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스마트樂] 윤리에 무너진 전문경영인 신화

입력 2014-04-1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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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일석 전 올림푸스한국 대표(51)가 회삿돈 수십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15일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방 전 대표는 2007년 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올림푸스타워를 신축하는 과정에서 공사대금을 부풀려 지급한 뒤 차액을 돌려받는 수법 등으로 2005년 8월부터 2012년 3월까지 27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방 전 대표는 물품대금을 허위로 지급한 뒤 돌려받거나 광고비 지급을 가장해 가족 명의의 계좌로 돈을 송금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회사에서 구입한 그림을 개인 사무실로 가져오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빼돌렸다.

그는 또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는 등 내부규정을 어기고 2011년 올림푸스한국의 자회사에서 일하던 자신의 측근 정모씨에게 퇴직 위로금 5억2000만원을 지급했다. 판촉물 인쇄대금 명목으로 2억8000여만원도 빼돌린 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올림푸스 일본 본사에 최고경영자(CEO)의 경영능력을 과대 포장하기 위해 5년간 분식회계를 통해 회사의 영업실적을 조작한 혐의도 있다. 그는 2008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회사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 공시했다. 검찰은 횡령한 자금을 부동산 구입이나 주식투자, 유흥비, 생활비 등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전자ㆍIT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다. 방일석 전 대표가 누구인가. 삼성전자 일본주재원을 거쳐 2000년 올림푸스한국의 초대 법인장으로 취임한 그는 2011년 2월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올림푸스 본사 집행임원으로 선임되는 등 지난 13년간 성공한 전문경영인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그런 그의 명성에 흠집이 생긴 건 지난 2012년 일본 올림푸스 본사로부터 전격 해임되면서부터다. 당시 올림푸스 일본 본사가 올림푸스한국에 대한 대규모 감사를 벌이던 중 방 전 대표에 대한 횡령 및 배임문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 전 대표의 구속은 이 사건의 연장 선상이다. 올림푸스한국은 방 전 대표가 본사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아 사실상 독립경영을 해왔다. 이를 각종 비리에 악용한 것. 스타 CEO가 윤리 앞에 무너진 셈이다.

기업들은 저마다 윤리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전문경영인부터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윤리경영은 요원하다. 그들의 비리 뒤에 더 추악한 아랫 직원들의 비리가 있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번 방 전 대표의 구속과 함께 검찰은 전 재무이사 장모(48)씨, 전 총무이사 어모(54)씨, 전 재무팀장 문모(42)씨, 전 총무팀장 박모(42)씨 등 4명도 함께 구속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방 전 대표의 지시에 따라 회사자금을 빼돌려 전달하던 부하직원들이 방 전 대표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오염돼 오히려 더 많은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대담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전문경영인의 윤리의식은 본인 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그간 우리 사회는 오너의 윤리 의식 부재에 대해 지적해왔다. 하지만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을 보면 전문경영인의 윤리 의식 부재는 더 심각하다. 오너가 자신의 회사를 위해 부정을 저질렀다면, 일부 전문경영인은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일을 꾸몄다. 방일석 전 대표뿐만이 아니다. 이석채 전 KT 회장은 회사에 손해를 입히고 자금을 유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회장의 배임과 횡령 액수는 103억5000만원, 27억5000만원에 달한다.

신헌 롯데쇼핑 대표는 ‘납품비리’ 사건과 관련해 롯데홈쇼핑 임직원들이 횡령한 회삿돈 일부를 상납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롯데홈쇼핑 이모 방송본부장과 김모 고객지원부문장이 2008∼2012년 본사 사옥 이전 과정에서 수억원을 챙기고 이중 억대의 금품을 신 대표에게 건넸다는 것이다. 특히 신 대표는 롯데그룹 오너 일가의 총애를 받고 있는 이른바 ‘스타 CEO’다. 더불어 롯데그룹의 첫 공채 출신 CEO인 만큼 내부에서도 상징적인 인물이다.

각종 제도를 마련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비윤리적 관행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비윤리적 행동은 추호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 윗물부터 솔선수범해야한다. 우리도 성공한 스타 CEO를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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