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연예인이 설 자리가 없다, 달라진 TV생태계-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 2014-09-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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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하고 노래를 부르던 시절, TV는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다. 그 사각의 프레임 안에는 연예인과 방송인, 즉 방송 전문가들만이 얼굴을 내밀었다. 그러니 그런 노래가 나왔을 것이다. 사각의 프레임 바깥에 있는 일반인들은 그렇게 방송 전문가들을 그저 바라만 보며 부러움의 노래를 불렀다.

그로부터 20년 정도가 지났을까. TV라는 그 사각의 프레임에 연예인과 방송인이 아닌 새로운 얼굴들이 자꾸만 보이기 시작했다. 엠넷 ‘슈퍼스타K’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은 생짜 모르는 일반인을 속성으로 연예인화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KBS 2TV ‘안녕하세요’ 같은 프로그램은 특별한 고민을 가진 일반인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세웠다. 시청자들은 자신과 다를 바 없는 그 일반인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때로는 질타하기도 했다.

종영한 SBS ‘짝’은 최초로 지상파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리얼리티쇼를 선보였다. 지상파에서 일반인의 사생활을 들여다본다는 부담감에 처음에는 예능이 아닌 다큐로 선보였지만 차츰 프로그램은 예능화돼 갔다. 일반인의 출연은 갖가지 논란 또한 불러왔다. 결국 한 출연자의 자살로 인해 종영된 이 프로그램은 연예인에서 일반인으로 넘어가는 방송 과도기의 많은 문제들을 보여주었다.

최근 시작한 SBS의 ‘달콤한 나의 도시’는 ‘짝’의 명맥을 잇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서른을 앞둔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카메라가 따라다니며 포착해 가감 없이 보여준다. 여전히 사생활 노출에 대한 부담감은 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일반인들의 출연이 익숙해진 상황이다. 그네들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에서 이제는 그다지 큰 죄책감이 들지 않게 되었다. 그것은 아마도 일반인들의 방송출연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현 방송의 변화를 말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최근 방송은 끊임없이 새로운 얼굴들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JTBC ‘비정상회담’이 주목되면서 외국인들이 봇물 터지듯 방송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도 이 일반인 트렌드와 무관하지 않다. 그들은 ‘한국말을 잘 하고 한국문화를 잘 이해하는’ 외국인이지만 그래도 엄밀히 말하면 일반인이다. 이렇게 일반인들이 TV의 사각 프레임에 자꾸 들어오면서 점점 밀려나거나 좁혀지는 건 연예인들이다. 유재석도 강호동도 신동엽도 이제는 스타 MC 파워를 좀체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새롭게 하는 프로그램들도 뜯어 보면 상당히 일반인들에게 기대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유재석의 KBS 2TV ‘나는 남자다’, 강호동의 MBC ‘별바라기’ 등).

MBC ‘진짜 사나이’나 SBS ‘정글의 법칙’ 같은 프로그램은 이제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오기 위해서는 어떤 모습까지를 보여줘야 하는가를 잘 말해준다. 걸스데이의 혜리는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걸그룹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눈물 콧물의 화생방을 보여주었고, 여전사 김소연은 허당 저질체력으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오히려 호평받았다.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이제 꾀죄죄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익숙하다. 연예인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졌고 그나마 극한의 생고생을 담보해야 그 입지도 유지되는 형국이다.

방송이 전문가의 영역에서 일반인의 영역으로 위치 이동을 하게 된 것은 영상의 일상화로 인해 생기는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영상의 주인공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제 한때 독보적 위치를 점했던 연예인들이 설 자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달라진 TV 생태계는 그래서 달라진 스타들의 자세를 요구한다. 과연 TV의 얼굴은 이제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으로 바뀌게 될까.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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