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 피팅전쟁] ‘더 멀리! 더 정확하게!’ 퍼시몬시대부터 피팅전쟁까지

입력 2014-03-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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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몬ㆍ메탈ㆍ티타늄ㆍ콤포지트… 골프채 소재 ‘4번 진화’

◇퍼시몬시대부터 피팅전쟁까지

“드라이버는 필요 없었다. 스푼(3번 우드)으로 쳐도 300야드는 날아갔다. 티샷 후 총알같이 날아가는 볼을 바라보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다.”

일본 도쿄 시나가와구에 사는 세키(67·무직) 씨의 말이다. 그는 골프 이야기만 나오면 1970년대를 회상한다. 당시 그가 사용하던 클럽은 창고 안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채로 방치돼 있지만, 한때는 그의 애장품이었다. 퍼시몬 클럽(감나무 소재 골프채)이다. 그의 퍼시몬 클럽에 얽힌 무용담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세키 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70~80년대 열혈 골퍼라면 누구나라도 퍼시몬 클럽에 얽힌 추억이 있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퍼시먼시대(1790~1990)는 영원할 거라 생각했다.

골프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400년대 스코틀랜드에서다. 무려 600년 역사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드 제작에 사용된 소재는 4종류에 불과하다. 퍼시몬, 메탈, 티타늄, 콤포지트(복합소재)다.

퍼시몬은 1700년대 말부터 20여년 전까지 무려 200여년이라는 세월 동안 골프채 시장을 장악했다. 아름다운 나뭇결에 기능성과 내구성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1988년 일본에서 발매된 혼마골프 퍼시몬 우드는 ‘퍼시몬 하면 혼마’라는 인식을 각인시켰다.

그러나 퍼시몬 클럽은 1970년대 들어 시대적인 한계를 드러냈다. 골프 인구는 증가했지만 생산성이 떨어지는 치명적 단점을 지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딱딱한 2피스 볼이 보편화되면서 나무 소재 헤드가 견딜 수 있는 내구성 한계를 넘어서게 됐다. 골프클럽 제조사들은 이때부터 신소재 발굴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퍼시몬의 뒤를 이은 신소재는 메탈이었다. 미국에서는 테일러메이드가 메탈 소재 우드를 가장 먼저 출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마루망 던컨에 이어 브리지스톤 Js 메탈이 선을 보이며 메탈시대(1980~1995)가 활짝 열렸다. 특히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대회 18승이 빛나는 잭 니클라우스(74·미국)가 사용해 화제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메탈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메탈의 뒤를 이어 탄생한 티타늄 소재 우드가 보다 향상된 타구감과 성능·내구성까지 갖춰 발매됐기 때문이다. 티타늄시대(1990~현재)는 그렇게 시작됐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비싼 가격으로 인해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는 쉽지 않았다. 티타늄시대의 본격적인 시작은 구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과 무관하지 않다. 무기제조의 주원료였던 티타늄을 스포츠용품 제조에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은길 골프로드 골프숍 대표는 1990년대 초반 골프용품 시장을 이렇게 기억한다. “미국, 독일 등 일부 강대국들이 티타늄을 독점함으로써 티타늄 소재 드라이버는 고가에 유통되고 있었다. 티타늄 헤드라 해도 헤드 일부분에만 채용된 형태였다. 에쓰야드를 시작으로 캘러웨이 빅버사가 헤드 전체를 티타늄으로 제작한 모델을 출시하면서 모든 것이 변했다.”

그가 말한 모든 것이란, 헤드의 대형화와 경량화, 그리고 고반발 등 디자인과 성능의 진화다. 이 과정에서 테일러메이드, 캘러웨이골프, 핑골프, 던롭, 브리지스톤, 미즈노 등이 메이저 브랜드 반열에 합류, 글로벌 브랜드로서 입지를 굳혀갔다.

골프채 성능의 진화는 무서웠다. 골프장 전장을 늘려야 할 만큼 멀리 날아갔고, 난이도를 높여야 할 만큼 컨트롤 성능까지 탁월해졌다. 결국 2000년 이후는 반발계수(0.830), 헤드체적(460㏄) 등 클럽의 성능을 억제하려는 규제가 생겨났다.

티타늄의 대항마로 개발된 것이 콤포지트 클럽이다. 프로기아(PRGR) 듀오를 시작으로 캘러웨이골프, 미즈노, 요넥스 등이 콤포지트 클럽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한때 드라이버 시장은 티타늄과 콤포지트 양분화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후 골프클럽은 무게중심과 길이, 고반발, 헤드체적 등 다양한 트렌드를 거치면서 발전했다. 그러나 골프클럽 성능이 진화해도 모든 골퍼들이 만족감을 느끼지는 못했다. 체형(신장·체중·팔다리 길이·손 사이즈 등), 파워, 취향 등이 전부 다른 만큼 정형화된 클럽이 모든 골퍼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이에 글로벌 골프 브랜드를 시작으로 자체 기술의 스윙분석 및 맞춤클럽 서비스를 개시, 본격적인 피팅(Fitting) 전쟁이 시작됐다.

김한경 캘러웨이골프 퍼포먼스센터 차장은 “기성 클럽에 몸을 맞추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 클럽을 각자의 몸에 맞춰야 한다. 지금까지 골프채의 제조·개발 전쟁이었다면 이제는 0.001초까지 분석해야 하는 ‘피팅전쟁’”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캡션 : 티타늄 헤드 드라이버의 등장으로 골프채 성능은 눈에 띄게 향상됐다. 그러나 모든 골퍼들이 만족할 수는 없었다. 이에 글로벌 골프 브랜드는 자체 피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0.001초까지 치밀하게 분석, 골퍼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한 맞춤클럽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혼마골프 한국지점. 오상민 기자 golf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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