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한 여름날 누리는 철학의 즐거움

입력 2014-08-22 10:23 수정 2014-08-22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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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버틀러, ‘짧고 깊은 철학 50’

여름에 읽을 수 있는 책으로 가벼움과 무거움이 적절히 배합된 것도 괜찮다. 이런 책을 쓴 작가 중에 톰 버틀러가 있다. 잘 알려진 작가는 아니지만 ‘내 인생의 탐나는 자기계발 50’처럼 자기계발 명저 50권에 관한 책을 펴낸 적이 있다. 또한 그는 영혼, 심리학 등의 대표 저서 50권을 뽑아 내용과 핵심 개념을 잘 정리한 책을 내놓았다.

최근에 선보인 그의 ‘짧고 깊은 철학 50’은 철학서 가운데 대표작이라 부를 만한 것들을 선택해 쓴 책이다. 철학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나는 왜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과제를 다룬다. 먹고살기 위해 배우는 실용학문에 비해 철학은 삶의 성찰을 도움으로써 의미 있게 사는 법을 가르친다. 이렇게 멋진 학문임에도 불구하고 초심자들이 원저를 공략하기에는 여간 힘들지 않다. 추천사를 쓴 연세대 철학과 김형철 교수는 “이 책은 철학사에서 가장 뛰어난 명저 50권을 선정해 그에 대한 짧지만 깊은 해설을 한 책”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들어가는 글에서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에 나오는 글로 자신의 집필 의도를 대신한다. “철학은 인간의 활동 중에서 가장 숭고하면서도 가장 사소한 것이다. 철학은 가장 작은 틈새에서 작용하면서도 가장 넓은 전망을 열어젖힌다. 철학은 흔히 하는 말로 밥을 먹여주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영혼에 용기를 불어넣는다.”

50권에는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책도 있다. 한랠프 왈도 에머슨 ‘운명’, 아리스토텔레스 ‘니코마코스 윤리학’, A.J. 에이어 ‘언어, 논리, 진리’, 미셀 드 몽테뉴 ‘수상록’ 등이 줄을 잇는다.

1906년 독일 하노버에서 출생한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조건’에서 “인간의 본질은 예상치 못한 일을 하는 것이므로, 모든 인간의 탄생에는 세상을 바꿀 가능성이 수반된다”고 말한다. 아렌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모든 일에 대해 고귀한 의미를 더할 수 있음에 대해 말한다. 우리들의 삶이 덧없을 수도 있고 유한할 수 있지만 우리는 자신의 삶을 초월하거나 자신보다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것을 작업을 통해 남길 수 있다.

1968년생으로 개인의 정체성을 탐구한 줄리언 바지니는 ‘에고 트릭’에서 “뇌와 몸은 우리에게 강력하고 지속적인 자아의식을 부여하고, 이로써 우리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만들어 갈 자유를 얻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자아라 불리는, 실재하는 구조물 위에 인생이란 건축물을 지어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원전 341년 그리스의 사모스 섬에서 탄생한 에피쿠로스는 ‘서간집’에서 “우리는 비이성적 믿음과 공포에서 벗어나 단순한 생활을 영위함으로써 평정심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행복을 소유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상태라고 받아들이면 인간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관점을 바꿈으로써 평정심과 행복을 얻을 수 있게 된다.

1889년 독일의 메스키르히라는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마르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의 실존은 불가사의하고, 진정한 인간이란 이런 불가사의함을 고찰하면서도 실세계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최대한 실현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다”고 말한다. 실존한다는 것 자체가 무차별한 상태에 열려 있음을 뜻한다. 그런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삶을 만들어 간다.

한여름날 철학하는 즐거움, 사유하는 즐거움, 삶의 의미를 찾기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큰 부담 갖지 말고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철학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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