복시켜 옥중 만세운동을 일으킨 사실, 순국 후 주검 인도를 거부하는 일제에 맞서 국제사회 여론 조성을 통해 주검을 인도받았을 때의 그 처참한 주검의 상태 등 조선이 독립국임과 조선인이 자유인임을 만방에 선포하며 최후의 1각까지 최후의 한 사람까지라는 기미독립선언문에 끝까지 충실했던 세세한 스토리들을 알려야만 애국과 충절의 혼을 심을 수 있다.

광복 70주년, 일본과의 수교 50주년을 맞는 올해 이 모든 일을 바로잡아야 한다. 일제는 3.1운동 관련자 중 유관순 열사가 주도적 역할을 했고 또 저항의 강도가 가장 강해 중형을 내렸다는데, 다른 3·1운동 애국지사들과 달리 유관순 열사는 우리 대통령 헌화대상에도 빠져 있다. 이 또한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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