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ㆍ정치권 쌀시장개방 자중지란에 후폭풍 거셀 듯

입력 2014-07-18 09:18 수정 2014-07-1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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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관세율 400% 예상…미국반발에 지키기 버거워

18일 정부의 쌀시장 개방 공식선언으로 20년 동안 굳게 닫혔던 빗장이 열렸지만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정부의 쌀시장 개방 선언 과정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정치권과 정부의 고질적 문제를 그대로 보여줘 세월호 참사 이후 거세게 불던 국가개조가 무색하다는 평가다. 사실 이날 정부의 발표 일정은 007작전을 펼치듯 쉬쉬하는 모습을 보였다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날 국회의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드러나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정치권도 대중인기영합주의(포퓰리즘)와 자신의 표밭만 의식한 채 아무런 대안 없이 협의만 요구한 채 무조건적인 반대만 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은 전농회 거센 반발에 눈치 보기를 하며 ‘식량주권’ 논리로 반대만 했지 쌀 관세화를 유예시 대처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동필 장관은 “내년부터 쌀을 관세화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합치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하여 쌀 산업을 보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쌀 관세율 400% 안팎에서 WTO 협상하겠다는 방안을 이미 세워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정부는 지난 6월말 쌀시장 개방 선언과 이에 대한 농민보호 대책을 함께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농민의 거센 반발로 쌀시장 개방 선언을 미뤄 이날 발표했다. 이미 정부는 쌀 관세화 추가 유예시 2배가 넘는 의무수입물량(MMA)을 받는 부담으로 국내 쌀시장이 붕괴할 수밖에 없어 쌀시장 개방외에는 다른 방안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정치권과 전농회가 주장하는 정부의 농민 설득 부족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농민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압력으로 뒤로 미뤘기 때문에 공청회나 설명회 시간이 많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농회도 공청회나 설명회 때 정부의 설명을 듣기보다 무조건적인 반대로 일관하거나 아예 설명회 자체를 열지 못하도록 한 책임을 안고 있다.

정부도 눈치 보기에 바빠 이번 쌀시장 개방 후속 조치를 제대로 내놓지 못했다. 정부가 발표한 후속 대책은 안정적 생산기반 유지, 농가소득 안정, 경쟁력 제고, 부정유통 방지(국산쌀과 수입쌀의 혼합유통 금지) 등이다. 이들 후속 대책 세부 내용은 앞으로 국회와 농업계 의견을 추가 수렴해 확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결국 지난 20년간 정부는 쌀시장 개방을 미뤄만 왔지 이에 대한 후속 대책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 남은 2개월 동안에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결과만 보였다.

정부가 주장하는 400% 안팎의 고관세율도 사실 미국 등 쌀 수출국이 주장하는 200%대 관세율과 괴리가 커 정부가 WTO협상에서 지켜낼지도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현재 진행중인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후속인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나라는 선진국 지위로 올라서 23~46% 정도 관세율을 더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이번 쌀시장 개방에 관여한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자칫 불똥이 튈까 봐 뒷짐만 지고 있다. 이들 두 부처는 이번 쌀시장 개방은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소관이라며 농식품부의 의견을 무조건 지지하겠다는 의사만 밝힌 채 모든 책임을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에게만 떠넘기고 있다. 사실 두 번의 쌀관세화 유예과정에서 김영삼 정부 때는 농림부장관이, 노무현 정부 때는 경찰청장의 목이 날아간 적이 있어 이들 두 부처는 눈치 보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쌀시장 개방 선언은 그동안의 사회적 파급 효과나 정치적 이슈를 고려할 때 경제부총리가 해야 함에도 농식품부장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정치권과 정부부처간 힘을 합쳐 슬기롭게 국제사회와 쌀시장개방 문제를 논의해야 할 때 자중지란에 빠지고 있어 WTO와 어떤 협상을 이끌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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