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화장은 서빙의 기본'…달라진 평양 옥류관

입력 2014-09-10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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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순아. 화장을 좀 더 곱게 하려무나. 고운 얼굴이 화장을 잘 못해 미워지지 않았니."

남쪽에도 잘 알려진 평양 옥류관의 김성일(56) 직장장(지배인)은 주방·서빙홀을 돌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잔소리를 늘어놓는다.

서빙하는 여직원에게 '고운 화장'을 강조하며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김 씨의 모습은 공식적으로 계획경제를 강조하는 북한의 외면을 생각하면 이색적인 풍경이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월간지 '조국'(9월호)은 '오늘도 흥성이는 옥류관'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직원들 사이에서 '잔소리꾼 아바이'로 불리는 김씨의 '깐깐한' 하루 일과를 소개했다.

김 씨는 옥류관에서만 요리사 10년, 작업반장 13년, 직장장 14년 등 총 37년을 일한 '베테랑'이다.

그의 하루는 '아침시찰'을 돌며 주방 요리사들을 향해 쏟아내는 잔소리로 시작된다.

특히 옥류관의 대표 음식인 평양냉면과 최근 인기가 많은 고기쟁반국수는 그의 주요 '시찰 대상'이다.

"냉면 육수 색이 왜 이렇소? 간장과 동치미 국물 비율을 어떻게 맞춘 거요? 좀 더 쨍한 색깔을 살려야지…고기쟁반육수가 싱겁지 않소…내가 잔소리하지 않게 됐소?"

최근엔 손님들을 직접 대하는 서비스가 갈수록 중요해져 서빙 직원에 대한 잔소리도 빠지지 않는다.

김 씨는 여직원들의 화장 매무새와 표정까지 하나하나 지적하며 친절한 응대를 강조한다.

빈 육수 잔이 있으면 알아서 채우도록 하고 손자에게 냉면을 먹이느라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할머니 손님을 돕도록 직접 지시하기도 한다.

김 씨가 생각하는 서빙은 '음식을 나르는 일' 이상의 종합 서비스인 셈이다.

손님을 '을'로 여기고 서비스 같은 건 우습게 여기던 예전의 '갑'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조국'은 옥류관 직원들의 다양한 노력을 소개하며 "언제나 변함없는 봉사원들의 친절성은 사람들의 마음을 옥류관으로 끌어당기는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주의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옥류관의 서비스는 기업소별 수익을 기준으로 각각의 성과 보수를 정하는 독자경영체제가 지난해 확대·강화되면서 나타난 변화로 보인다.

'열심히 일할수록 더 많은 성과 보수를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고객만족 정신의 강조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과 보수를 통해 높아진 주민들의 구매력은 내수를 뒷받침하면서 북한의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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