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디지털혁명의 시대, 전개 방향은?

에릭 슈미트/제러드 코언, ‘새로운 디지털 시대’

‘카카오톡’이 은행사업과 택시사업에 뛰어든다. 이런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디지털 혁명이 앞으로 얼마나 더 큰 파급효과를 끼칠까 생각하게 된다.

구글의 에릭 슈미트와 제러드 코언의 미래서인 ‘새로운 디지털 시대’(알키)는 지난해에 선보인 책이라 신간이라 부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다시 한번 읽으면서 여름 휴가 시기에 읽을 만한 책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두툼한 책 분량 때문에 선뜻 읽기 어려운 책이긴 하지만, 시간을 갖고 천천히, 도대체 어떤 일들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앞으로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새기면서 읽기에 좋은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 공간이 점점 더 커질수록 일상생활의 시시콜콜한 것에서부터 신원, 관계, 심지어 개인의 보안에 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면에 대한 이해가 바뀔 것이다. 기술이 가진 힘에 의해 지리, 언어, 제한적 정보 등 인류의 상호 작용에 방해가 되는 해묵은 장해물들은 무너지고, 인류의 창조성과 잠재력을 내재한 새로운 물결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새로운 물결이 주는 파급효과로부터 예외로 남을 수 있는 조직이나 개인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런 변화는 기술혁신에서 비롯되지만 궁극적으로는 문화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우리가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나 우리 자신이 우리를 바라보는 것과 타인을 바라보는 것을 바꾸고 있다. 아직도 정신을 옛 것에 갇힌 사고로 사는 경우도 있지만 과거의 많은 제도와 위계질서들은 마지막까지 저항하다가 결국 허물어지고 말 것이다.

부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디지털 혁명은 권력의 이동을 뜻한다. 그것은 ‘디지털 권능화’라는 표현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저렴한 디지털 기기를 가진 사람은 자신의 목소리를 알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을 향한 권력 이동은 앞으로도 더 진행될 것이다. 상호연결성이 확대되는 시대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그것은 정치·경제·사회·미디어·비즈니스 규범을 포함한 사회의 전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상호연결성의 증대가 가진 의미와 파급효과에 주목해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은 미래 전망이다. 인간, 신원, 시민권, 보도, 국가, 혁명, 테러리즘, 갈등, 전투 그리고 재건의 미래를 다루고 있다. 정보업계의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엿보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연결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가 서로 평등해짐을 뜻한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인 지위 면에서 앞선 사람들 가운데 소수의 무례한 행동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는 것을 목격했다. 디지털 세계가 가져오는 세상은 평등한 세상이기 때문에 스스로 평판 리스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잠시 잊어버린 분들은 작은 실수로 꽤 큰 비용을 지불했다.

연결성의 증대는 개인이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자신의 업무 능력을 향상시키고 새로운 교육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이 됨을 뜻한다. 특히 연결성의 증대는 새로운 교육 도구의 활용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제까지 힘을 가졌던 사람들은 책략을 쓰기가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들도 온라인상에 남기는 자녀들의 흔적들이 미래에까지 피해를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한여름의 휴가지에서 기술이 가져오는 세상의 변화를 꿈꾸어 보길 권한다. 동시에 나는 뭘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