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으로 다가오는 맞춤업종

입력 2006-06-29 09:45 수정 2006-06-2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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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여 전, 신문에는 나지 않았지만 한 휴대폰서비스업체의 과장이 콘텐츠제공업체(CP)들에게 무려 40억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된 사건이 있었다. 뇌물을 준 CP들은 휴대폰을 통한 콘텐츠 서비스 계약을 해 달라는 경우도 있었고 자사의 콘텐츠를 유리한 위치에 올려달라는 청탁 대가였다.

도대체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로 얼마나 돈을 많이 벌길래 그 많은 돈을 아낌없이 뇌물로 썼을까? 공무원공제조합에서 건설회사에 8백억원을 투자해 준 대가로 4억원 수준의 뇌물밖에 받지 않는데 말이다. 알고보니 그 콘텐츠라는 것들이 모두 ‘성인물’이었고 서비스 위치에 따라 월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섹스, 그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이 되는 장사다. 왜 그럴까? 약간의 분석만으로 섹스는 ‘오감(五感)사업’임을 금방 알 수 있다. 청각(聽覺). 이성의 가녀린 신음소리는 타방을 흥분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목소리가 감미로운 여성에게 남성들이 더 이끌리는 것도 청각의 효과다.

시각(視覺). 사람에 따라 느끼는 부분이 다르긴 하지만 히프선이 곱다거나 가슴 곡선이 아름답다거나 하얀 피부를 가졌다거나 혹은 남성의 근육질에 흥분한다거나 등등, 보이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별로 없다. 만일 있다면 그건 이미 생동력을 잃은 사람일게다.

후각(嗅覺). 이성의 체취는 다른 이성의 성적 욕구를 자극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록 인위적인 향수(香水)라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밤꽃에서 풍겨나오는 냄새에 자극되는 여성이 많은 것도 후각효과다. 요즘만 그런게 아니라 옛날 양반집 규수들도 미약으로 사향주머니를 차고 다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향기는 배우자 선택에서도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여성의 71%가 남성의 체취에서 성적 매력을 느낀다는 영국에서의 조사 결과도 있다. 향기는 옛기억도 되살려 놓는 마력도 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그이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랜 과자의 냄새에 이끌려 어린시절의 고향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얘기가 나온다. 향기로 기억을 이끌어 내는 소위 ‘프루스트 현상’이란 말이 그래서 나왔다.

촉각(觸覺).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섬세한 곡선, 남성들의 우람한 가슴, 하다못해 샴푸 향에 윤기나는 머릿결만으로도 이성은 성적 욕구를 느낀다. 이 역시 아니라고 변명하려 들지 마라. 만일 실제로 느끼지 못한다면 삶의 희망을 잃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각(味覺) 또한 마찬가지다. 키스로 인한 미각효과, 체위에 따라 적절히 느끼게 디는 미각 등도 자신이 여전히 청춘임을 느끼게 해 준다. 이렇게 간단하게 짚어봐도 섹스는 오감을 온전히 쓰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그래서들 정 모 의원처럼 한 40대 여 교수를 또 다른 두 남

성이 동시에 교제하는걸 알면서도 체면불구하고 덤벼드는게 아닐른지.^^*

다른 측면에서 보자. 문학, 예술작품 가운데 ‘욕망’이란 주제는 99%가 섹스다. 소설도 그렇고 조각도 마찬가지이며 고상한 오페라도 크게 다를 바 없다. 왜 그럴까?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찾기 때문’이다. 영화 ‘오감’에서도 보면 각각의 감각을 가진 전문가들이 그 한가지 감각으로 전문직에 종사하지만 결국은 무의미하고 건조한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뿐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한 가지 감각으로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삭막한 일인가?

사업에서 보면 엔터테인먼트가 오감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섹스 다음으로 게임이 단연 잘나가는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일본에서도 섹스와 게임은 부를 거머쥘 수 있는 대박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점포 비즈니스도 마찬가지다. 소매업과 서비스업을 합쳐도 외식업의 수보다 적은 이유는 대부분의 외식업이 오감비즈니스이기 때문은 아닐까? 특히 갈비나 곰장어처럼 직접 굽고 익는 소리를 들으며 고소한 냄새에 한조각의 갈비가 입속에서 녹아 들어갈 때의 맛은 그 자체가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삶의 작은 기쁨이다.

재즈와 함께하는 와인, 신실한 속살을 발라먹는 대게, 배리스타의 추천으로 골라먹는 커피등도 오감비즈니스임에 틀림없다. 사업 뿐 아니라 부동산 투자에서도 오감은 필요하다. 직접 가서 현장을 보고(視覺) 만져보며(觸覺) 그 느낌을 직접 맛봐야 한다(味覺), 어느 시점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시기를 맡을 줄 알아야 하며(嗅覺), 주변사람들의 얘기를 경청하거나 전문가 상담을 통해 최종 확인하는(聽覺)의 과정이 필요하다.

오감 가운데 가장 으뜸을 들라면 단연 시각이다. 어느 증권사 광고에 ‘보이는 것만 믿어라’는 카피가 와 닿는 것도 그 때문이다. 창업하려는가? 그렇다면 열심히 보자. 그 곳이 어디든 직접 찾아가서 눈으로 확인하자. 보는 순간 오감이 전율한다면 굳이 전문가가 필요없다.

땅을 사는 사람들도 그 땅을 보는 순간 “아~ 내땅이구나~”라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창업도 압구정이나 홍대앞, 아니면 일본의 신주쿠, 하라주쿠, 시부야 거리를 가다가 “아~ 저거구나~”하면 그냥 해도 좋다. 처음 본 이성이 마치 내 짝이라는 필~이 오는 것처럼...

이형석(www.leebangin.com)

비즈니스유엔 대표컨설턴트

창업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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