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공습’ 탈출구는?] 强달러… 엔低… 궁지 몰린 ‘세종대왕’

입력 2014-10-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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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강세에 국내 증시 ‘날벼락’ 엔화 약세에 대형 수출주 ‘된서리’

강(强)달러, 엔저(低) 등 환율의 공습이 거세지고 있다. 환율 변수로 인한 주식·채권·외환·상품의 가격 변동성도 한층 심화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 원인을 놓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과 경기회복세 반영이라는 엇갈린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강세 기조 지속에는 이견이 없다. 일본중앙은행(BOJ)이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며 국가간 대립 양상이 소리 없는 환율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투자자금도 환율 변수에 따라 안전한 투자처를 찾아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안전자산으로 대표되는 달러화에 대한 매수세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채권에 대한 투자도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달러화 강세가 진행되며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본격화고 있다. 수출 대형주들은 그동안 지속됐던 원화 강세 기조의 반전으로 채산성 악화에 대한 부담은 덜어냈지만 달러화 강세를 반색할 여유도 없이 엔화 약세로 인한 제 2의 환율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이다.

8월 말까지만 해도 달러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원화절상 압력이 지속되며 1000원선을 위협하는 등 세 자릿수 진입 가능성도 높게 점쳐졌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반 만에 분위기가 역전됐다. 과거에도 환율 변수가 부각된 시기가 있었다. 지난 2002~04년 경기가 반등하면서 선진국-신흥국 간 경상수지 불균형 확대와 국제 자본이동 증가로 변동성이 확대됐다. 또한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증폭되는 과정에서 전면적인 디레버리징이 나타나기도 했다.

달러화 강세로 외환시장과 상품시장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주요국 통화 대부분이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어 상대적으로 글로벌 달러화 강세가 한층 심화되는 모습이다. 이달 초 달러인덱스(DXY)는 86.75까지 급등하며 4년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유로화는 22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달러화가 2010년 이후 초강세를 보이면서 금, 유가, 곡물 등 원자재 가격이 동반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 금선물 가격은 온스당 1200달러가 무너지기도 했고,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배럴당 85달러선까지 내려갔다.

현재의 달러화 강세는 글로벌 매크로 리스크에 기인한 펀더멘털 우려와 미국 양적완화(QE) 종료 이후 통화정책 불안감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달러화 강세 배경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조치와 유럽 경제 불확실성 심화, 일본 경제 부진에 따른 BOJ의 추가 통화완화 기대감 등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연준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해 2008년 11월부터 3차례에 걸쳐 QE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달 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50억달러의 테이퍼링(Tapering)을 끝으로 QE3는 종료될 예정이다. QE 종료 이후 금리인상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깔려 있다. 그동안 연준에서는 꾸준히 금리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긴축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다만 시점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매파비둘기파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경기회복에 대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연준에서는 매크로 지표 호조세가 지속되며 비교적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진행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의 관심은 금리인상 시점으로 옮겨가고 있다. 내년 3분기 이후로 예상되던 금리인상 시점이 최근 내년 2분기로 앞당겨지며 유동성 축소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 증시 약세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는 과거에도 달러화 강세 전환의 계기가 됐다. 지난해 5월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QE 축소 입장을 밝히자 신흥국 통화 가치 하락, 주가 약세, 금리 상승을 야기했던 전례도 있다.

미국 금리 상승은 그 자체만으로도 달러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미국계 자금의 신흥국 투자 유인을 약화시킨다.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의 이탈 현상이 전개된다면, 신흥국 통화 약세까지 더해져 달러화 강세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 통화 약세 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 지난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정책금리 인하(마이너스 예금금리 도입)와 증권매입 프로그램(SMP)에 대한 불태화 중단, 선별적 장기자금공급조작(TLTRO) 등을 발표했다. ECB가 TLTRO에 이어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커버드본드 매입을 시작할 경우, 연준(Fed)과의 상대적 발권력 변화 측면에서 유로화는 추가적인 약세가 예상된다.

엔화 약세도 재개되고 있다. 속도의 문제일 뿐 기조적 약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책 기대감이 반영되며 내부적인 엔화 약세 압력도 높다. BOJ의 추가 통화완화 정책 수준과 미국의 금리 상승폭에 따라 엔달러 환율은 추가로 오를 전망이다. 내년 연말에는 115엔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달러 환율은 오버슈팅 상태지만 미국 금리 상승세가 전개된다면 미·일 간 금리 차가 확대되며 엔 캐리 트레이드 유인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처럼 나홀로 원화 강세 현상은 재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 강세가 지속되며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 원달러 환율은 반등을 이어갈 전망이다. 2기 경제팀이 꾸려진 이후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내수 활성화와 자산가격 상승을 꾀하는 과정에서 기준금리 인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원엔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를 언급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하 기대를 높이고 있고 내외 금리차 축소도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달러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리며 환율 변수에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지만 돌파구를 마련하기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측면을 비춰봤을 때 미국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상의 신호탄을 쏠 것으로 보인다며 달러화 강세의 추세는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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