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도… 순한 소주 ‘독한 전쟁’

입력 2014-03-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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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처음처럼’·하이트진로 ‘참이슬’ 알코올 도수 하향

국민 술 ‘소주’가 순해지고 있다. 30도가 넘던 소주의 알코올 도수는 18도까지 내려갔다. 목 넘김이 부드러운 순한 맛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한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 맞물려 ‘저도수 시대’가 도래한 것.

소주는 갈수록 순해지고 있지만, 업계 경쟁은 더욱 독해지고 있다. 특히 경남지역을 기반으로 한 무학이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를 바짝 추격하고 있어 시장 쟁탈전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무학은 2012년 13.3%의 점유율로 2위인 롯데주류(14.8%)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양사 간의 점유율 차는 1.5%포인트에 불과해 업계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소주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던 하이트진로 역시 50% 벽을 넘기지 못하고 계속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순한 소주는 경쟁사 견제용? =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주류가 지난달 16일 기존 도수에서 1도 낮춘 18도짜리 처음처럼을 선보이며 ‘18도 시대’를 알렸다. ‘처음처럼’의 도수가 하향 조정된 것은 출시 7년 만이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부드럽고 순한 소주를 원하는 고객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도수를 낮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이트진로도 지난달 24일 알코올 도수를 0.5도 낮춘 18.5도짜리 ‘참이슬’ 리뉴얼 제품을 선보였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시장분석 결과,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최적의 도수가 18.5도로 집계됐다”며 “소비자의 소주 소비 패턴이 부드러운 소주로 변화하고 있어 업계도 이에 따라 반응하는 분위기다. 급격한 도수 변화는 소비자들로 하여금 거부감을 형성할 수 있어 조금 더 순한 제품으로 재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주 시장의 도수 낮추기 경쟁은 199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0년대 ‘30도 소주’에서 1970년대 ‘25도 소주’ 시대를 20년 넘게 유지하던 소주 시장은 당시 진로(하이트진로)가 23도 ‘참이슬’을 내놓으면서 도수 낮추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참이슬’과 ‘처음처럼’은 번갈아 가며 도수 낮추기 경쟁을 벌여왔다.

이 같은 도수 낮추기는 순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트렌드에 부응한 것이지만, 주류업체들의 치열한 시장 쟁탈전도 한몫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류업계 양대산맥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무학 등 지방 소주업체들이 부산에서 수도권까지 고객 모시기에 나서자 도수를 낮춘 제품을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다는 것.

16.5도로 출시된 무학의 ‘좋은데이’는 경남지역을 중심으로 점유율 70%에 욱박하는 독보적인 위지를 확보하고 있다. 무학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수도권 진출을 타진 중이다. 영남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유입되는 인구의 상당수가 좋은데이를 마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도수 낮추면 수익도 올라가 = 저도수 소주를 내놓는 또 다른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도수가 1도 낮아지면 원료비가 줄어 소주 한 병당 수익이 4원가량 늘어난다. 또 알코올 도수를 낮추면 소주 출고량이 늘어난다. 실제로 20도 소주가 등장한 2006년 소주 출고량은 95만6634㎘로 전년 대비 3%가량 늘었고, 19도로 낮춘 2012년 역시 출고량은 2.6% 증가했다. 다시 말해, 병당 알코올 양이 줄면 더 많은 소주를 마신다는 것이다.

19도의 소주 한 병을 마시면 53.2g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되지만, 18도 소주 한병을 마시면 50.4g의 알코올을 섭취하게 된다. 즉 18도 소주를 마실 경우, 19도 소주를 마셨을 떄와 동일한 취기를 느끼기 위해서는 약 5.3% 더 많은 양의 소주를 마셔야 한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는 제품의 출고가를 360㎖ 한 병당 961.7원, 946원으로 각각 기존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알코올 도수는 낮추고 생산량은 늘려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계산이다.

서영화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수를 낮추면 결국 소주 판매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바로 도수”라며 “하이트진로가 도수를 2.7% 낮춤에 따라 영업이익은 70억원가량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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