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가 논란이다. 2014 브라질 예선 탈락과 월드컵 전 땅 매입, 예선 탈락 직후 폭탄주에 음주가무 회식 등 부적절한 사생활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홍명보는 10일 서울 신이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사퇴할 뜻을 전했다.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과 비난으로 스스로 감독직을 물러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렇다면 그의 부적정한 행동이 국가대표 감독직 사퇴로 무마될 수 있을까.
홍명보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무참히 침몰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1무 2패) 이후 16년 만에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최악의 성적표만 남겼다.
국민들의 들끓었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 회원들은 홍명보와 대표선수들의 귀국 날 호박엿을 투척하며 분노를 표현했다.
믿음이 컸기 때문이다. 홍명보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부터 2002년 한ㆍ일 월드컵까지 선수로서 4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았다. ‘영원한 리베로’라 불릴 만큼 한국 축구 수비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는 리더로서 4강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특히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박주영ㆍ구자철ㆍ기성용ㆍ지동원 등 브라질 월드컵 출전 멤버들을 이끌고 동메달을 획득, 온 국민의 신뢰를 얻었다.
그러나 홍명보호는 출범 1년 만에 침몰했다.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소속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들을 뽑겠다”고 공언했지만 스스로 약속을 깨버리며 ‘의리 축구’ 논란을 일으켰다. 그 결과는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탈락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월드컵을 목전에 두고 경기 성남의 땅을 수차례 보러 다니는 등 월드컵 준비에 전념하지 않았다. 또 예선 탈락 후에는 반성은커녕 폭탄주를 겸한 음주 회식을 즐겼다.
한국과 같은 H조에 속한 알제리는 우리의 1승 제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알제리는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켰다. 알제리 대표팀을 이끈 할릴호지치 감독은 한국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선수들을 몇 달간 분석했다. 한국 리그팀(K리그) 경기까지 분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알제리는 꿈을 이뤘다. 비록 8강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은 경기 후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끌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홍명보, 정말 최선이었을까. 아니다. 한국축구 부진은 실력도 노력도 부족한 탓이다. 그러나 홍명보호에는 23명의 태극전사만이 승선한 게 아니다. 5000만 국민의 꿈과 희망, 그리고 평생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훈련에 임했던 무명선수들의 간절한 바람도 실려 있었다. 감독직 사퇴가 모든 아픈을 치유해줄 수는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