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포럼] 초등학교 9시 등교,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14-10-0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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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전 새누리당 의원, UCLA 경제학박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어요. 아이를 안 낳아본 대통령이라 그런 거예요?”

며칠 전 병원에 갔다가 간호사들에게 집단 항의를 받았다. 광명과 부천에서 출퇴근하며 초등학교 아이를 키우는 젊은 주부들이었다. 난데없는 9시 등교 때문에 직장생활 자체가 지옥이 되어 버린 직장맘들의 분노에 일단 공감해 드린 다음 대통령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었다는 것, 그것도 대통령과 반대편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진보진영의 경기도 교육감이 독단적으로 하신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또 국가 장래에 해악을 끼치는 잘못된 정책들이 교정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로 피해자들이 반대 목소리를 조직적으로 내기 어렵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린 원인 제공자가 별로 지탄을 받지 않는 경우다. 유감스럽게도 9시 등교가 바로 그런 경우다. 피해자인 직장맘들은 아이 키우고 직장 다니기도 벅차 피켓 들고 대규모 시위를 벌일 시간이 도무지 나지 않는 분들이다. 우리 국민들의 정치 무관심 때문에 정작 9시 등교 사태의 주범이 이재정 진보 교육감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옛날부터 우리 백성들은 비가 안 와 가뭄이 들어도 나라님 탓, 비가 많이 와 홍수가 져도 나라님 탓을 하다 보니 애꿎은 대통령만 지지율 손해를 보고 있다.

우선, 초등학교 9시 등교로 대부분의 직장맘들은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나서 출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일단 출근하고 등교시간이 되면 집에 두고 온 아이에게 학교 가라고 전화한다.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엄마가 옆에 붙어서 재촉하며 일일이 시중을 들어도 제 시간에 등교시키기 어려운 어린아이를 전화로 등교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 것이다. 또 성폭행이나 교통사고의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아이 혼자 등교시킨다는 것이 얼마나 불안한지도 잘 안다. 일부 직장맘들은 아예 등교용 도우미를 고용하다 보니 빠듯한 생활비 때문에 맞벌이하는 서민 가정의 생활고가 가중된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9시 등교의 명분으로 내세운 논리는 아이들의 수면시간을 확보해 주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9시 등교를 시행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학생들의 일과를 보면 등교 시간이 늦어진 만큼 하교 시간이 늦어지고 그만큼 학원 등 사교육 시간이 늦어지고 결국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 늦어지게 되어 취침 시간까지도 늦어지기 때문에 수면시간의 총량은 변함없다.

아무 유익이 없는 초등학교 9시 등교 때문에 직장맘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아이 낳기 힘들다는 탄식만 늘어가고 있다. 불과 4년 후인 2018년부터는 우리나라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고 출산율 올리기가 국가의 사활을 건 어젠다가 된 상황에서 출산율 올리기에 찬물을 끼얹는 정책은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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