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주식옵션의 회계기준

입력 2014-05-07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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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한국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기업은 사람이라 한다. 그런데 벤처기업에 인재 유입이 중단됐다. 그 결과는 성장의 정체다. 우수 인재가 벤처를 외면하고 공무원과 대기업으로 쏠리고 있다. 2002년 벤처 건전화 정책 이후 벌어진 현상이다.

2001년 미국 나스닥의 IT주가가 폭락했다. 한국 코스닥의 벤처 주가도 동일한 패턴으로 폭락했다. 이는 유럽, 일본 등 전 세계에서 비슷하게 나타난 신경제 구조조정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속죄양을 국내에서 찾아 소위 ‘벤처 건전화 정책’이라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 벤처 생태계를 초토화시켰다. 결국 미국과 동반성장하던 국내 벤처산업은 빙하기로 접어들게 되고 청년들은 공무원 시험장으로 몰려가게 됐다.

주식 옵션, 코스닥, 벤처인증, 기술거래소라는 붕괴된 4대 벤처 생태계를 되돌리는 것이 제2 벤처 붐의 전제조건이다. 이 중 벤처기업에 인재 유입을 단절시킨 주식 옵션 문제를 조명해 보자.

주식 옵션은 한마디로 현재 주가와 미래 주가의 차이를 인재들에게 부여하는 인센티브다. 미국의 우수 인재들이 벤처로 가는 사실상의 이유다. 2000년 선배들이 수억원의 주식 옵션 이익을 실현했다는 신화 때문에 벤처에 인재들이 몰려왔고 이들이 다시 벤처를 성장시켰다. 그런데 이제 기업들은 주식 옵션을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주식 옵션의 차액을 손익에 반영해야 한다는 기업 회계 기준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검토해 보기로 하자.

주식옵션은 △차액보상형 △자사주 교부형 △신주 발행형이 있다. 이 중 논란이 되는 것은 세 번째인 신주 발행형이다. 회계상으로는 손익으로 반영해야 하나 조세상 손비 인정을 하지 못한다는 모순된 규정이 문제다. 회계의 근본 원칙상 주식의 신규 발행은 자본의 변화이지, 손익의 변화가 아니다. 흔히 발생하는 신주 할인 발행의 경우를 보자. 예를 들어 액면가가 500원이고 주가가 1000원인 주식을 700원에 발행하면, 자본금 500원과 주식발행초과금 200원이 대차대조표에 반영된다. 할인 발행 차액인 300원을 손익에 반영하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의 주식 옵션 회계 기준은 자본금 500원 주식발행초과금 500원에 손실 300원으로 반영하라는 의미다. 이는 합리적 기준이 아니다. 전환사채와 비교해 보자. 시가 1000원짜리인 주식을 700원에 전환하기로 약정한 전환사채를 전환할 때 손익 계정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신주형 주식 옵션, 할인 발행과 전환사채는 시점을 제외하고 나머지 조건은 동일하다. 현재의 회계 기준은 신주를 기업이 자사주로 인수한 후 다시 직원에게 교부하는 복잡한 구조다. 더구나 조세 기준은 비용이 아니라는 모순된 입장이다.

구주 교부형의 경우 손익 반영이 합당하다. 기업 소유의 자사주를 교부하는 것은 기업과 직원의 거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주 발행은 기업과 직원의 거래가 아니고 주주와 직원의 거래가 아닌가. 직원과 기업 간 거래는 손익 계정에 반영되나, 주주와 거래는 자본 계정에 반영되는 것이 회계 원칙이다. 즉 신주발행형 주식 옵션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주주들이 임직원들에게 부여하는 인센티브인 것이다. 기업의 비용이 아니고 주주의 양보이기 때문에 손익이 아니라 자본의 조정인 것이고, 따라서 원칙적으로 주식 옵션 총액을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회계학계에서는 국제회계기준(IFRS)을 따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기준은 다양하게 해석해 국익에 부합하는 운용이 충분히 가능하다. 주주 자격으로 참여하는 신주발행형의 경우, 비용 인식을 하지 않아도 되도록 돼 있다. 모든 주식 옵션이 반드시 용역의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에 파트너로 참여하는 직원들은 마땅히 주주의 자격이 있지 않은가. 부당한 이익에 대해서는 조건을 부여하면 된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않는 일은 피해야 한다.

제2 벤처 붐 구현에 중요한 것은 문장의 해석이 아니다. 벤처기업으로 우수 인재가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문제의 본질에 입각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회계 기준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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