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제학] 볼빅 황인홍 고문 “삼각함수 알아야 골프공 만들지”

입력 2014-03-07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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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빅에서 생산되는 모든 공은 황인홍 고문의 손을 거친다. 최소 1년 이상의 연구를 거쳐야만 새로운 골프공 하나가 탄생한다. 공프공 하나는 첨단기술의 집약체다.

구기종목 중 가장 멀리 날아가는 공은 골프공이다. 남자 프로골퍼 기준 약 300야드로, 야구에서 홈런 타구의 3배 가까운 비거리다. 거기에는 몇 가지 비밀이 있다.

우선 작고 탄성이 좋은 것이 첫 번째 이유다. 그러나 골프공 표면의 딤플(분화구 형태의 홈)이 없다면 300야드 비거리는 불가능하다. 공기 저항을 줄여 적정 탄도를 유지시켜 주는 딤플은 어떤 골프공이라도 반드시 존재한다. 그러나 골프공 딤플 모양이나 형태가 전부 같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브랜드, 모델에 따라 딤플 구조와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방문한 곳이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의 충북 음성공장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음성공장의 터를 닦아 왔다는 황인홍 고문은 국내에 몇 안 돼는 골프공 디자인 전문가다. 골프공에 무슨 디자인이냐고 반문할 사람도 있겠지만, 작은 골프공은 첨단과학의 집약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골프공 내부의 코어 배합과 표면의 분할구조를 연구·개발하는 데만 최소 6개월, 하나의 모델이 탄생하기까지는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연구·개발에 필요한 돈은 수십억원이다.

골프공의 분할구조란 골프공 표면의 규칙적 딤플 구조를 말한다. 황인홍 고문은 “같은 골프공 표면의 딤플이라도 크기와 모양은 전부 다르다. 그러나 그 불규칙 속에 규칙이 있어 완벽한 분활구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슬라이스가 나가나 왼쪽으로 감기는 훅성 구질이 발생한다. 실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공이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골프공 개발 업무를 기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다. 황 고문은 “삼각함수가 기본이 되는 업무다 보니 처음부터 질색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게다가 최소 10년은 해야 분할구조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때까지 참고 견디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황 고문은 또 “성질이 급한 사람은 하기 힘든 일이다. 빨리 해결하려는 생각은 금물이다.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면서 하나의 공이 완성된다. 수학 문제를 풀어가듯 기초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간다는 생각으로 해야만 좋은 공이 완성된다”고 조언했다.

다행히 국산 골프공의 전망은 밝다. 최운정·이일희 등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선수뿐 아니라 외국선수들도 볼빅 골프공 사용률이 높아졌다. 황 고문은 “기술력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 물론 타이틀리스트·던롭·브리지스톤과 같은 글로벌 기업의 자본력을 따라잡을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기술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된 결과가 아니다. 공프공만큼은 세계시장에서의 입지가 오래도록 유지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황 고문은 이어 “목표는 볼빅의 제2공장을 국내에 건립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매량(수출량)을 더 늘려야 한다. 또 후진 양성을 위해 좀더 힘을 기울여 국산 골프공의 탄탄한 기술력을 이어 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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