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 ‘의료혁명’] ‘레플리카’로 수술 예행연습… 환자도 의사도 ‘안심’

입력 2014-05-29 11: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정확성 높이고 조직손상 최소화… 합병증·후유증 방지에도 효과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는 수술 전 예행연습을 해보고 싶은 열망이 있다. 혹시나 모를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조금이나마 개선하고 싶어서다. 실제 수술에서 한 번 메스를 대면 결과를 되돌릴 수 없다. 3차원 CT와 MRI 영상 등이 있지만 실제 수술 부위를 만질 수 없는 것이 현재 의료계의 현실이다. 하지만 3D프린팅 기술을 이용해 수술 부위를 재현하면 시뮬레이션을 통한 예행연습이 가능하다. 수술 성공률을 높이려는 의료계의 기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3D 패브(3D Fab)’의 최고경영자(CEO) 마리오 휴텐호퍼가 독일 튀링겐주 에르푸르트에서 지난 15일 열린 3D프린팅기술 관련 국제 박람회에서 3D 프린터로 제작한 자신의 얼굴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에르푸르트/AP연합뉴스)

◇3D프린팅으로 예행연습… 수술 후 부작용 최소화 = 삼성서울병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부비동암(비강 주위에 있는 부비동에 발생하는 암) 수술에 3D프린터를 이용해 수술 후 부작용 중 하나인 얼굴, 눈 함몰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부비동암 수술에는 암이 퍼진 얼굴 골격을 광범위하게 절제, 안구뼈만을 재건해야 한다. 이후 근육 등 연조직만으로 재건하거나, 치아 보철물을 이용해 음식물의 구강 섭취를 가능하게 하는데, 이는 얼굴 모양의 변형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3D프린터를 이용해 환자의 수술 부위 골격의 레플리카(replicaㆍ복사본)를 만들었다. 이 레플리카를 보고 만지면서 수술 중 예상되는 얼굴 골격 절제 범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수술에 이용했다. 또한 뼈 절제 후 복원 시 두개골 복원용 시멘트를 이용해 레플리카에서 정확한 뼈 결손부위의 복원도 가능했다.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백정원 교수는 “수술 전후 환자의 레플리카를 이용해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수술의 이해도를 높이는 데도 이용 가능했다”며 “3D프린터의 의료 적용은 스스로에게도 신선한 자극제가 돼 조금씩 적응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충북대에선 CT 영상을 이용한 3D프린팅으로 대퇴골 골절 수술을 진행하기도 했다. 대퇴부는 골절이 발생하면 재생이 어렵다. 이에 충북대 연구팀은 골절 수술 전 대퇴골 CT 영상을 이용, 3D프린터로 레플리카를 출력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충북대 연구팀은 2차 골절 손상 방지와 시간 단축, 수술 후 합병증ㆍ후유증 감소 등에 대해 정형외과 수술의에게 유용성 검증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

또한 3D프린팅 기술은 의료인력 교육 실습에 대한 교보재 역할도 톡톡히 할 전망이다. 과학 전문잡지 뉴사이언티스트(NewScientist)에 따르면 실제 말레이시아 대학 교수진과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3D프린터로 두개골 모형을 출력, 뇌종양 제거 실습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3D프린팅 기술로 의대생과 전공의들의 실습이 가능해지면서 의사들의 실력도 한층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승재 연구원은 “3D프린팅으로 조직 손상 최소화, 수술 성공률 제고, 수술시간 단축 등 환자와 의료진 모두의 편익이 증가된다”며 “전문의의 경우 3D프린팅 모형을 통해 사전 수술 연습이 가능해짐에 따라 의료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활용법 다양하지만… 안전성 보장하는 제도 마련해야 = 3D프린팅 기술은 맞춤형 보형물부터 수술 시뮬레이션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지만, 아직까지 많은 개발이 이뤄지지는 못한 상태다. 3D프린팅을 통해 의료적 혜택이 예상되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는 어떤 식으로 적용해야 할지 정리가 되지 않은 것도 숙제다. 유일한 관련 단체인 3D프린팅산업협회에서도 소재ㆍ부품이 아닌, 의료산업 분야의 3D프린터 활용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체계가 정립되지 못했을 정도다.

이 연구원은 최근 ‘3D프린팅을 활용한 보건산업 신산업 전망 및 정책방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 품목과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을 정하고 있지만, 현재 3D프린터와 관련한 의료기기 품목은 분류해 놓고 있지 않다”며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못한다면 무허가 의료기기 제조에 해당돼 처벌되기 때문에 3D프린터 등으로 인한 품목들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3D프린팅 기술이 의료산업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에 대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 점검을 하고 사후관리도 필요해 지속적 관리가 필수”라며 “더욱이 앞으로 바이오 프린팅 기술이 발달할 경우 얼굴, 지문인쇄 등이 가능해져 무분별한 도용행위가 발생할 수 있어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3D프린터가 가진 잠재성을 통해 소비자들이 저렴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은 변함없다. 현재 산업용 3D프린터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앞으로 의료산업에 보급되는 3D프린터가 저렴해질 경우, 상대적으로 소비자들의 의료비용 절감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의료기기업계 관계자는 “3D프린팅 분야는 소수가 관련 특허를 주도하고 있는 상태여서 가격 면에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긴 힘들다”면서도 “다만, 국가 차원의 집중적 지원과 특허 관리가 결합한다면 3D프린팅이 의료산업에서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오늘(20일)부터 병원·약국 갈 때 신분증 필수…"사진으로 찍은 신분증은 안 돼"
  • 김호중 클래식 공연 강행…"KBS 이름 사용 금지" 통보
  •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하면…내 마일리지카드 어떻게 하나 [데이터클립]
  • “높은 취업률 이유 있네”…조선 인재 육성 산실 ‘현대공업고등학교’ 가보니 [유비무환 K-조선]
  • 9위 한화 이글스, 롯데와 '0.5경기 차'…최하위 순위 뒤바뀔까 [주간 KBO 전망대]
  • 단독 ‘에르메스’ 너마저...제주 신라면세점서 철수한다
  • 이란 최고지도자 유력 후보 라이시 대통령 사망...국제정세 요동칠까
  • '버닝썬 게이트' 취재 공신은 故 구하라…BBC 다큐 공개
  • 오늘의 상승종목

  • 05.2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521,000
    • -0.75%
    • 이더리움
    • 4,290,000
    • -0.49%
    • 비트코인 캐시
    • 664,000
    • -2.21%
    • 리플
    • 709
    • -1.8%
    • 솔라나
    • 245,300
    • +2.38%
    • 에이다
    • 647
    • -2.27%
    • 이오스
    • 1,098
    • -1.96%
    • 트론
    • 167
    • -1.76%
    • 스텔라루멘
    • 148
    • -1.33%
    • 비트코인에스브이
    • 90,300
    • -2.75%
    • 체인링크
    • 23,180
    • +1.27%
    • 샌드박스
    • 599
    • -2.28%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