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포럼] 담뱃값, 인두세, 꼼수 증세

입력 2014-09-17 18:14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최근 정부는 담뱃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금연 확대를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믿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기획재정부 산하 국책연구소인 조세재정연구원은 정부의 용역의뢰를 받아 담뱃값을 얼마로 인상해야 세금을 최대한 많이 걷을 수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가 바로 4500원이었다. 담배가격 인상 정책은 실제로 금연효과가 강력하다. 그래서 담뱃값을 너무 많이 올리면 금연자가 늘어나서 세금을 최고로 걷을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담뱃값을 너무 적게 올려도 최고의 세금을 걷을 수 없다. 그래서 나온 가격이 3500원도 아니고, 5500원도 아닌 바로 4500원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과감한 부자감세 정책을 펼쳤다. 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이명박 정부의 감세 규모는 법인세 35조732억원, 소득세 25조8893억원 등을 포함해 모두 82조2693억원에 달한다. 부자감세로 인해 적자재정 확대는 불가피해졌다. 반면, 한국의 사회복지 수준은 OECD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다. 그래서 보육, 주거,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등의 복지지출 확대는 계속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은 이명박 정부의 부자감세 정책으로 인해 세입은 줄었는데, 지출은 확대해야 하는 처지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복지비 지출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분담’하도록 되어 있다. 중앙정부의 정책적 필요성에 의해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정책이 시행되었는데, 그에 따른 비용부담은 지방정부가 함께 떠맡는 구조다. 돈이 없는 지방정부로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방정부는 소위 ‘복지 디폴트’ 걱정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꺼낸 카드가 바로 담뱃값 인상과 주민세 인상 등이다.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고, 전국 평균 4620원하는 주민세를 1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의하면 담뱃값 2000원 인상으로 인한 5년간의 세수증대 효과만 22조6479억원이다. 주민세는 인두세(人頭稅)의 성격을 갖는다.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게’ 과세를 하는 것이다. 예컨대 주민세는 소득이 전혀 없는 가구주도 과세 대상이다.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인두세’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민세는 오히려 폐지 대상인 셈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꼼수 증세’가 아니라 ‘제대로 된’ 증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세입구조는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가 가장 중요하며, 전체 세수의 약 70%를 차지한다. 법인세와 소득세는 누진세(累進稅) 구조를 갖고 있다. 즉, 있는 사람은 더 내고, 없는 사람은 덜 내는 구조다. ‘꼼수 증세’가 아니라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는 ‘제대로 된’ 증세를 해야 한다. 그게 나라에도 이롭고, 서민에게도 이로운 방법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하루 한 시간도 못 쉰다…우울한 워킹맘·대디의 현주소 [데이터클립]
  • 밀양 성폭행 사건 재조명…영화 ‘한공주’ 속 가해자들은? [해시태그]
  • [위기의 빈 살만] ① 네옴시티, 신기루인가...끊이지 않는 잡음
  • LTE 요금제, ‘중간’이 없다…같은 요금에 5G 6GBㆍLTE 250MB 데이터 제공
  • ‘20살’ 종부세 개편 초읽기…"양도·취득세까지 대개조 나서야" [불붙은 부동산세제 개편①]
  • 매크로 이슈 속 널뛰기하는 비트코인, 6만9000달러 선에서 등락 거듭 [Bit코인]
  • 엑소 첸백시 측 긴급 기자회견 "SM엔터 부당한 처사 고발"
  •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여동생이 올린 글…판결문 공개 원치 않는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6.1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7,303,000
    • -0.85%
    • 이더리움
    • 5,132,000
    • -1.52%
    • 비트코인 캐시
    • 655,500
    • -1.58%
    • 리플
    • 695
    • -0.71%
    • 솔라나
    • 224,400
    • -1.79%
    • 에이다
    • 619
    • -0.8%
    • 이오스
    • 991
    • -1.1%
    • 트론
    • 163
    • -1.21%
    • 스텔라루멘
    • 140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77,150
    • -3.92%
    • 체인링크
    • 22,210
    • -2.12%
    • 샌드박스
    • 582
    • -1.8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