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서민증세, 사회적 합의부터 구해야

입력 2014-10-01 10:14 수정 2014-10-0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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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박근혜 정부가 서민증세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작년에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꿔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들로부터 연간 9500억원의 세수 확대 계획을 확정지은 데 이어 올해는 담뱃세,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으로 4조2000억원의 증세안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사항도 올해 소득에 적용돼 실제로 세금이 납부되는 시점이 내년 초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 초부터 가계소득에 5조원대의 세금폭탄이 떨어지는 셈이다. 세율 인상은 없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말대로, 세율 빼고 세금을 더 걷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이 동원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금감면 축소와 각종 정액세 인상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이렇게 말한다. ‘국민건강 증진 정책이고 물가인상을 반영했을 뿐이다, 세율 인상이 없으니 증세가 아니다, 서민 증세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담뱃값 2000원 인상의 증세 효과가 2조8000억원이라는 정부 주장의 두 배 가까운 5조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은 무엇인가? 고소득층이 담배를 더 피우고 세금을 더 내니 서민 감세가 아니다? 주민세 하한액을 5배로 올리면서 상한액은 2배밖에 안 올리니 물가인상분만 반영한 것이다? 소비세나 정액세(납세자나 그 밖의 사정에 관계없이 일정한 금액을 거두는 조세)의 인상이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이 되고, 소득역진적 성격을 갖는다는 건 교과서에 나오는 얘기다. 재정학 심지어 수학까지 한국에 와서 고생이 막급이다.

심지어 정부의 서민증세안은 최경환 부총리가 취임 초 내놓았던 가계소득 증대 정책과도 배치된다. 가계소득 증대에는 시그널만 주면서 실제론 세금을 더 거둬들인다면, 입으론 달콤한 말을 하면서 배에 칼을 들이대는 구밀복검(口蜜腹劍)과 무엇이 다르랴. 아무리 청와대 경제참모로부터 거위 깃털 뽑기를 배웠다 해도, 이처럼 거짓말과 꼼수로 국민을 호도하는 정부는 금시 처음이다.

민주국가에서 정부는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수탈자가 아니다. 국민이 국회를 통해 스스로 부담할 세금을 정하면 그것을 집행하는 것이 정부다. 조세법률주의는 민주국가에서 세금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관계를 표현하는 말이다. 예산편성권이 정부에 있다는 이유로 국민 여론의 수렴절차도 없이 정부 부처 간의 의견조정만으로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던져놓고 무조건 시일 내에 처리해 달라는 태도부터 헌법정신과 거리가 멀다.

이웃 나라 일본은 2012년 ‘사회보장과 세의 일체개혁안’을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고, 총리실에 사회보장개혁위원회를 설치해 2년째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증세 문제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중시하는 자세는 일본의 소비세 인상뿐 아니라 프랑스의 사회보장세 신설, 독일의 생태환경세제 도입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증세, 특히 서민과 중산층에 세 부담을 높이는 세제개편은 지금 정부가 하듯 이렇게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이 더 내게 되는 세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정부는 충분히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할 의무가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조세재정개혁을 위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구성해 국민의 동의를 광범위하게 구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합의 없는 서민 증세는 결국 우리 재정에 독이 되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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