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인사청문회법 ‘작법자폐’(作法自斃)? -윤필호 정치경제부 기자

입력 2014-07-08 11:0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중국 춘추전국시대 변방국이던 진(秦)나라 재상 상앙은 강력하게 추진한 법치주의를 통해 거대 제국으로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지만, 결국 자신이 세운 엄격한 법에 의해 최후를 맞이한다. 그는 수도의 남문에 나무 기둥을 세우고 북문으로 옮기면 금 100냥을 주는 독특한 퍼포먼스로 법치를 위한 ‘신뢰’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이 만든 ‘타지역의 여권으로 여관에서 잘 수 없다’는 법으로 체포되면서 “내가 만든 법에 내가 죽는다’(작법자폐 : 作法自斃)라는 말을 남기고 죽는다.

국회가 박근혜 정부 2기 내각의 라인업에 대한 본격적인 청문회 주간에 돌입했다. 하지만 정부가 국무총리 후보자로 낙점했던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연이어 낙마하는 충격적인 결과가 이어지자 청와대는 물론 여권에서도 한바탕 ‘멘붕’을 감내해야 했다.

정홍원 총리의 유임 발표로 한숨 돌리긴 했지만 두 후보자 모두 청문회 문턱도 밟지 못한 채 자진 사퇴한 것과 관련, 여당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 10년 이상의 세월을 버틴 인사청문회법이 이제는 너무 가혹하다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수정에 나선 것이다. 교육감 선거에서 패배하자 직선제 폐지를 외치는 모습도 그렇고 자기 편의만을 생각하는 거대 집권 여당의 오만함이 느껴진다.

인사청문회법은 과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야당이던 당시 인사권을 견제하기 위해 만든 법으로 알려져 있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입각해 국민들을 검증 과정에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면서도, 최종 결정권은 대통령에게 미뤄 정치적 부담을 안기는 이 법안은 완성도 높은 정치공학적 진수를 담아내고 있다. 당시 당 대표는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그런 여당이 이제는 그 권리를 스스로 질식사시키려 들고 있다.

강력한 법치를 외치던 여당이 구석에 몰리자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동은 상앙의 탄식이 겹쳐보인다. 상앙은 반면교사인가, 롤모델인가.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쯔양·닥터프렌즈·닥터딩요와 함께하는 국내 최초 계란 축제 '에그테크코리아 2025' 개최
  • 흰자는 근육·노른자는 회복…계란이 운동 식단에서 빠지지 않는 이유 [에그리씽]
  • 홍명보호, 멕시코·남아공과 A조…'죽음의 조' 피했다
  • 관봉권·쿠팡 특검 수사 개시…“어깨 무겁다, 객관적 입장서 실체 밝힐 것”
  • 별빛 흐르는 온천, 동화 속 풍차마을… 추위도 잊게 할 '겨울밤 낭만' [주말N축제]
  • FOMC·브로드컴 실적 앞둔 관망장…다음주 증시, 외국인 순매수·점도표에 주목
  • 트럼프, FIFA 평화상 첫 수상…“내 인생 가장 큰 영예 중 하나”
  • “연말엔 파티지” vs “나홀로 조용히”⋯맞춤형 프로그램 내놓는 호텔들 [배근미의 호스테리아]
  • 오늘의 상승종목

  • 12.05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33,701,000
    • -2.65%
    • 이더리움
    • 4,512,000
    • -4.24%
    • 비트코인 캐시
    • 859,000
    • +0.59%
    • 리플
    • 3,025
    • -2.67%
    • 솔라나
    • 198,200
    • -3.97%
    • 에이다
    • 615
    • -5.82%
    • 트론
    • 432
    • +0.93%
    • 스텔라루멘
    • 357
    • -5.05%
    • 비트코인에스브이
    • 30,220
    • -2.07%
    • 체인링크
    • 20,220
    • -4.71%
    • 샌드박스
    • 211
    • -4.09%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