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주년/업계가 업계를 진단하다] 중국 저가폰의 위협… ‘사물인터넷’ 주도권 경쟁

입력 2014-10-02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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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업계

우리 경제에 대한 위험 신호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특히 우리 경제의 뿌리인 산업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는 업계의 자가진단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1998년 IMF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한 전례를 들어 이번 고비도 쉽게 넘길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이미 스스로 회복할 능력을 상실했다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국회와 정부가 나서 우리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우리 경제를 살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부원장은 “우리 경제가 처한 가장 큰 문제는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민간의 소비나 기업의 투자 심리가 자연스럽게 회복되기에는 환경과 여건이 매우 안 좋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 부원장은 “재정 확대,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등 각종 지원 정책들이 적극적으로 시행돼야 한다”면서 “이러한 대책들이 시너지를 발휘할 때 경제 회복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4분기를 바라보는 업계의 전망도 좋지 않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인 한국의 샌드위치 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대기업 임원은 “품질을 담보한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당해 낼 재간이 없다”면서 “더디기만 한 규제 완화 등 정부 정책은 하루하루가 긴박한 기업들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투데이 창간 4주년을 맞아 우리 산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누구보다 잘 아는 업계에 자체 진단을 요청했다. 업종별로 주요 기업 임원들에게 익명성을 전제로 허심탄회한 소견을 물었다. 현재 기업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격변기’. 올 상반기 국내 전자업계를 정의하는 단어다. 중국 기업들의 역공세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본격화가 맞물리면서 판도를 바꾼 것이다.

올 상반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프리미엄 일변도에서 벗어난 중저가 보급형 시장으로 재편됐다. 이 같은 결과는 중국과 인도 등 현지 스마트폰 업체들의 약진에 기인한다.

저가폰을 내세운 중국 샤오미와 인도 마이크로맥스 등 현지 업체들은 자국에서 삼성전자를 밀어내고 1위에 오르는 등 스마트폰 시장의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구도를 깨뜨렸다.

가전 시장은 ‘스마트홈’을 중심으로 한 IoT 시대 진입으로 요약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 스마트 기기를 통해 외부에서 집안의 가전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업그레이드된 스마트홈 서비스를 선보인 데 이어 향후 냉장고와 TV 등 가전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건물, 도시에 이르기까지 모든 사물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IoT 시대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은 PC 부활에 따른 D램 시장 회복과 신제품 출시로 인한 낸드플래시 수요 증가로 호황을 이뤘다. 특히 삼성전자의 기술적 우위가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V낸드)를 개발, 지난 5월 10나노급 V낸드를 생산하는 중국 시안반도체 공장 가동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세계 최초로 20나노 공정을 적용한 6Gb 모바일 D램 양산에 돌입했다. 지난 3월 업계 최초로 컴퓨터용 20나노 4Gb DDR3 D램 양산에 이어 모바일 D램에도 20나노 공정을 적용하며 본격적인 20나노 D램 시대를 열었다.

이 추세에 따라 전자업계의 하반기 키워드는 ‘투트랙 전략’과 ‘IoT 주도권’으로 이어진다.

올해 중순까지만 해도 고가 스마트폰 시장은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당시 아이폰6 출시를 계속 미루던 애플의 행보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모양새로 비쳤다. 그러나 지난달 애플이 100만원을 호가하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극명해졌다. 그동안 하이엔드 모델을 지향했던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이제 중저가 시장도 함께 공략해야 하는 투 트랙 전략 모드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중국 화웨이가 국내 이동통신사 LG유플러스를 통해 한국시장에 상륙할 것이라는 얘기는 이미 석 달 전부터 기정사실화된 내용이다. 중국 시장은 물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약진하고 있는 화웨이가 국내 중저가 시장을 선점하기 앞서 국내 전자업계가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는 분석이다.

IoT 시장 역시 선점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할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각각 OIC, 올씬얼라이언스라는 글로벌 컨소시엄에 참여하며 세계적 기업과의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다. OIC에는 인텔, 삼성전자, 델 등이 주도하고 있으며, 올씬얼라이언스는 LG전자를 비롯해 소니, 일렉트로룩스, GE 등 여러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컨소시엄을 이끄는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LG전자는 물론 밀레, GE, 파나소닉, 소니 등 세계 가전 기업들이 스마트홈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에 제조회사 브랜드에 상관없이 회사 간 제품 기기들이 서로 연동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스마트홈 플랫폼의 주도권을 잡는다면 이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물론 스마트홈에서 파생되는 시장까지 앞서 선점할 수 있는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도 연내 20나노 제품 양산에 성공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반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중국업체가 애플, 삼성, LG와 같은 굵직한 기업들 틈에서 자신만의 방법으로 성공을 거뒀듯, 국내 기업들도 보편적 제품이나 전략보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조할 수 있는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업체 A상무= “스마트폰 시장의 ‘빈익빈 부익부 시장화’ 기조가 이미 형성된 가운데 애플을 패스트 팔로우하던 국내 업체들의 행보가 의미 없게 됐다. 이제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타깃 마케팅’이 중요하다. 특정 사용자층을 만들어 마케팅을 펼친 샤오미의 ‘미팬(me fan)’처럼 소비자의 선택을 이끌 수 있는 새로운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가전업체 B상무= “가전제품(하드웨어)을 모두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 OS를 누가 이끌 것이냐가 관전 포인트다. 스마트홈의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누구에게나 기회가 있다. 스마트홈은 궁극적으로 사물인터넷(IoT)으로 이어지는 만큼 초기 스마트홈 시장 주도권을 잡는 업체가 향후 가전 시장을 리드할 것이다.”

◇반도체업체 C부장=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중국의 LTE 시장 확산 등 수요 증가로 성장 추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높아지고 있는 기술 난이도와 대규모 투자 부담 등으로 생산 규모 증가는 제한적일 것이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국내 전자업계의 성과가 아직 미진하므로 성장을 가속화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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