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다섯 식구의 ‘자급자족’ 전원생활 이야기

입력 2014-05-0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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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세이무어 ‘대지의 선물’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단 한 문장으로 이 책의 후기를 말하고 싶다. 이따금 세상 사람들이 사는 방식과 완전히 다른 삶을 산 사람의 이야기도 읽어볼 만하다.

‘대지의 선물’은 1914년 영국 출신으로 ‘자급자족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 존 세이무어가 쓴 책이다. 전원생활 하면 우리는 어김없이 윌든 호숫가 오두막에 살았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떠올린다. 그는 가족이 없었다. 하지만 존 세이무어는 조각가 아내와 어린 세 딸을 데리고 자급자족이 어떤 삶인가를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사실 이 시대에 자급자족 생활에 관한, 그것도 1961년 선보인 책을 다시 읽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일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날로 길어지는 은퇴 이후의 삶을 생각하면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가장 소박한 삶을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이들에게 시대를 뛰어넘어서 소박한 삶이 어떤 삶이며, 어떻게 살 수 있는가를 가르쳐 준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저자는 세상 이곳저곳에서 목장과 농장 관리, 구리 광산에서 일하기, 고기잡이배 선장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참전 등을 거쳐 마침내 1954년 도예가인 샐리와 결혼해 첫 아이가 생길 즈음 자급자족 생활을 시작한다. 영국 서퍽 주 외딴 곳에 위치한, 수도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농가 주택을 빌려서 2만㎡를 직접 경작하면서 이 경험을 토대로 자급자족 생활을 그린 이 책을 내놓았다. 출간 50주년이 넘은 오늘날까지도 영국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다.

이 책에는 전원생활의 이모저모를 그리고 있지만 저자 나름의 경험담이 흥미를 끈다. “돈을 벌기 위해서 거위를 친다면, 거위가 알을 못 품게 하고 계속 알을 낳게 하면, 거위 알은 암탉에게 품게 해서 부화시키는 게 좋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보통 사람들의 생활의 일면을 엿보게 하는 부분도 등장한다. “돈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없어졌다. 나는 ‘하루에 최소한 절반은 돈벌이가 되는 일을 한다’는 것을 절대적 신조로 삼아야 했고, 그 신조는 지금도 지키고 있다.” 그의 자급자족 생활은 농사와 가축 키우기만으로 가족을 부양할 수 없었기 때문에 작가의 글쓰기와 아내의 도자기 굽기가 부족분을 보충한다.

데이비드 소로는 콩만 먹고 살 수 있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그렇지 못하다는 점을 비교하는 내용도 책 속에 등장한다. “소로는 다른 음식이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총각이면 나도 그렇게 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부양해야 하는 어린 딸이 세 명이나 있었다.

자급자족 생활은 근사하게 보일지는 모르지만 하루에 최소한 열다섯 시간 이상을 일해야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고된 생활이다. 이것도 가족이나 주변으로부터 물려받은 많은 도구와 기구가 있을 때의 일이다. 그렇지 않다면 더 고된 삶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두고 저자는 “오호 통재라! 단순히 살고자 정말 애쓰기 시작하면 복잡한 삶으로 들어서게 된다”는 역설을 한탄하기도 한다.

글의 마지막 부분에 속하는 13장엔 ‘바깥세상과 거래하기’라는 흥미로운 내용이 소개돼 있다. 싸구려 글쟁이라고 부르는 자신과 일류 도예가인 아내가 다양한 일하기를 멈추고 전문화해 세상과 거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 대해 말한다.

전원생활에 대한 그의 결론은 이렇다.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외딴 농가 주택에 살라는 조언을 누구에게도 하고 싶지 않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잘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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