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은 과학적 방법론에 의해 치열한 논의와 검증을 거쳐 수립된 인문사회과학의 한 분야다. 그런 만큼 법령들, 법 내의 다양한 조항들은 정교한 유기체처럼 상호 작용하며 가장 바람직한 사회 질서를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정돼야 한다. 하지만 자본시장에서 바라보는 법은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관할 조직이 다를 뿐 아니라 각종 이해관계 또한 얽혀 있기
기업의 주주총회 안건 실무들을 다루다 보면 다양한 사례들을 생생하게 경험한다. 각양각색으로 법과 도덕의 경계, 이론과 현실이 충돌, 우선순위의 문제, 법령 간 균열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고민에 종종 휩싸이기도 한다.
횡령으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해 징역 4년의 확정 판결받았던 한 오너는 옥살이 도중 ‘특별사면’을 얻어 사내이
조직에는 저마다 추구하는 핵심가치(Core Value)가 있다. ‘품질’이 핵심가치인 회사는 제품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 즉시 제품을 회수하고 조건 없이 보상해줄 것이다. ‘신선함’을 핵심으로 여기는 식당은 당일 식자재가 남을지라도 과감히 처분할 것이다. 이렇듯 핵심가치란 조직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원칙으로, 주로 애매한 사정들
‘철학’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떠올리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관념적 담론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철학은 곧 현실이다. 세상을 보는 관점과 성향을 결정하고 생각으로 구체화해 결국 현실에서 의견과 행동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의결권 자문사에도 철학은 중요하다. 대개 연구원들이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할 때 사안의 찬반 여부는 일반적인 가이드라인
싱가포르 여행 가운데 잊을 수 없는 두 가지 기억이 있다. 하나는 마리나베이샌즈 근교에서 저녁 바람을 맞으며 가족들과 함께 먹었던 칠리 크랩의 추억,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길거리에 종이 하나 버리지 않고 오랜 시간도 평온하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의 높은 공중도덕 의식이다. 특히 청결한 싱가포르 공중화장실에 붙어 있던 금연 표시 팻말은 아직도 강렬하게
‘아더 앤더슨(Arthur Andersen)’은 필자의 첫 직장이었다. 회사의 지명도와 전문성, 영향력으로 인해 로고만으로도 자부심을 느끼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설렘도 잠시, 2002년 아더 앤더슨은 돌연 해체됐다. 미국 굴지의 에너지 운송업체 엔론(Enron)이 저지른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규모의 분식회계 사건 때문이었다.
한 회사의
우리가 연금이나 펀드에 가입하면 기관투자자들은 모인 자금으로 전망이 좋은 우량 회사에 투자한다. 연기금, 공제회, 보험사 및 각종 자산운용사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모두 고객의 돈을 위탁받아 관리하는 것으로 ‘수탁자의 책임’이 생긴다. 자본시장법은 이들에게 두 가지 의무를 부과한다. 자금의 운용을 맡은 사람이라면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주의의 정도로, ‘투자
“책임(Responsibility)은 응답(Response)할 수 있는 능력(Ability)이다. 응답은 듣는 능력을 전제로 한다. 듣지 못할 때 우리는 근본적으로 무책임하다.” ‘목소리와 책임’에 대한 한 철학자의 통찰이다.
인도의 활동가인 아룬다티 로이의 입장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목소리 없는 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고의로 침묵하
회사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누구일까? 여기서 ‘가장 높다’는 것은 최종 의사결정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의미한다. 언뜻 직원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사장님 아니면 회장님 같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아니 적어도 상장사는 그러면 안 된다. 회사의 주주가 경영을 이사회에 위임하면, 이사회는 CEO에게 위임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적 경영은 CE
과거 외국인 컨설턴트들과 협업을 하던 중 ‘책임’의 의미를 두고 열띤 논의를 펼친 적이 있다. 지배구조에 있어 책임을 논하려면 한국 기업도 ‘Responsibility’와 ‘Accountability’의 차이를 명확히 하고, 두 종류의 책임이 모두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자는 역할(Role) 대비 책임을 의미하는 데 반해, 후자는 직접
11월 15일 한국계 사모펀드 KCGI는 그레이스홀딩스라는 자체 펀드를 통해 한진칼 지분 9% 신규 취득을 공시하며 회사를 긴장시켰다. 우리 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전환 집단 21개사 지주회사의 총수 일가 평균 지분율은 44.8%로 안정적인 반면, 한진칼은 28.95%로 상대적으로 적다. KCGI 지분에 국민연금과 외국인 기관의 지분을 합칠 시 33%까지
자본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지주사 전환의 마법’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는 회사의 본질적 가치에 변동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지배구조를 지주사로 전환했다는 이유만으로 최대주주의 지분이 많게는 2~3배까지 큰 폭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업종에 상관없이 지주사로 전환한 국내 회사들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대부분 증가했다. 국
“기관투자자의 행동주의는 약탈적 가치창출이다.” “국민연금의 관여 활동은 정부가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연금사회주의의 일환이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과도한 경영권 간섭을 합리화하는 도구일 뿐이다.”
기관투자자가 자금 주인인 고객의 돈을 마치 집사(Steward)와 같이 충실히 관리하라는 원칙인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본격화하면서 부작용
얼마 전 미국 상장사들의 ‘주주제안’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주주총회 문서들(Proxy Statement)을 검토하며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놀라움은 곧 부러움이 되었고, 필자가 매년 겪는 한국 상장사들의 현실을 떠올리자 이내 안타까움으로 바뀌었다. 이론적으로 알고 있던 현대 자본주의 첨병 미국의 주주 제도와 기업 문화의 선진성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었기 때문
필자는 지난 3년간 SK부터 삼성, 롯데, 최근 현대차그룹까지 대한민국 최고 그룹들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몸소 경험했다. 지주사로 전환한 롯데를 제외한 기업 대다수는 개편안에 합병 결정을 포함했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주주들의 초미의 관심사는 당연히 자신이 보유한 주식이 상대 회사 주식과 어떤 비율로 교환되는가, 즉 합병비율이었다. 한국은 합병비율을 법으
“주주분들과 투자자,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5월 자본시장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정의선 부회장의 말과 함께 전격 철회됐다. 현대모비스의 우호지분은 30.7%로 출석 주주 3분의 2의 찬성이 필요한 사안이었으나 충분한 찬성표를 얻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
정기 주총 시즌이 막을 내렸다. 회사의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찬반 의견을 표명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3월은 잔인한 달이다. 회사당 평균 4~5개씩, 총 1900여 개 상장사의 정기주총이 3월 한 달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상당수가 일명 ‘슈퍼주총데이’라 불리는 특정 2~3일에 집중돼 있다. 1년에 한 번 회사와 주주의 공식적인 만남이 이뤄지는 회사의
“ISS에서 저희 주주총회 의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는데, 무엇이 문제인가요?”
최근 주총을 앞둔 한 상장사 IR 담당자로부터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을 두고 고심하는 눈치였다. 주주 권익 침해가 우려되는 몇몇 사항에 대해 조언해줬고, 회사는 며칠 후 정정공시를 냈다. 단순히 직업적인 보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